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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관 Jul 08. 2019

당신의 사적인 공동체, 취향관

나와 타인의 세계에 대한 탐색을 위하여

취향관은 사람들이 모이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추구합니다. 여럿보다는 혼자가 익숙한, 집단보다는 개인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이유로 공동체라는 키워드를 꺼내게 된 걸까요?

네 명의 취향관 스태프가 '자유로운 취향의 공동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눕니다. 취향관이 궁금한, 낯선 당신들에 우리의 지향점을 전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습니다. 


*참여자 

마틴    취향관의 아트 프로젝트 매니저. 전시를 기획하고 평론을 합니다.

소희    취향관 컨시어지 매니저. 멤버십 경험과 운영 전반을 관리합니다.  

정현    취향관 버틀러.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의 기록을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합니다.

케이트 취향관 안주인. 멤버와 외부에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소개하고, 공간 전체를 기획합니다.

마틴 / 소희 / 정현 / 케이트


01 l 나와 타인에 대한 탐색이 이루어지는 '공동체'


정현 : 왜 공동체여야 할까요? 사실 나 자신을 돌아보거나 나만의 표현과 기록을 이어가는 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우리에게 공동체가 주는 의미는 어떤 걸까요? 


마틴 : 확실히 '같이' 했을 때 달라지는 게 참 많죠. 물론 혼자할 때에 비해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지만, 그 혼란의 과정 속에서 다채로운 영감을 받고 발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혼자 살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저는 그게 단지 물리적인 조건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보거든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에는 필수적이고 기능적인 것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재미와 영감 같은 것들도 느끼면서 살아야죠. 여럿이 모여 무언가를 함께할 때 그 과정이 더 풍요로운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케이트 : 취향관을 준비하며 계속 고민했던 중요한 가치는 '공동체의 회복'이에요. 개인이나 독립적인 삶이 큰 화두이지만, 오히려 '그럼 좋은 공동체는 뭘까' 생각하게 돼요. 구성원 모두가 그저 하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면 개개인을 온전히 존중하고 이해하는 데 쉽지 않을 뿐더러 새로운 변화나 발전도 어려울 거고요. 그렇다면 각자의 다름을 서로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공동체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져봤어요. “각자가 가진 고유의 색깔을 서로가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결론이 났고요. 


정현 :그 색깔이 취향을 의미하는 거겠죠?


케이트 :그렇죠. 취향을 알아가는 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는 것이고, 그걸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어요. 취향의 배움과 존중이라는 합의 위에 건강한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는 거죠. 나에 대한 탐색이 이뤄지면서도 동시에 남을 바라볼 수 있는,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진행되는 시공간은 좋은 공동체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이곳에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서로의 취향을 나누며 각자를 발견해 가는 거죠.


마틴 : 사회엔 참 많은 공동체가 있잖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공동체에서 나는 객체로 시작해 객체로 끝나요. 주어진 역할만을 수행하는 구성원의 일부일 뿐이죠. 하지만 여기에서 만큼은 각자의 개성과 취향이 존중받고 그걸 통해서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실현해볼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취향관은 능동적인 구성원들로 이뤄진 공동체라고 생각해요.


각자 가져온 영화 자료를 한데 모아 진행한 아트 콜라쥬 포스터 제작


02 l 공동체의 기반이 취향인 이유는?

 

정현 : 위에서도 간략하게 언급해주셨지만 더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그렇게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 중에서 왜 '취향' 기반의 공동체일까요?  


케이트 : 취향이란 키워드를 선택한 이유를 보태자면, 결국은 내가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취향은 단순히 문화적 선호나 취미 같은 걸 넘어선, 삶의 방향과 태도를 의미해요. 그건 사실 누구에게나 다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어떤 사람은 미처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지 못했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이미 발견하고 꺼냈을 수도 있죠. 취향을 알아가고 내가 살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한다면 좋은 공동체가 될거라 믿고 있어요. 


소희 : 취향관은 말 그대로 취향이 중심이 되는 공동체다 보니까 확실히 자유로운 성격을 띄고 있는 것 같아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지 않으니까요. 그저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내 취향을 발견하고 타인의 취향을 들어보고자 하는 마음들만 있죠. 그러다 보니 다른 모임들에 비해 유대감이 다소 옅을 수는 있어도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케이트 : 갑자기 옛날에 토익 학원 다닐 때가 떠오르네요. 진짜로 내가 하고 싶어서 각종 스터디 모임 등에 소속됐었는데, 결국에 끝은 늘 흐지부지됐거든요. 다만 취향관에서는 그런 단기적인 목적성이 아니라 취향이라는 평생 고민하며 안고 가야할 것이 중심이 되다보니, 다들 '여기서 사람만 사귀면 끝이야' 혹은 '이런 것만 배워가면 끝이야' 같은 생각을 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과 긴 호흡으로 관계를 맺고 이야기 나누려 하는 거죠. 확실히 요즘엔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못해요. 그래서 더더욱 단기적인 효과가 있는 모임이나 클래스에 자주 참여하죠. 하지만 이 공간은 상대적으로 그런 효과가 약하기 때문에 쉽게 발을 들이시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장기적으로 사람들과 함께하며 자신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갈 수도 있는 거고요.


