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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매니저Y Dec 30. 2021

그들의 비웃음 소리뿐

온전하기 위해 휘어지련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는 표현들, 소설들이 적지 않다.

경기중에 발생하는 수많은 상황들과 결과에 희비가 엇갈리는 매 순간들이 인생과 많이 닮아 있나 보다. 그래서 야구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보니 아이는 운동선수의 길을 가겠다 하고,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호기롭게 그 길을 가고 있다.

즐거운 일도 많았고, 뿌듯한 기분을 느껴볼 경험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다'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날 날이 없다.

'스포츠 멘탈 코칭'이라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생겨나고, 기술력 못지않게 멘탈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선수들의 멘탈 관리를 위한 환경 조성이나 조력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성인의 몸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자기 정체성이 완성되기 이전인 청소년기 선수들의 멘탈은 누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까?


부모님 = 엄마 and 아빠

그런데 부모의 멘탈이 잘 버텨줄지 의문이 드다.

아이를 위해 이해의 폭을 넓혀야 했고, 이해를 위한 다짐을 수도 없이 했으며, 생각의 스위치를 꺼야 했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적인 문화는 변하기 어렵다는 걸 모르지 않고, 내가 특정 영역에서 개혁자로 살아가려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대쪽 같은 성품의 사람도 아니다.


나는....

다만....


효율성을 따져보자 했고

합리적인 설명을 요구했고 (설사 관행이라 할지라도... 설명이 듣고 싶다.. 설득을 당할지라도)

여러 사람에게 이로운 거니 번거롭더라도 바꿔보자 했고

학생선수이니 학습권에 대한 최소한의 환경 조성을 건의했으나


...

그저 그들의 비웃음 소리뿐

...

물론  당신들이 맞고 내가 틀렸을수도 있다.


운동선수 부모로서의 삶에서 물리적 시간을 빼서 밥 당번을 하고, 차량 지원을 하고, 운동장 정비에 일손을 돕는 등의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합리적인 설득을 당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제일 안 되는 일인가 보다.

같이 자식 키우는 동등한 입장에서 그들의 비웃음은 나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모르겠지만,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상하관계와 권위주의, 복종 중심의 문화를 강요할 지라도,  내 아이는 당신 같은 어른들보다 더 당당한 모습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키울 겁니다.




학교의 바람과는 다르게 동계 훈련을 강행하기로 학부모회의에서 결정이 났고,  많은 사람들의 염려와 걱정 속에 삼일 후면 아이는 30일간의 동계 훈련을 떠난다.

학교 입장을 대변하는 운동 부장 선생님이자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그래도 안전한 상대라 느끼셨는지 이른 새벽에 전화를 주셨다.


마치 내 복잡한 심경을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내 마음속 이야기를 대신 하소연해주셨다.


"어머님~ 정말 다들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거 맞죠??"

...

"선생님, 저도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앞두고 판을 뒤엎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에는 모두 동의하실 겁니다. 아무 일 없을 거고, 아무 일 없도록 애써 주실 거고, 다들 협조 잘할 거니 걱정 마세요. 비록 저와 생각이 많이 다른 분들이시지만 좋은 생각만 하려고요. 응원하러 가실건가요???"

...

"그럼요..제가 못견뎌요. 내 새끼들 멀리 보내놓고 어떻게 있겠어요.

...

"그런데요... 선생님?? 저..... 아이 뒷바라지 계속할 수 있겠죠?? 저 사실 힘들어요 "

...

"어머님~ 우리 00이 속이 꽉 찬 아이예요. 밀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어머님이 버텨주시면 됩니다. 00 믿고 가세요. "


절대적인 내 편이 없는 것 같은 이 안에서 나와 내 아이를 믿어주고 있는 분이 계시다는 사실이 이렇게 감격스러울 수 있을까? 밤새 그들의 비웃음 소리가 귓전을 맴돌아 잠한 숨 못잤는데....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몇백만 원의 값어치를 할 만큼 효율적인 시간이길 바라며

그럴만한 쓰임의 이유가 충분할 거라 믿기로 하고

이로운 변화가 누구에게는 불편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아이 스스로가 필요성을 느낀다며 학습 거리를 챙겨가겠다고 말했다.


나라는 사람의 이해의 폭이 어디까지 넓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만큼 성장한 것이리라.



지면 안 되는 문화, 실수하면 기회를 잃는 문화, 패배하면 질책을 당하는 문화 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그 정체를 알지도 못한 채, 자기가 보는 세상이 전부인 양 버티고 있음을 아는 순간부터 멘털이 흔들렸다. 네가 선택한 길이니 버티라고 하기에는 부모로서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혼란스러웠다.


아이는 내게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자기에게도 다 생각이 있다고....


아~~ 그렇구나. 그런 거였구나...

아이에게서 또 한수 배운다.

모르지 않았구나.


운동선수 부모를 위한 멘탈 코칭이 절실히 필요하다.


너의 행복 야구를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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