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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공학도 Aug 19. 2023

[글감] Do your job.

#1.

인생 영화가 뭐예요?


누가 내게 물어보면, 나는 영화가 끝난 후에 여운이 남는 영화를 주로 꼽는데 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일정한 간격으로 자연스레 다시 찾게 되는 영화,

다른 하나는 다시 그 영화를 보기까지 어떠한 결심(?)이 필요한 경우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그런 의미에서 내게 전자에 속한다. 한 명의 주인공이 고난을 감내하고 끝내 현실의 문제를 아자자자 해결해 버리는 영화가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통해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는 영화라서 그런지 오히려 이야기의 플롯이 크게 질리지가 않는다.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일을 '온전히' '잘' 하는 것만으로도 현실 세계의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쉽게 다가올지.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영화 속 인물인 한 기자의 말처럼,   

"It could have been you, it could have been me, it could have been any of us."

직업윤리를 잊고 본분을 망각했을 때 발생하는 사건의 피해자는 너일 수도, 나일수도, 우리 중 어느 누구 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밀려드는 일상의 파도와 피로에 맞서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본분과 직업윤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스포트라이트 팀의 보도를 앞두고, 몇 년 전 더 빠른 보도를 통해 사건을 바로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자책하는 팀장 로빈슨 (마이클 키튼) 에게 보도국장 배런 (리브 슈라이버) 은 말한다.

"Sometimes it’s easy to forget that we spend most of our time stumbling around in the dark. Suddenly a light gets turned on, and there’s fair share of blame to go around."


결정에 이르게 된 의사 결정 과정이 충분히 합리적인지,

그리고 그 결정이 가져올 영향을 예측하고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끊임없이 반추하는 것.


이번 한 번만이 두 번이 되고, 왜 너만 유난이야 가 재난이 될 수도 있다.


"Keep doing your job. Mr. Rezendes."



#2.

최근 변호사 시험 준비로 바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난 만큼 식탁에는 다양한 대화 주제들이 올려졌는데, 그중 하나가 일제 강제징용 소송에서의 일본 전범기업 변호를 맡은 한 로펌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변호사가 변호인을 가려 받을 순 없잖아.


그렇지. 그런데 왜 어떤 사람들은 그것에 분노하는가.

아마도 구성원들이 각자의 직업윤리를 지켜가면서 사회적 판단 과정이 이루어지는지, 또 그 결론이 충분히 합리적 지 확신할 수 없다는 불안과 불투명성 때문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문득 과학이나 공학과 달리, 법학에 서는 논리를 전개하는 위치에 따라 더 넓은 해석의 여지가 더 존재한다는 점에서 그 투명성의 정도가 더욱더 선명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직업윤리를 지키며 본인의 일을 온전히 할 때,

우리 모두는 아파트의 철근을 걱정할 필요도, 지구 반대편에서 아이들이 자고 있을 텐트의 온도를 걱정할 일도 조금은 더 줄어들지 않을까.


Keep doing your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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