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는 개똥벌레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옛날에는 반딧불이가 개똥참외처럼 흔해서 개똥벌레라고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산속에서 반딧불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시댁에 있는 경주 감포만 가도 밤 산책 길에 산아래 논두렁에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딧불이가 귀해져 보호종으로까지 지정되었다. 자연을 개발하여 반딧불이의 서식지가 많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생활영역이 점점 넓어지면서 반딧불이가 빛을 내 짝을 부를 만큼 캄캄한 산이 줄어들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반딧불이가 많이 서식하는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지역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반딧불이 보호에 힘쓰고 있다고 한다.
2학년 아이들과 그림책 <잘 자, 반디야>를 읽었다. 정전이 되어 나무 그림자 때문에 겁이 나 잠들지 못하던 니나가 반디를 병에 담아와 함께 노는 이야기다. 소꿉놀이도 하고 그림자놀이도 하고 노는데 점점 반디의 불빛이 힘을 잃는다. 니나는 건전지도 대보고 좋아하는 초콜릿도 줘 보지만 소용이 없다. 문득 반디가 가족과 헤어져 혼자 병 속에 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으로 니나는 밖으로 나와 반디를 놓아준다. 반딧불이들이 아롱아롱 밝혀주는 불빛이 창으로 따스하게 비추고 니나는 반디에게 인사하고 잠이 든다는 이야기다. 까만 지붕 위에 까만 나무 주위에 반딧불이들이 환하게 날아다닌다. 영상으로 반딧불이를 촬영한 장면을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아름답다.
알, 애벌레, 번데기, 어른벌레 시기까지 모두 합하면 수명은 대략 1년 정도 된다. 긴 시간 동안 다슬기나 달팽이를 먹으며 비상을 준비한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된 반딧불이는 14일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먹이도 이슬만 먹는다고 한다. 14일 동안 열심히 짝을 찾아 사랑을 나누고 후손을 남겨야 하는 반딧불이. 종류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암컷은 수컷보다 몸이 무겁기도 하고 간혹 날개가 없는 종류도 있어 주로 수컷을 기다린다. 불빛을 반짝이며 분주히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는 수컷이다. 이렇게 마음이 급한데 사람들이 밤새 불을 환하게 밝히고 숲을 돌아다니면 반딧불이들은 얼마나 속이 상할까? 반딧불이 서식지에 간다면 꼭 불을 어둡게 하고 조용히 인사를 건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