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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론빵 May 03. 2021

7.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 게르하르트 리히터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세계에 헌정하는 새로운 전시를 공개했다. 루이비통 제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이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항상 색다르고 인상 깊은 전시를 진행하는 공간이기도 해서 시간이 날 때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특이한 건물 외관 덕분에 압구정 로데오역에서 명품거리 방향으로 하염없이 걷다 보면 그 건물을 쉽게 찾을 수 있는데, 건물 역시 유명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건축한 것으로 이름이 나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1932~)는 전후 독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사진과 회화, 추상과 구상, 그리고 채색화와 단색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회화라는 매체를 재해석하는 작가라고 높이 평가받는 리히터는 89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Reader>, 1994


처음으로 리히터 작품의 매력을 알게  것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 <Reader>  이후부터다. 샌프란시스코 미술관에서 리플릿을 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은 마치  장의 스냅사진처럼 세밀하게  순간을 포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품은 사진처럼 세밀하게 묘사된 유화 작품이다. 리히터의 작품이 주는 힘은 바로 이렇게 사진과 회화 사이의 매체의 경계를 허물고  애매한 경계를 넘나들며 이것을 자신만의 작품관으로 끌어낸 것이라   있다.


이번 루이비통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리히터의 작품은 각기 다른 색채 조각들의 나열이다. 우선순위 없이 배열된 색들은 그 사이에서 우위를 매길 수 없기에 평등함을 드러낸다. 불규칙함이 보여주는 평등함. 리히터가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경계의 애매함이 이런 추상화에서도 드러나는 것을 보면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작품관이 매우 촘촘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술의 진보와 다양함을 존중하는 시대가 되면서 예술이라는 분야의 문턱이 낮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낮아진 경계만큼 엉성하고 헐거운 작품 역시 과도한 가치를 부여받은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명작과 졸작의 구분을 누가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은 어렵지만, 이런 촘촘한 작품관을 가진 작품을 볼 때면 예술과 작품 그리고 작가가 가지고 있는  그 특별한 힘을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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