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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관 Jul 10. 2019

대화를 위해 필요한 것

건강한 공동체를 위하여

취향관에서는 가치관, 나이, 직업 불문 다양한 사람이 모입니다. 우리는 당신의 사적인 정보를 묻지 않고, 취향을 기반으로한 가치관을 통해 만남을 이어갑니다. 그렇다면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만난 이들이 대화를 나누고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나갈 때,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관계에 전제된 합의'라고 생각합니다. 취향관은 대화가 기반이 되는 커뮤니티인만큼, 관계를 맺을 때 상대를 존중하고 들을 준비가 되었느냐를 중요한 합의점으로 여깁니다. 다음은 취향관 스탭이 모여 취향관에서의 관계를 고민한 대화입니다. 취향관이 궁금하지만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참여자 

정현    취향관 버틀러.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의 기록을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합니다. 

소희    취향관 컨시어지 매니저. 멤버십 경험과 운영 전반을 관리합니다.  

지하    취향관 바리스타. 바에서 멤버들과 소통하며, 그림으로 작업하는 살롱을 준비합니다.

        취향관 공간 디렉터. 공간과 사람의 관계를 생각합니다.


01 l 관계의 합의는 왜필요할까?


정현 : '열린 마음과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하기 위해서' 아닐까요. 평소에는 아무리 내가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해보고 싶어도 한계가 있잖아요. 하지만 취향관에는 누구와도 기꺼이 대화할 준비가 된 사람들로 가득해요. 여기서 만큼은 자유로운 대화와 표현이 일상인 거죠. 


 : 덧붙이자면, 대화와 관계의 '지속 가능성'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취향관이 멤버십 시스템을 채택한 이유이기도 하겠죠. 단순히 '누구나 쉽게 대화 나누고 관계 맺을 수 있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대화와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 말하자면 여기는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싶은 이들이 함께 모인 곳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멤버가 되어 편하게 대화하고 교류하는 거죠. 


소희 : 확실히 ‘멤버’라는 유대가 대화와 관계를 장려하는 것 같아요. 그게 없다면 편하게 만나서 이야기 나누기는 결코 쉽지 않을 거예요. 멤버십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는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뤄지진 않았어요. 공간에 방문한 분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장을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같이 온 일행과 시간을 보내거나 공간을 구경할 목적으로 오신 분들이 많아 어려웠어요. 나름대로 큰 맘 먹고 오신 분들은 혼란스럽거나 실망스러우셨을 거예요.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목적이 다 다르면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려우니까요.


지하 : 누구에게나 오픈된 공간이라는 게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자연스러운 대화가 어색하고 어려운 사람들도 많잖아요. 저도 취향관 멤버였던 때를 생각해보면 아예 멤버라는 이름으로 묶이니까 안정감이 있었어요. 오늘 처음 만난, 전혀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죠. 우리는 시공간을 공유하며, 이미 모종의 관계를 맺었다는 합의가 이뤄졌으니까요.  


소희 : 취향관은 특정한 무언가를 얻어가겠다는 뚜렷한 목적이 있는 곳이 아니기에 더더욱 합의가 필요해요.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는데 빡빡한 룰이 없으니, 기본적인 가치와 태도에 합의가 없으면 혼란스러운 관계가 되는 거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없다면 처음에는 불안하고 어색할 수 있잖아요.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분위기에 젖어들기까지는 여러모로 경직되니까, 시작부터 어느 정도는 관계의 가능성이 분명해야 이후의 상황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02 l 우리가 말하는 합의란?

 

 : 결국은 ‘태도’의 문제인 것 같아요. 여기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에게도 내 이야기를 꺼내 들려주겠다는 합의인 거죠. 그게 전제돼 있으니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자유롭게 대화 나눌 수 있어요. 물론 아주 가끔 취향관 멤버들이 추구하고 합의하는 가치와 다소 어긋난다고 느껴지는 사람도 있어요. 경청이 필수적인 곳인데 자기 얘기만 한다든지,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편함을 내비친다든지 하는 경우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이렇게 많은, 다양한 사람이 모였는데 어떻게 다 마음이 맞겠어요.


소희 : 맞아요. 다행인 건 그런 경우가 정말 적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멤버십 신청서를 작성하고 간단한 인터뷰를 거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합의하고자 하는 가치관을 충분히 전달하니 가능한 거겠죠.


지하 : 확실히 다들 ‘다름’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있어요. 그 부분이 취향관에서의 만남에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인데요. 아까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건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던 것처럼, 여기서는 어떤 주제의 이야깃거리를 꺼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요. 멤버들 모두 각자의 다른 생각과 의견, 취향을 존중하자는 태도를 공유하니까요. 오히려 내가 생각하지 못했고 경험해보지 못했던 걸 새롭고 흥미롭게 받아들여요. 


소희 : 대화의 ‘자율성’도 합의의 큰 축이 될 수 있겠네요. 취향관에 왔다고 무조건 타인과 대화를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대화는 강제되지 않아요. 원할 때 자유롭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모두와 대화할 수 있는 게 핵심이죠. 



03 l 합의된 관계가 가져오는 특별한 점이 있다면?


소희 : 사람과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속에서 자연스러운 변화와 성장을 겪는 것 같아요. 아까 이야기 나왔던, 취향관의 가치와 다소 어긋나는 상황이 생기잖아요. 그건 누군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에요. 단지 우리가 아직 타인과의 대화나 살롱문화에 익숙하지 않았을 뿐인 거죠. 하지만 그런 분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변해요. 여러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살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여주세요. 경험도 쌓이고 분위기에도 익숙해진 거죠. 그런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가끔은 정말 감동적이에요.


지하 : 저도 한 멤버가 기억나요. 관계에 미숙하고 상처도 많은 분이었어요.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셨죠. 근데 여기에는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는 ‘멤버들’이 있잖아요. 그들은 나와의 대화를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기다려주는 사람들이고요. 그 믿음 때문인지 어느 순간부터 그분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어요. 어두웠던 표정이 밝고 쾌활한 웃음으로 바뀌고, 취향관에 머무르는 모습이 참 편안해 보이시더라고요.


 : 취향관이라는 공동체도 성장하지만, 개개인의 성장과 변화도 무척 의미있어요. 살롱문화나 취향 기반의 공동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막상 본인이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소극적인 성향을 가진 분들도 적지 않고요. 다만 이곳을 경험하는 분들은 확실히 긍정적인 변화를 맞게 되는 것 같아요.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도 열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게 되는 거죠.


소희 :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 나이 탓에 자유로운 대화와 관계가 이뤄지기 어렵잖아요. 하지만 취향관에서는 그런 것들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니 관계가 자유로워요. 온전한 나로서 지내며, 일상을 나누고 취향을 공유할 뿐이죠. 힘을 모아 공통의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도 하고요. 자기 표현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이런 공동체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들 너무 자연스러워요. 멤버 모두 느슨한 유대가 주는 즐거움과 안정감을 좋아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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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익숙하고 가까운 관계도, 새로 알게 된 이름도, 우리에겐 늘 어렵습니다. 다만 상대를 대할 때에 갖출 좋은 가치관과 태도를 고민한다면 어떤 만남도 잘 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고민과 대화가 우리를 더 좋은 관계로 이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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