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감상의 방법들 1_대립적인 그림 사이에 다리 만들기
한 예능프로그램에 배우 류승수 씨가 나와 어떻게 배우에게 우는 방법을 가르치는지 설명하는 것을 봤다. 우는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매일매일 울어야 된다고 한다. 딱딱하게 굳어있는 감정이라는 돌멩이에 매일같이 열을 가해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예술 작품 앞에 선 우리에게도 같은 방법이 필요하다. 때로는 미술작품 앞에 서서 자신이 이 작품을 보며 무엇을 느끼면 좋을지 조차 알지 못해 당황해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스탕달은 귀도 레니의 그림 앞에서 심장이 빠르게 뛰어 호흡이 가빠지고 다리가 풀리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누군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예술작품을 마주했을 때 스스로 어떤 감각을 예민하게 포착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어떤 옳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 내가 이 작품을 이해하기에는 내 지식이 짧다는 생각, 전문가만이 알 수 있는 어떤 것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은 작품을 온전히 바라보는 것을 방해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내 감정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보며 감상을 해보라는 주문은 즐거움보다는 공포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방법이며 이러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미술교육이 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특정한 방법과 경로를 통해 막연한 생각들을 언어화시키고 내가 느끼는 그림에 대한 인상들을 설명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두 개의 그림을 가지고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는 감상법을 소개한다. 아래의 예는 실제로 튜토리움시간에 학생들에게 주어졌던 사진이다. 주어진 사진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귀국한 병사가 길거리의 여자를 붙잡고 기습 키스를 했다는 내용으로 유명한 사진이다. 오른쪽은 '형제의 키스'라고 알려져 있는 동독과 소련의 정치인 사이의 키스다. 학생들은 손바닥만 한 종이에 이 그림에 대한 자신이 생각하는 키워드를 적어낸다. 두 그림(사진)을 양 옆으로 멀찍이 떨어뜨린 뒤에 두 그림의 공통점에 해당하는 것은 맨 가운데에, 차이점에 해당하는 것은 각 속성이 어울리는 그림 옆에 매치하도록 한다. 아래의 박스 안의 키워드들은 실제로 학생들이 적어 낸 단어들이다.
단어를 배치하는 작업이 끝나고 나면 각각의 단어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이때 놓인 카드들은 의미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이동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처음에 공통점으로 놓인 전쟁은 오른쪽 그림보다는 왼쪽 그림에 가깝다는 의견에 의해 왼쪽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오른쪽 그림은 냉전에 대한 것이고 왼쪽 그림은 열전에 대한 것이므로 같다는 반론이 나와 전쟁은 다시 가운데로 이동하게 된다. 오른쪽에 배치되었던 정치는 왼쪽 그림도 정치적인 맥락이 있다는 주장에 따라 소폭 이동하게 된다.
처음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라는 실마리를 통해 그림에 대한 유의미한 키워드들을 수집한 뒤 그 키워드들을 이동시키며 내용에 대해 깊이 토론할 수 있는 과제이다. 조금 더 미술사적으로 접근한다면 추상과 구상, 평면과 입체와 같은 대립점을 통해 각 표현방식이 갖는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이고 역사수업에도 흥미로운 토론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