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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빗 Nov 14. 2021

쉽게 이해하는 공간 음향

'공간 음향'이란 무엇일까? 

사실, 공간 음향이란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소리를 듣는 상황 그 자체를 뜻하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앞을 보고 걷고 있어도 뒤에서 차가 오는 것을 알 수 있고 숲을 걸으면 대략 어느 방향에선가 새가 우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리고 공사장 근처에서는 소리를 통해 내가 건설공사 현장에 가까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듣는 소리에서는 이제껏 그런 공간감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던 거죠. 


스테레오의 예를 들어볼까요? 


우리는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통해 두 귀로 스테레오로 만들어진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사실 두 귀로 소리를 듣는 것은 일상생활에서의 소리나 헤드폰으로 듣는 소리나 같은데 무엇이 다를까요? 

가까운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더라도 우리는 그 스피커에서 직접 귀로 전달되는 소리와 스피커에서 출력된 소리가 벽/천정/바닥 또는 책상에 반사되어 오는 소리를 함께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소리들은 우리 귀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머리의 크기, 귓바퀴의 모양에 따라 조금씩 변형되어 들리고 더구나 두 귀에는 각각 서로 다른 소리로 들리게 됩니다. 우리의 뇌는 그 과정을 해석해서 소리를 내는 물체가 어느 곳에 있다는 것을 유추하게 되죠. 그 과정은 마치 잠수함의 소나나 레이더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헤드폰은 그런 공간에서의 소리의 반사 그리고 머리와 귓바퀴의 변화를 모두 거치지 않고 귀에 곧바로 소리를 전달하죠. 그런 과정은 우리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 과정에서 두 귀에 도달한 소리는 공간상에서의 변화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스테레오’ 효과를 넣기 위해 약간의 변화를 주더라도 그 소리가 마치 머릿속에 머물러 있는 듯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전문 용어로 IHL(In-head localization)이라고 합니다.




스테레오 사운드를 스피커를 통해 듣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우리는 두 개의 스피커를 통해 소리의 위치를 전달받습니다. 이때 오른쪽 스피커에서 더 큰 소리가 재생되면 마치 그 음원이 오른쪽에 치우쳐 있는 것으로 느끼게 되고, 그 정도는 좌우에 재생되는 소리 크기의 밸런스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즉, 두 스피커 사이 어디엔가 악기 소리가 머무르도록 재생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흔히 ’sweet spot’ 즉, 두 스피커에서 같은 거리의 어디엔가 위치하지 않으면 적절한 위치감을 느끼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두 개의 스피커를 사용할 때 적절한 청취 위치를 두 스피커와 청취자가 정삼각형의 각 꼭짓점에 위치하는 것으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 공간에서의 소리는 더 넓은 폭으로 펼쳐 있거나, 스피커를 통해 재생되지 않는 실제 공간의 반사음이 내 머리 위, 뒤쪽 또는 양 옆으로 다양하게 전달되면서 공간감과 실재감을 전달하게 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인 스테레오 스피커로 듣는 음악 역시 실제 공간에서 연주되는 악기의 소리를 사실적으로 전달하는데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두 개의 스피커를 사용하면 그 가운데 언저리에서만 충분한 소리의 위치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공간 음향을 짧게 정의하면, 듣는 사람에게 ‘그 사람을 중심으로 360도 방향에서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공간 음향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공간 상에 여러 개의 스피커를 사용하는 방법-흔히 서라운드라고 이야기하는-이고 또 하나는 헤드폰 또는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스피커를 사용하는 방식은 듣는 이를 중심으로 360도 방향에 최대한 여러 개의 스피커를 위치시키고 그 방향에 맞는 소리가 재생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전에 사용하던 5.1 또는 7.1 채널의 ‘서라운드’ 방식은 우리 두 귀가 수평방향의 소리의 위치 변화에 예민하고 수직 방향으로는 둔감하기 때문에 수평방향으로 스피커를 앞/뒤/좌/우로 배치하고 소리를 재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최근에 사용하는 Dolby Atmos와 같은 공간 음향 방식은 수평 방향뿐 아니라 머리 위로도 스피커를 위치시켜 전후좌우뿐 아니라 상하 방향의 소리의 변화 및 공간감을 더해줍니다. 

돌비 애트모스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7.1.4 채널의 스피커 배열입니다.

헤드폰을 사용하는 경우 일반 스테레오와 동일하게 두 채널로 재생하지만 음원의 제작 과정에서 음악 또는 영화의 음원이 공간상에서 듣는 이에게 전달될 때 더해지는 소리의 변화 - 공간의 반사음, 머리와 귓바퀴의 모양에 의한 변화, 어깨에 의한 변화 등 -를 디지털 신호처리 방식으로 부가해 마치 헤드폰을 쓰고서도 소리가 내 눈앞 또는 주변의 공간상에서 들리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줍니다.  

이러한 기술을 ‘바이노럴(binaural)’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흔히 유튜브 ASMR 채널에서 소리를 제작할 때 귀 모양의 마이크 또는 사람 머리처럼 생긴 마이크를 사용하죠. 이렇게 녹음한 것을 헤드폰으로 들으면 마치 내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것도 바이노럴 음원 제작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바이노럴 마이크

이렇게 바이노럴 방식으로 제작된 음원을 들으면 소리는 일반 스테레오에서 처럼 머릿속에 머물지 않고 최소한 머리 바깥의 가까운 어느 곳, 혹은 공간상에 어느 지점에서 들리게 됩니다.

신호처리를 통해 헤드폰을 통해 듣더라도 음원이 공간상에서 듣도록 느끼는 것이 공간 음향의 효과입니다.

애플 뮤직이 2021년 중순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Dolby Atmos’ 방식의 음원은 음원이 다양한 공간 음향 방식에 적용되도록 다채널 음원뿐 아니라 각 소리의 위치와 움직임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헤드폰 또는 이어폰으로 공간 음향을 접하다 보면 마치 공간 음향이 헤드폰/이어폰에만 적용되는 것처럼 오해하기도 합니다.

(특히 애플의 모호한 표현 때문에 마치 공간 음향을 즐기려면 Airpod Pro 또는 Airpod Max가 꼭 있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스테레오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그 음원의 신호를 해석해 재생할 수 있는 AV 앰프와 다채널 스피커를 사용하면 12개 또는 그 이상의 스피커를 통해 실제 공간상에서 전달되는 소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단지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사용하면 그러한 공간감을 binaural 방식을 통해 전달하게 되죠.

당연히 체감상의 음질과 공간감은 스피커를 통해 듣는 것이 훨씬 훨씬 좋습니다.^^ 

아직 극장에서의 서라운드 음향과 달리 대중음악 또는 다양한 장르의 음원에서 공간 음향은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채널 스피커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사용하는 사운드바(Sound Bar) 스피커는 충분한 소리의 방향감을 재현해내지 못하고, 이어폰과 스피커를 통해 듣는 공간 음향은 각 사람의 차이-머리 모양, 귓바퀴 모양, 머리의 크기 등등-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아직 정말 실재감 높은 공간 음향을 전달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간 음향 음원 재생 시 소리가 멀거나 답답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특히 대중음악에서의 공간 음향 음원 제작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음악마다의 편차도 크고 많은 시행착오도 보이고 있죠. 


하지만, ‘공간 음향’이라는 것이 단순히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가벼운 기술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불완전한 스테레오로 듣던 음악을 실제 공간으로 되돌려 놓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점점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게 됩니다. 


이어지는 글에서 이론적인 배경과 함께 실제 공간 음향을 더 잘 즐길 수 있는 팁과 리소스들을 함께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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