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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화선 Jan 09. 2024

베짱이 골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마.

머리 쓰는 골프를 한다고? 연습 왜 하니?

"나는 게으른 게 아니라 머리 쓰는 골퍼란다."


누군 엄청난 연습을 한다. 누군 전혀 연습을 하지 않는다. 똑같은 시기에 입문한 두 친구가 있다. 둘은 전혀 다른 스타일의 골프를 즐긴다. 연습, 플레이, 코스 운영이 완전히 다르다.


하루에 몇 시간을 연습하고, 어떤 때는 7번 아이언 하나만 몇 시간씩 죽어라 팬다. 필드를 가는 날 베짱이에게 지기라도 하면 연습장에 불이 꺼질 때까지 집에 가지 않는다.


상대를 인정하면 내 골프가 쉬워진다. 상대와 비교를 하는 순간 더 위축되고 작아지는 게 운동의 매력일 수도 있다. 나는 이만큼 했는데 저 친구는 놀듯이 와선 좋은 스코어를 낼 때 자괴감은 매번 고통스럽다.






베짱이 골퍼


그는 게으름뱅이다


"필드가 연습장이지" 한마디에

연회원 영수증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


곱디고운 손으로 버디를 낚아챌 때마다

굳은살 먹은 손에 신경질 내는 이


무심한 듯 툭 노룩퍼트가 홀인 될 때면

헤드의 문신을 가엾게 쳐다보는 이


어쩌다 한 번 필드 소풍에 웃을 때면

살에는 추위에 겨우내 맺힌 땀 원망하는 이


골프가 제일 쉬웠어요

이해되지 않는 말하며 싱글벙글, 꼴불견








학교에서도 이런 애들이 꼭 있었다. 골프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곳에서든 별다른 노력이 없는데도 특출 난 재능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 그냥 인정하면 되는 거다. 이현세가 그랬다. "천재는 놔둬라. 그냥 지나가게 놔둬라. "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다. 천재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은 절대로 천재들과 정면 승부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게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고 그의 책 천재를 이기는 방법에 쓰여있다.


베짱이 골퍼인 친구는 연습을 하지 않지만 머리를 엄청 많이 쓴다고 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수없이 하면서 상황을 복기한다고 말했다.


각자의 방법으로 골프를 대하면 되는데 왜 우리는 비교하면서 자신을 망치는 걸까. 골프뿐만 아니라 모든 게 남과 비교하는 순간 자신을 잃어버린다. 그가 연습을 하든 말든 나는 오늘도 연습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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