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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눌리에 Jun 01. 2021

#8. 친구 사귀기 프로젝트_2

프랑스 덕후의 프랑스 살이 이야기

다음 날 프랑스어 수업이 끝나고는 내가 먼저 그들을 찾았다. 어디 가냐고 물어봤더니 점심 먹으러 빵집에 간다고 하길래 나도 같이 가기로 했다. 학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의 빵집이었는데 테라스에 회색 테이블이 네 개 정도 있었고 빵이 담긴 종이봉투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빵을 사서 테라스 자리에 앉았다. 이 그룹에는 영국인, 미국인, 독일인, 노르웨이인, 브라질인, 코스타리카인이 있었다. 빵을 먹고 나서는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서양권 사람들은 햇빛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빛을 쬐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늘을 사랑하는 동양인으로서 그들의 행동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한국에서 공원에 가면 그늘은 만석이고 빛이 드는 자리는 아무도 앉지 않는데 유럽은 정 반대였다. 햇빛이 잘 드는 자리가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자리였다. 한여름에도 빛이 드는 테라스 자리는 만석이다. 


공원의 중앙은 마치 옛날 초등학교 운동장 같은 흙바닥이었는데 우리는 그 공원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나폴레옹 동상 밑에 앉았다. 뜨거운 남프랑스의 햇빛은 머리 위로 쏘아져 내렸고 바람이 불 때마다 흙먼지가 날렸다. 약 15분 정도가 지나자 나는 집에 가고 싶어 졌다. 하지만 햇빛을 좋아하는 유럽인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참아 보기로 했다. 그렇게 땡볕을 2시간 정도 쬐고 나니 다들 집에 가고 싶어 했고 다 같이 저녁때 펍에 가기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날 이후로 매일 친구들과 햇빛 아래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고 음악을 듣다가 저녁때 파티를 가거나 펍을 가곤 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햇볕을 쬐며 앉아 있는 것이 너무나도 어색하고 시간낭비처럼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 유럽인들의 템포에 적응하게 되었고 나 또한 햇볕 쬐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하루는 다른 반 대만인 친구가 우리와 함께 공원에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30분 정도가 지나니 공부해야 한다고 집에 가버렸다. 그날 이후로 그 친구는 우리의 점심 모임에 오지 않았다. 역시 동양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햇볕 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럽인들의 여유로운 스타일과 동양인들의 스타일이 달라서 그런지 보통 동양인들은 유럽인 무리들과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학교에 행사를 안내해주는 게시판이 있었는데 하루는 탭 댄스 페스티벌 포스터가 붙었다. 춤 배우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는 무료 탭 댄스 강습에 가고 싶었고 마침 노르웨이에서 온 베네딕트와 미국인 케이티도 흥미를 보여 함께 가기로 했다. 탭 댄스 수업은 내가 들어가 보고 싶어 하던 댄스 학교에서 열렸다. 댄스홀에 들어가자마자 탭 댄스 구두들이 놓여있었고 그중 사이즈 맞는 신발을 찾아서 대여할 수 있었는데 탭 구두 밑창은 쇠로 되어있어서 바닥을 발로 차면 탁탁 소리가 났다. 약 50명 정도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정말 남녀노소가 다 있었다. 프랑스에서 살면서 가장 부러운 점은 이러한 행사나 수업에 갔을 때 전 연령층이 섞여서 문화를 즐긴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박자를 맞춰 탭 댄스를 추고 있으니 꼭 90년대 뮤지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함께 수업을 듣고 나니 어색했던 두 사람과 조금은 친해진 것 같아서 밤에 같이 와인을 마시러 가자고 제안했다. 테라스가 있는 펍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샹그리아를 마셨고 이 날 이후로 우리는 진짜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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