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조각하자
"나를 움직인 것은 내재된 동기가 아니라 결국 칭찬이었던가? 결국 인정이었던가?"
지금까지도 선명한 어릴 적 기억 중 하나는 새벽에 일어나서 숙제를 다 끝내고 하루 종일 놀았던 것이다.
아마 방학이었을 것이고, 여느 또래들과 같이 나도 평소에 구몬 학습지를 풀었다. 아침에 할 일을 다 하고 노는 게 낫지 않냐는 엄마의 제안 때문이었는지, 그날 아침 유독 컨디션이 좋았기 때문이었는지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날 풀어야 하는 학습지를 아침 6시반인가 일어나서 다 풀어 버렸다. 그리고 남은 하루를 밖에서 놀았다.
‘노력한 것은 돌아온다’는 흔한 격언을 몸소 느꼈기 때문일까, 아니면 할 일을 다 털어낸 개운함에 마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기 때문일까. 아무튼 이 사건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요즘 가만히 앉아 생각을 하다 보면, 내가 남의 인정을 먹고 사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일화를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저 순간에는 내가 나를 인정했던 것 같다. 수고했다고, 참 잘 했다고. 뒤에 따라오는 다른 사람들의 칭찬은 기억을 강화시키긴 했겠지만, 부수적인 요소였을 것 같다.
쓰다 보니 알겠다. 나는 나 스스로 나를 인정할 정도로 열심히 해서, 스스로에게 인정받고 싶은 사람이구나. 다른 사람들의 칭찬이나 인정보다는 너무도 치열하게 살아서 내가 나를 인정하는 순간이 기억에 남았구나.
다음 글에 쓸 고등학교 때의 경험을 생각하면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게 더욱 선명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