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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Jul 27. 2019

헤어졌지만 아직 만나고 있긴 해요... 어쩌죠?

당신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동물의 세계에선 자신보다 더 센 상대를 향해 복종의 표시로 배를 보인다거나 목을 드러낸다. 그러면 강자는 그 신호를 받아들이고 더 이상의 공격을 하지 않는데, 신기하게 인간의 세계 그것도 연애에서도 그와 유사한 모습이 종종 보인다. 


평소에는 사소한 일로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다가도 상대가 이별이라는 강수를 두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약한 모습을 보이고 뜬금없는 반성을 하며 상대의 눈치를 보며 주눅이 들고 매달린다. 약자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듯 보이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건 연애는 동등한 관계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자의 입장에서 나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당신이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 당신은 계속해서 상대의 눈치를 보는 비대칭적인 관계에서 벗어 날 수가 없다.



남자 친구와 1년 정도 만나고 헤어졌어요. 헤어진 이유는 제가 집착이 심해서였는데 처음엔 남자 친구도 이해를 해주는 것 같았는데 지쳐가면서 몇 번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그때마다 제가 붙잡았지만... 달라지지 않는 모습에 남자 친구는 저와의 관계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네요...
헤어지고 나서 지금껏 두어달 때 애매한 관계를 지속해오고 있어요... 이미 제게 마음이 떠난 것 같기도 하고... 여지를 주는듯하기도 하고... 정말 모르겠네요... 집착을 줄여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일방적인 노력인 것만 같고... 좀 남자 친구가 도와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걸 바라는 건 힘들 것 같기도 하고요... 정말 이 사람 놓칠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떡하죠...?
- K양


평소 연인 관계에서 대화를 강조하는 이유는 화를 내는 것은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무엇보다 감정적인 싸움 끝애는 결국 갑과 을이 나눠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갑과 을이 잘못한 사람이 을이 되고 잘못 때문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갑이 된다면야 그나마 공정한? 싸움이 되겠지만 관계에서 갑과 을은 주로 감정적인 사람이 을이 되고 이성적인 사람이 갑이 되는 경우가 많다.


K양이 정확하게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어떤 이유로 다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K양도 집착을 보이고 화를 냈었던 것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그 트러블을 대화가 아닌 주로 감정적으로 풀다 보니 K양은 감정적인 사람 남자 친구는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빠지게 되고 자연히 주도권이 K양에게서 남자 친구에게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러다 보니 헤어 지나는 말이 나오기 전에는 자신이 느끼는 불만에 대해 다짜고짜 화를 내가다 이별 통보를 받고 나서는 대화는커녕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오로지 남자 친구의 눈치만 보는 상황에 놓이게 된 거다. 


주변 사람들은 "그게 무슨 연애야! 그냥 잊고 새로 시작해!"라고 말할지 몰라도 K양의 입장에선 그게 쉽지 않다. K양 입장에서는 누구보다 더 현재의 상황이 고통스럽겠지만 돌이켜 보면 자신이 감정적으로 남자 친구에게 쏟아냈었던 기억, 그리고 남자 친구가 그것을 받아주던 기억들이 있으니 조금만 참으면 남자 친구가 자신을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자신이 잘못했으니 이런 상황에 놓이는 것이 당연하는 식의 생각이 들며 쉽게 놓을 수가 없는 거다. 


문제는 지금 K양의 방식은 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재회에서 더더욱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거다. K양은 집착하는 버릇?을 고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하지만 누가 봐도 억지로 참고만 있을 뿐 달라진 게 없다는 걸 남자 친구는 잘 알고 있다. 


K양이 제대로 된 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억지로 참으며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 할 것이 아니라 남자 친구와의 이별을 인정하고 남자 친구와 본인의 관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도 제대로 바라보자. 지금의 상황은 K양이 죄인으로써 남자 친구의 눈치를 보며 주눅이 들어 있으면 남자 친구가 마지못해 안타까우니 한 번씩 만나주는 모양새다. K양은 이러한 관계가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나마 이렇게라도 만나주는 남자 친구가 고마울 것이고, 남자 친구는 당장에라도 끊을 수 있지만 K양을 위해 만나준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남자 친구도 만나기 싫지만 K양을 위해 억지로 만나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것이며, K양과의 만남을 통해 여러 감정적 위안과 즐거움을 얻고 있다. 문제는 K양도 남자 친구 스스로도 그것을 인식 못할 뿐이다.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K양이 이별을 인정해야 한다. 억지로 참고 맞춰주고 억지로 만나주는 연인 관계보다는 차라리 이별을 인정하고 친한 지인으로 관계를 전환하자. 그래야 K양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남자 친구도 K양을 만나며 느껴지는 호감들을 정확히 인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겁이 날 수도 있다. K양 입장에서는 K양이 이별을 인정하면 그나마 가느다랗게 연결되어 있던 인연마저 끊어져 버리진 않을까 걱정이겠지만 앞서 말했듯 남자 친구는 K양이 붙잡아서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애매한 위치에 있길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K양이 그 손을 놓는다고 남자 친구가 갑자기 사라져 버리진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관계로 전환할 기회를 얻게 되고 남자 친구도 고압적인 자세에서 내려오게 될 거다. 


그만 빌어라. 그리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라. 우리는 결국 맞춰주는 사람이 아닌 매력 있는 상대에게 끌리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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