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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론빵 Apr 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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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


ⓒ Patricia van den Berg



  2021년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 전시가 열렸다. 말 그대로 서울 한복판에 있는 대형 백화점 건물에 말이다. 끊임없이 소비가 이루어지는 백화점이라는 공간에서 앤디 워홀의 전시를 진행하는 걸 보니 뭔가 단단히 앤디 워홀의 팝아트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다.


  항상 학교에서 배우길 팝아트는 현대 사회에 팽배하게 퍼진 소비주의를 비판하는 정신을 가진 미술사조라 했다. 그리고 이것이 영국과 미국으로 나뉘어 소비주의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영국의 팝아트와 자본주의를 수용한 미국 팝아트가 나뉘는 거라고.


 앤디 워홀의 팝아트는 부정할 수 없는 미국의 팝아트다. 경제가 부흥하고 사람들이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어 지는 마음이 극대화되기 시작하는 시기와 맞물려 앤디 워홀의 작품은 수많은 사물과 셀럽들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마릴린 먼로를 빼놓을 수 없다.  그 시대 아이콘이자 워홀의 작품에도 많이 등장하는 이 사람을 보고 있으면 워홀이 추구하고자 한 예술을 인간화한 모습이 바로 마릴린 먼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보적이고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유일하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 , 1975

  

  캠벨 수프와 비틀스 그리고 시대를 이끈 정치인의 모습이 자주 드러나는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보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이라는 이름 모를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얼마 되지 않은 윤곽선에 강렬한 색으로 부분 채색되어 있는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 어느 작품보다 강렬하게 이미지가 잔상으로 남는다. 종이에 실크스크린이라는 작업 방식처럼 수많은 복제품이 탄생했을 텐데, 그럼에도 이 작품은 나에게 꼭 앤디 워홀의 유일한 작품처럼 느껴진다. 마티스처럼 익숙한 선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색감은 무언가 이 작품으로 사람들을 이끌게 하고, 얼굴에 채색된 색보다는 손에 스치듯 채색된 분홍빛이 계속 작품을 마음에 두게 한다.


  

<Flowers>, 1975

  

  자연물도 상업적으로 만들어 영원히 소유할 수 있게 만들면서도 그것이 완전히 인위적인 앤디 워홀의 독특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보인다. 같은 꽃이라도 우리는 항상 다른 모양의 꽃을 사거나 볼 수밖에 없는데, 워홀의 작품 속 꽃은 항상 동일하다. 계절에 따라 색이 바뀌듯 다양한 색이 존재하지만 그 모양새는 항상 똑같다.


  결국 누구나 같은 것을 가질 수밖에 없는 스페셜이 아닌 제너럴을 보여주는데 그것이 스페셜이 되는 아이러니함. 이것이 앤디 워홀 작품이 주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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