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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눌리에 Jun 01. 2021

#7. 친구 사귀기 프로젝트_1

프랑스 덕후의 프랑스 살이 이야기

 집을 구하고  번째로  일은 어학원을 찾는 것이었다. 어학원은 여러 개가 있었는데 금액은 전체적으로 비슷했고( 비싸다) 커리큘럼도 대체로 비슷했다. 결국 가장 유명하고 한국에서도 다녀본 알리앙스 프랑세즈에 가기로 했다. 학원은 집에서 걸어서 10 거리로 굉장히 가까웠는데 외관이 마치  같았다. 프랑스스러운 오래된 건물이었는데 대문으로 들어가면 아주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크고 웅장한 문을 밀고 들어가면 일층에는 커다란 고풍스러운 거울이 놓여져 있었는데 마치 미녀와 야수에 나올  같은 풍경이었다. 계단은 나선형이었는데 정말 예뻐서 어쩐지 드레스를 입고 걸어야만   같았다. 햇빛이 비치면 계단 손잡이 모양으로 그림자가 지는데  모습이  예술 작품 같아서 매일 아침, 계단에서 멈춰 서곤 했다.  


처음으로 학원에 간 날, 수업을 기다리면서 독일에서 왔다는 친구를 알게 되었다. 친구의 이름은 딜라라였는데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공주님 이름 같다고 생각했다. 아쉽게도 우리는 같은 반이 아니라서 약간의 대화 후에 헤어져야 했다. 우리는 수업이 끝난 후에 마주치면 늘 인사를 주고 받았는데 그 이상의 교류를 하지는 않았다. 딜라라네 반에는 내 또래 친구들이 더 많았고 수업이 끝나면 그들끼리 어딘가로 가곤 했는데 초반에는 우리 반 사람들을 신경 쓰느라 그 무리에 낄 수가 없었다.  


일주일에 몇 번씩 학원에서 방과 후 엑티비티를 하는 날이 있는데 하루는 미술관을 갔다. 미술관에서 야간 개장을 하고 특별히 학생들을 무료 입장시켜주는 행사였는데 무용과 학생들은 현대무용 공연을 했고 미대 학생들은 관람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성을 개조한 듯한 미술관에 그림들이 걸려있고 그 배경으로 사람들이 춤을 추는데 그건 바로 내가 그토록 보고 싶던 예술의 나라, 프랑스의 모습이었다.


딜라라의 친구들 몇 명도 미술관 투어에 참여했는데 내가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예쁘고 아주 쿨해 보이는 금발의 여자애들이었다. 막상 말을 걸어보니 둘 다 사교적인 스타일이었고 펍에서 파티가 있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미술관에서 나와 펍에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았다. 유럽 생활 초짜였던 나는 그들의 ‘파티’는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나를 제외하고는 그 많은 사람들이 서로 아는 사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같았으면 가서 신나게 놀았겠지만 정말 웃기게도 그 당시에는 그 사이에 낄 수 없을 것 같았고 하루 종일 프랑스어를 써서 그런지 갑자기 너무 피곤해졌다. 그리고 또 ‘계획하는 내’가 되어서 내일 아침 아홉시에 수업이 있는데 오늘 밤에 술을 마시면 내일 수업에 집중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펍에 들어가자마자 나와버렸다(나에게 이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내 유럽 친구들은 안 믿겠지만).


혼자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는데 자꾸 펍의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신나는 대화 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프랑스에 오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마음 가는 대로 내키는 대로 하기로 결심했는데 또 머리로 판단하고 오늘보다는 내일을 생각한 결정을 내린 것이 후회스러웠다. 그 날 밤에는 내일은 꼭 그저 재밌을 것 같은 선택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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