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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화선 Jan 10. 2024

'스윙하기 좋은 날'은 연습으로 만들어진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일개미처럼 주구 장창 연습에 몰두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연습장에 들려 몇백 개를 휘둘러야 적성이 풀린다.


약속이 있는 날은  짬짬이 시간 내서 연습을 하던가 약속 시간을 최대한 뒤로 미룬다. 그에겐 오로지 연습이 먼저고 연습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다.



스크린을 치다 안 맞는 아이언이 있으면 다시 골프 연습장으로 가선 분풀이하듯 몇 백 개를 쳐야만 집에 돌아간다. 필드에 다녀온 날이면 복기라 부르면서 연장을 두들겨 팬다.



연습하는 데 음료수를 건네주며 말을 거는 사람을 싫어한다. 한 마디가 몇 십 분을 소비하게 한다는 걸 알고는"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큰 소리로 답해 말문의 벽을 치고 타석에 들어선다. 무안하지 말라며 인사를 했다고 생각하곤 다시 집중모드에 들어간다.




오직 연습만이 살아남는다는 신조를 입문했을 때부터 지켜왔다. 그는 상상 라운드를 하며 스윙 하나하나 세심하게 기록했다. 의견을 듣지만 본인이 깨닫지 못하면 버려버리고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연습한다. 그를 보면서 골프는 수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프는 투기 종목 같다. 상대와 부딪히며 겨루지 않지만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 나 자신을 상대하는 투기 종목으로 보인다. 때론 챙챙 칼날 소리보다 투박하고 무거운 공을 때리는 소리가 더욱 날카롭게 가슴에 파고든다.



골프 유래를 보면 대결을 신사적으로 하는 스포츠로 변화되었다지만 어떤 스포츠보다 자신에겐 잔인한 운동이지 않을까. 자신은 안다. 연습을 할수록 부족한 부분이 더 많아진단 걸. 어떤 부분이 부족한 건지 스스로 수없이 묻는다. 집에 돌아갔다가 다시 연습장을 찾는 건 매번 다른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육체는 연습으로 다져 놓아도 정신 수련이 빠지면 골프는 말짱 꽝이 된다. 멘탈 훈련이라고 말하는 선배들 말처럼 정신도 바짝 긴장해야 한다. 연습량만 따진다면 언제나 싱글인데 사소한 한 마디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게 골프다. 그래서 어이없고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마치 육체는 보디빌더들처럼 짱짱한데 정신은 유아인 것이다.



 별 의미 없는 한 마디, 별 의미 없는 상황, 별 의미 없는 소품들은 빈집 같은 정신 상태를 더 부숴버린다.



연습을 하지 않는데도 가끔 골프를 잘 치는 친구들은 꼭 정신이 강하기 때문은 아닌데. 그들은 의외의 것에 흔들리는 사람을 비웃듯 자신만의 골프를 친다. 연습하는 개미는 놀기만 하는 것 같은 베짱이를 싫어한다.




스윙하기 좋은 날



감각의 새싹이 움튼다

'스윙하기 좋은 날이구나'



몇 번을 휘둘러도

역경에 굴복하지 않는 갈대 같다



누군가 한참을 보다가 속삭인다

"나는 너의 발에 박힌 가시가 될 거야"

아, 스윙에 조미료를 듬뿍 던져준다



감각이 주체 없이 사그라든다

스윙하기 엉망인 날이구나









연습을 많이 하는 친구들 공통점이 있다. 이상하게 구찌를 쉽게 먹는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필드에 나서면 이상한 한 마디씩 하는 골퍼들이 얄밉다. 그들의 쓸데없는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왜 참고해서 하염없이 무너지는지 내가 다 속상하다.



본인이 갈고닦은 훈련의 과정을 비아냥거릴 때는 더 흥분해서 처참하게 무너진다. 작전에 말려든 것이다. 훈련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을 스스로 자초해 버린다.



그냥 넘어가도 좋을 별 의미 없는 말에 토론을 하며 달려들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각자만의 골프 철학과 훈련법이 있는데 왈가왈부하며 달려들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발에 박힌 가시처럼 한마디는 18홀 내내 성가시게 군다. 스윙하기 좋은 날이 엉망인 날로 바뀌는 순간이다. 골프는 동반자를 신경 써야지만 신경 쓸 필요 없는 모순적인 운동 같다.



베짱이는 오늘도 어딘가로 놀러 가지만 연습벌레는 연습장이 노는 곳이다. 연습을 양으로 채우다 보면 질적인 연습을 본인이 찾아낸다. '연습만이 살길이다'  구호를 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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