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토요일 저녁
사실 그 날만의 일은 아니었다.
여지껏 수차례 겪은 일이었다.
그 날 유독 심했을 뿐.
그 사람은 나를 인정하는데 굉장히 인색했다.
내 절친이 나를 칭찬해도,
다른 지인들이 나를 칭찬해도
그 것을 오히려 못마땅해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아이를 놔두고 일을 하러 가야했던 시기에는
니가 좋아서 일을 하는 거라며
너는 니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산다고 했고,
내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휴직을 하자
너는 왜 그 좋은 회사를 가기 싫어하냐며
그럼 집에서 돈 벌라고 종용했다.
그 날도 그랬다.
외식을 하는 중이었는데,
밥을 다 먹어갈 때쯤
일방적인 언어 폭력이 시작되어
족히 30분은 지속되었다.
나는 대꾸할 힘도 없었다.
그리고 먼저 자리를 떴다.
그 날 밤, 깨달았다.
10년 전에도,
오늘도 변함없는 태도를 가진 사람과
10년 후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을.
결혼반지를 뺐다.
그리고 내가 산 반지를 왼쪽 가운데 손가락에 끼기 시작했다.
그 이후,
마음의 병이 깊어져간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야
언젠가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일상에서는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데
마음 속에서는 자꾸 10년이 지난 순간을 기다린다.
현실과 나의 생각 사이에 벌어지는 부조화 때문일까?
몸도 자꾸 아프다.
나아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
다시, 우울증이 시작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