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evos Divorciados (divorced eggs)
어제 밤늦게까지 개표 상황을 봐서 예상은 했지만, 아침에 결과를 보니 처참하다.
대통령뿐 아니라 상하원 자리도 한쪽에서 다 가져갔다. 압승을 했다.
그렇다면 상대편은 참패를 한 거다.
나는 그를 ‘Snake Oil Salesman(만병을 고친다는 가짜약을 파는 세일즈맨)’이라 하지만 누군가는 그를 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를 성취할 수 있는 영웅이라 믿는다.
몇 달 전부터 계획했던 애리조나 여행.
혹시라도 선거 결과에 따라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했는 데 아침에 결과를 보니 그럴 일은 없겠다. 안심하고 길을 떠나자~~
오늘따라 심하게 부는 산타 아나 강풍에 좌우로 심하게 흔들리는 차는 먼지를 가르며 국도를 달린다.
애리조나주 경계를 넘게 되면 지루한 황무지 사막길로 목적지인 스코츠데일까지 다섯 시간 정도 가야 할 테니, '팜데저트 쯤에서 진한 커피 한 잔과 간단하게 브런치를 먹자'하고 길 위에서 찾은 카페.
진한 아메리카노 2잔을 주문했더니 뚝배기 만한 큰 컵에 찐~~한 커피를 내어 준다.
커피에서 로부스타 커피빈 특유의 냄새가 훅 올라온다.
“이거 한 잔 다 마시면 다섯 시간이 아니라 닷새도 끄떡없이 달리겠어.”
브런치와 던치 (Brunch & Dunch),
메뉴를 훑어보는데 ‘Divorced Eggs'라는 음식이 눈에 띄었다.
2 eggs divided with refried beans over tostadas, green tomatillo sauce & red sauce
참 재밌는 이름이다. 계란도 이혼을 하나?
식사 주문을 받으러 온 직원에게 이름이 재밌어서 먹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Huevos Divorciados라고 멕시칸 가정의 흔한 아침 메뉴란다.
멕시칸 가정이라면 집에 항상 있을 재료니까 언제든 쉽게 만들 수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Divorced Eggs
튀긴 콘 토띠아 위에 그린 칠리소스와 레드 칠리소스를 뿌리고 그 위에 계란 프라이 한 개씩. 접시 가운데에 있는 리프라이드 빈이 두 개의 소스와 그 위에 올려진 계란이 섞이지 않도록 이혼(분리)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Divorced 뜻이 이혼이건 분리이건 별로 긍정적인 뜻은 아닌 것 같은 데 왜 하필 아침 식사 메뉴 이름에 쓴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좌우, 청홍, 흑백, 빈부, 남북으로 나뉘어 어울리지 못하는 세상이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오늘 같은 날 하필 Divorced Eggs라는 음식을 내 생애 처음 먹게 되다니….
브런치를 먹고 다시 길을 떠난다.
라디오에서 존 레넌의 ‘Imagine’이 흘러나온다.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be as 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