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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씨워터 Aug 04. 2023

달콤한 나의 도시

비비언 고닉/짝 없는 여자와 도시

사랑을 열망했던 시절부터 ‘짝 없는 여자’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하고 레너드와의 우정을 이어가는 시절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뉴욕 거리를 걷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걷는 동안 마주치는 일면식 없는 타인들을 자신의 삶으로 적극적으로 끌고 들어오는 것은 물론, 우정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저자는 자신의 지평을 넓히는 동시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다 명확히 알아간다. 그러니 그녀는 뉴욕을 사랑하고 뉴욕은 그녀를 성장시킨다. 그녀의 글 역시 씩씩하고 즉흥적인 주인을 닮아서인지 길을 걷다가, 버스를 타다가, 차를 마시다가 맞닥뜨린 우연한 만남처럼 시작되는 것이 많다. 충동적이기에 더욱 번뜩이는 깨달음이 글 곳곳에 빛난다. 산책을 하듯 다양한 풍경과 행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즐겁게 또 진지하게 독서를 마칠 수 있었다.

뉴욕은 좀처럼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예술가들로 북적인다. 사랑이나 우정 따윈 상실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분주히 생활하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저자는 그러한 도시 구석구석을 예리하게 살피고, 이면에 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보이지 않는 그들의 생활을 머릿속에 그린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대도시의 풍경 말고도 뉴욕엔 여러 풍경이 존재하고, 그것을 발견하는 것은 그 도시를 기필코 사랑하는 자의 몫이다. 여러 번 실패한 사랑 뒤에 그녀가 찾은 마지막 사랑은 뉴욕 아니겠나. 언제나 자신의 주변을 감싼 채 아름답고도 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성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화려한 그 도시 말이다. 그것의 다른 이름은 자신의 삶일 테고, 그녀는 짝 대신 그녀의 삶과 사랑하며 함께 갈 것이다. 그런 사람의 뒷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쓸쓸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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