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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눌리에 Jun 01. 2021

#9. 글쓰기 모임_프랑스어를 이렇게까지 좋아한다고?

프랑스 덕후의 프랑스 살이 이야기

 몽펠리에로 이사 간 첫 주 주말에 집 앞 아뜰리에에서 진행되는 글쓰기 모임에 갔다. 현대무용을 하는 무용수가 진행하는 모임이었는데 다 같이 무용 영상을 보고 영상에서 느낀 것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글을 쓰는 모임이었다. 영상을 보고 글을 써야 하는데 도무지 무엇을 써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유일한 외국인인 나를 배려해 진행자가 원하는 언어로 글을 쓰라고 말해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쉽사리 펜을 들지 못했다. 


약 한 시간 정도, 방 안에는 펜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진행자는 원하는 사람은 손을 들고 쓴 글을 읽으라고 말했다. 보통 한국에서는 다들 머뭇거리면서 손을 들지 않는데 진행자가 말을 꺼내는 순간, 손 여러 개가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가 자신이 쓴 글을 읽기 시작했고 커다란 창문이 있는 작은 방은 프랑스어로 가득 찼다. 그들이 읽는 글이 어떤 이야기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모두가 집중해서 프랑스어를 듣는 그 순간, 나는 정말 행복했다. 마치 크림이 가득 찬 빵을 먹는 것 같은, 몽글몽글하고 포근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용기를 내서 손을 들었다. 열 명이 넘는 프랑스인들이 알아들을 수도 없는 나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고 어쩐지 내 문장들이 특별해지는 것 같았다. 글 쓰기 세션이 끝나고는 작은 무용 공연이 있었다. 그날의 진행자였던 무용수의 공연이었다. 방금 전까지 함께 글을 썼던 작은 방은 순식간에 무대로 변했고 그는 한 마리의 새처럼 날아올랐다. 


그날 내가 그 방에서 어떤 글을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글 쓰는 소리가 가득했던 그날의 공기와 자신의 글을 읽는 할아버지의 떨리는 목소리 그리고 프랑스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내 모습은 선명하다. 나는 내가 프랑스어를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것을 그날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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