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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희정 Dec 04. 2024

무탈함을 확인하려고 카페에 간다

오늘도 무사히


잘 준비를 하다 말고 남편이 갑자기 서둘러 뉴스를 틀었다. 선명한 빨간 띠 위로 비상계엄이라는 글자가 크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수하게 대통령이 하는 연설의 알맹이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지만 애초에 그런 것은 없었다.


계엄령은 국회에 의해 여섯 시간 만에 해제되고 날이 밝았다. 기사에는 국회의원에서 총구를 겨누는 군인의 사진을, SNS에는 어젯밤 퇴근길 도로 위에서 장갑차를 찍은 영상을 보았다. 나가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오늘은 조용히 집에 있을까 잠시 고민했지만 내 자리에 굳건히 오늘을 지키는 사람들을 본다. 회사를 가고, 학교에 가고, 가게 문을 여는 사람들. 나도 그들처럼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향한다. 어젯밤 사태로 흔들리지 않기로 한다.


소란스러운 머릿속을 가다듬기 위해 공원을 한 바퀴 걸었다. 아침 운동을 나온 노인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가볍다. 카페 문을 열고 2인석 작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10시 오픈하는 카페니 아마도 내가 첫 손님. 카페에는 향긋한 빵 냄새가 난다. 사장님도 어젯밤 뉴스를 보며 불안했을 것이다. 내일이 어떨지 알 수 없지만 아침 일찍 카페 문을 열고 빵을 구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도 평소처럼 노트북을 들고 온 손님이 되어 커피와 레몬케이크 한 개를 시키고 앉아 태연하게 글을 쓴다. 나의 일상을 공포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카페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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