'버려진 취향'을 주제로 하여 모인 지난 립스틱

 

03 l 멤버들이 이야기하는 취향, 공동체의 매력


정현 : 멤버들이 직접 말해주는 취향관의 매력도 궁금하네요. 멤버로서 몸소 경험해본 만큼 다양한 피드백들을 들려주셨을 것 같은데요.


소희 : 이전에 세 번의 계절을 취향관과 함께 하시고 살롱의 호스트로도 참여해주신 멤버가 계신데요. 자주 방문하진 못해도 이곳에 대한 애정이 있으셨던 분이에요. 그분은 무엇보다 '예상할 수 없는'게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여기는 늘 새롭다는 거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각자의 취향을 발견해가고자 하는 최소한의 합의 외에는 타이트하게 정해진 게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우연적으로 발생하는 대화나 일들이 스스로에게 큰 자극이 되고 즐거움을 줬다고 해요. 그때그때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그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되는 과정이 점점 익숙해져서 좋으셨대요.


케이트 : 학교나 직장처럼 기존의 공동체들은 경쟁과 줄 세우기로 긴장감이 가득하잖아요. 하지만 취향관은 실용적이거나 기능적인 목적이 없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어요. 서로간에 자정작용을 잘해주는 것 같아요. 멤버들도 그런 부분을 많이 좋아해주시고요. 여럿이 모이다 보니 누군가는 이 공간 안에서 다소 성숙하지 못하거나 미숙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을 거잖아요. 근데 그걸 쉽게 배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오히려 더 끌어주기도 하다 보니 실제로 조금씩 변화하는 태도를 보여준 멤버도 있고요. 이런 부분들이 멤버들로 하여금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공동체의 매력을 실감하게 하나봐요.


마틴 : 비슷한 맥락에서‘작명살롱’이 참 좋았다고 말씀해주신 멤버들도 많아요. 취향관만의 독특한 문화 같은데, 처음에 딱히 이름을 정하지 않은 멤버들은 작명살롱을 통해서 다른 멤버들이 자신의 이름을 지어주는 경험을 하게 되거든요. 원래 가진 이름이 아닌 여기서만 통하는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거죠. 생각해보면 내 이름으로 불리는 경험이 흔치는 않잖아요. 보통 형, 동생, 선배, 그 외 다양한 직위나 역할 같은 걸로 불리는데, 그런 호칭은 부담과 긴장을 안겨주는 지점이 있죠. 호칭에 따라 기대받는 역할이 규정되고요. 하지만 취향관에서는 내가 원하는 이름 혹은 다른 사람들이 편견 없이 지어준 이름으로 불리고 인식되니 '나'라는 사람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어요. 


누군가의 여행에서 함께 따라온 이국의 보드카


04 l 대화를 마치며


정현 : 취향관은 ‘자유로운’ 공동체인 것 같아요. 일상생활의 여러 역할과 기대로부터도, 빡빡하게 짜여진 규칙으로부터도, 신경 쓰이는 경쟁과 긴장으로부터도요. 자유롭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많은 멤버분들에게 매력 요소로 작용하지 않나 싶네요.


케이트 : 맞아요. 기본적으로 내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데다가 모임의 필참률 따위가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보니 on-off도 자유롭게 이뤄지죠. 자율성이 보장되고 내가 좋아하는 주제로 대화 나눌 수 있으니 의무와 책임보다는 순수한 재미와 즐거움이 큰 공간이 돼요. 본인이 주체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먹고 행동하게 된달까요.


/


분명 대화를 나눌 때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생각의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취향관을 주제로 시간을 내어 이야기하며 취향관이 바라는 '공동체'의 의미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자유로이 의견을 교환할 때 비로소 건강한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 다양한 개인이 모여 자신의 취향을 탐구해가는 과정을 독려하며 나누는 시간. 나를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그 자유롭지만 느슨한 관계를 위해 오늘도 취향관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취향의 존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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