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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눌리에 Jun 04. 2021

#12. 전 남친이 우리 동네에 온다_1

프랑스 덕후의 프랑스 살이 이야기

사실 나는 비싼 값을 치르고 엑상 프로방스로 왔다. 일을 위해 이사 오면서 만나던 남자 친구와 헤어졌기 때문이다. 길게 사귄 것은 아니지만 만나는 동안 무척 자주 만났기 때문에 시간을 따져보면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남자일 것이다.  만남부터 우리는 서로에게 엄청난 호감이 있었고 아마 그때 '첫눈에 반한다' 말이 뭔지 이해하게   같다. 어쨌든 내가 무척이나 좋아  남자와 헤어지게  이유는 아주 명쾌하고 간단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내가 다른 도시로 이사를 왔기 때문. 나는 그와 장거리 연애라도 좋으니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했지만  차례의 롱디를 이미 경험한 그는 결국 헤어지는  낫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우리는 남이 되었다.


그와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이 남자 생각이 났다. 일단 그는 내가 처음으로 만난 '잘생긴' 프렌치였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나의 몇 안 되는 전 남자 친구들을 떠올릴 필요도 없이 그가 내가 만난 남자 중 가장 나의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걸 말할 수 있다. 전에는 보통 헤어지고 약 한 달의 회복기를 가지면 전 남자 친구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싫어지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헤어진 게 아니라 그런지 두 달이 지났는데도 이 사람이 생각나고 보고 싶었다. 아주 가끔 그가 나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내가 그에게 문자를 할 때면 '이러지 말아야지'싶다가도 그가 나를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그가 내 문자에 바로 답장해준다는 것에 안도하곤 했다.


이틀의 휴가를 받고 나서 친구를 보러 바르셀로나에 갔다. 버스는 그와 내가 함께했던 도시를 지나서 바르셀로나로 향했고 그때부터 여행 내내 그의 생각이 났다. 하루는 친구에게 "나 전 남자 친구한테 문자 보내고 싶어."라고 말했고 친구는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니야. 내일 아침에 후회하게 될 걸."라고 조언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날 버스에서 자다가 눈을 떴는데 마침 또 그 추억의 도시를 지나고 있었고 해가 뜨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그의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는 안전하고 상처 받지 않을 일만 했는데 프랑스에 있어서 그런지 나는 조금 더 과감하고 솔직해졌다. 그 당시의 나는 나중에 한국에서 그 순간을 돌이켜봤을 때 '아 그때 그냥 그렇게 해볼 걸'이라고 후회하지 않는 것의 가장 큰 목표였고 그렇기에 조금 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선택을 했다. 그래서 그날 하루 종일 '지금 그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아도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를 생각했고 그날 저녁 나는 전 남자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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