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눌리에 May 31. 2021

#4. 태양의 도시_마르세유

프랑스 덕후의 프랑스 살이 이야기

남프랑스의 대표 도시 ‘마르세유(MARSEILLE)’까지는 약 여섯 시간 정도 기차를 타야 한다. 기차에서 문득 창 밖을 보다가 급격하게 구름이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남프랑스가 가까워질 수록 날씨는 맑아졌고 꽃과 풀이 점점 많아졌다. 마르세유에 도착하자 하늘은 청명했다. 아는 언니네 가족이 마르세유에 살고 있어서 잠시 언니네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역 앞에서 언니를 기다리는데 프랑스 내에서도 워낙 흉흉한 도시라는 소문이 많아 내 옆을 누군가가 지나기만해도 조금 움츠러들었다. 마르세유에 오기 전 머물렀던 북쪽은 날씨도 사람도 도시도 창백한 빛이었는데 남쪽으로 내려오니까 온통 햇빛을 잔뜩 받은 색이었다. 겨울인데도 바람은 따스했고 건물은 노란빛이었고 따뜻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마르세유는 남쪽이라 아랍이나 아프리카계 사람들이 많다). 


나는 은근 겁이 많아서 언니네 집 안에서만 몇 일을 지내다가 시내에 혼자 나갔다. 마르세유는 ‘제 2의 수도’라는 별명답게 굉장히 큰 도시였다. 신나게 구경을 하다가 길가에 있는 피자가게에서 조각피자를 사먹으며 걸어가는데 누군가 내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뒤를 돌았는데 어떤 남자가 자기는 아무 짓도 안했다는 제스쳐를 하며 나를 지나갔다. 다행히 없어진 물건은 없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마르세유’는 나의 살고 싶은 도시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작가의 이전글 #3. 무계획이 계획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