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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관 Oct 02. 2019

Letters from butler 1

취향관, 그 봄날의 기록

Letters from butler 1

 

* 취향관에서 3개월 간 버틀러로 지낸 ‘정현’이 그간의 시간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따뜻한 봄날을 함께하며 경험했던 취향관의 인상적인 순간들을 남겼습니다.




작고 자유로운 일터에서 일한다는 건


“거기 분위기는 어때?”


취향관에서 일한다고 할 때마다 몇 가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거기서는 무슨 일을 하냐, 분위기는 어떠냐, 어떤 식으로 운영되냐 등 유독 궁금함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았죠. 아무래도 취향관이 일반적인 회사 조직과는 조금 다른 형태기 때문일 겁니다. 멤버라는 이름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독특한 점도 있고요. 


취향관에서 일하는 게 좋았던 이유는 ‘믿음’ 때문입니다. 내가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고 존중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믿음이요. 저는 이곳에서 객체가 아닌 주체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는 내 생각과 의견을 언제나 진지하게 받아주는 곳’이라는 확신은 저로 하여금 의지를 가지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떠올리도록 해주었습니다. 물론 제 의견이 전부 받아들여진 건 아니지만 적어도 충분한 고려와 논의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어렵고 불만이 생기는 순간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고민해볼 수 있었던 건, 역시 대화의 힘 덕분인 것 같습니다.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대화가 풍성한 관계’라는 걸 느꼈습니다. 


또 하나 두드러지는 점이라면 이곳을 오가는 다양한 멤버들과의 만남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는 아니지만 한 번씩 방문할 때마다 서로 인사하고 근황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더라고요.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도 때로는 내밀한 이야기까지도 주고받을 수 있는 귀한 관계였어요. 그들과 대화함으로써, 한정된 스태프들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팀이 조화로운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 작고 자유로운 일터에서, 참 많이 만나고 많이 말하고 많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취향관의 바 직원들


취향관은 카페가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오해 속에 헛걸음하는 경우가 참 많지요. 하지만 바(bar)가 존재하는 건 맞습니다. 커피도 팔고 술도 팔고 간단한 요깃거리도 팔죠. 


취향관의 바 직원들은 조금 특별해요. 업무가 단순히 커피를 내리고 음료를 제조하는 데 그치지 않으니까요. 그들은 취향관의 멤버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때로는 직접 살롱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취향관 스태프는 모두 자기만의 개인 작업을 꾸려나가기 때문일 거예요.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소설을 쓰지요. 요컨대 그들은 꾸준히 밀고 나가는 영역이 있고 그 작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채로운 취향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인 겁니다.


그들과 나눴던 대화는 저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줬습니다. 음악, 영화, 책 등을 둘러싼 사소한 취향 이야기부터 각자가 이어가고 있는 작업에 관한 태도와 고민까지 참 다양한 주제를 공유했으니까요. 서로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맞장구치며 동조할 때도 반가웠지만, 나와는 다른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들으며 새로운 질문들을 품어보는 시간은 더 즐거웠어요.


분명 취향관의 멤버들도 그들로부터 큰 영감을 받을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나에게 음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에는 풍요로운 대화의 상대가 되어주고, 가끔은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 보며 유대감을 공유하는 거죠. 이곳의 멤버들과 바 스태프의 만남은 결코 흔한 관계로 남지는 않을 거예요. 어쩌면 이 흔치 않은 관계야말로, 취향 공동체를 표방하는 작은 커뮤니티를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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