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body Apr 14. 2022

캘리포니아 와인 여행 4

카멜




산타 바바라 카운티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넘게 달려 몬트레이 카운티로 넘어갔다. 카멜  밸리 Carmel Valley는 산길을 한참 들어가서야 나타났는데,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처럼 목장이 있을 법한 산골짜기에 있었다. 시음과 와이너리 투어를 예약해둔 갈란테 와이너리 Galante Winery 게이트를 찾았다. 밖에서 전화를 하니 잠긴 철문이 열렸다, 부지 안으로 들어가서도 10분 넘게 운전해서 가니 건물이 보였다.  <브로크백 마운틴> 주인공들 같은 직원들이 나타날까 잠시 기다렸더니 육식동물 아우라가 넘치는 목장 주인 같은 아저씨가 인사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양조장 한편에 토마호크보다 더 큰 티본스테이크 먹다 남은 것이 보였다. 그렇다면 이 와이너리에서 만드는 와인 스타일은 카우보이, 마초, 육식동물과 어울리는 걸쭉한 레드인가?


주인장 잭 갈란테 Jack Galante는 보기보다는 친절하고 솔직한 아저씨였고, 우리를 위해 간단한 점심과 화이트 와인을 야외 테이블에 준비해놓았다. 물론 투어 비용에 포함된 점심이었고, 언니가 끝까지 액수를 말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면 꽤 비싼 투어 패키지였던 것 같다. 단출한 도시락이었지만 치즈나 햄, 올리브 같은 재료들이 고품질이었고 맛있었다. 특히 갈란테 소비뇽 블랑을 곁들이니 꿀떡꿀떡 넘어갔다.



기분 좋게 포즈를 취해준 잭 갈란테

와인이 좀 더 차가웠다면 더 맛있었겠지만 그런대로 상큼하고 맛있는 소비뇽 블랑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갈란테 씨가 양조장, 셀러, 포도밭, 올리브 밭, 그리고 개인 와인 창고까지 모두 구경시켜주며 열정적으로 가족사와 경영사를 들려주었다.



의외로 직원은 몇 명 없었다. 워낙 산골이다 보니 일이 몰리는 시기에만 일할 사람들이 오는 것 같았다.



병입하기 전에 숙성되고 있었던 오크통 속 와인이 보관된 창고에서는 향긋한 와인 향이 가득했다. 어떤 향수보다도 편안하고 아름다운 향기였다.

깔끔하게 정리, 분류된 와인


올리브 나무

포도 말고 올리브 농사도 짓는다면서 익은 올리브에서 씨를 빼보는 갈란테 씨. 카멜 (Carmel-by-the-Sea) 시내에서도 테이스팅 룸을 운영하고 올리브 농사도 짓고, 참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은 카베르네 소비뇽은 약간 투박하면서도 깊고 진한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풍미가 강렬했다. 타닌도 묵직한 것이 스테이크를 부르는 레드였다. 몇 년 숙성하면 꽤 괜찮을 것 같아서 한 병 샀다.



외부인이나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호젓한 산속 와이너리 투어도 재미있었지만 산을 내려가 마을에 있는 숙소로 가니 그 또한 색다른 느낌이었다.


핼러윈과 가을 분위기를 한껏 낸 숙소 마당이 귀여웠다. 시골 작은 마을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규모에 비해 너무나 조용한 곳이었다. 근처에 와인바가 있어서 저녁에 나가 와인을 마시며 간단한 식사를 했다.


그렇게 카멜 밸리 와인 산지에서 시간을 보내고는 로스앤젤레스 돌아가는 길에 카멜 바이   Carmel-by-the-Sea 시내 구경을 했다.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길거리에는 자그마한 가게들이 좀 있었고 중심에 있는 쇼핑몰 안에 내가 찾고 있었던 와이너리 테이스팅 룸이 있었다. 와이너리 이름을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에서 따온 것이 아닐까 싶었지만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다. 부르고뉴 레드처럼 은근한 흙내음, 자연이 느껴지는 산딸기 향기가 마음에 들어 한 병 사왔다. 단점이라면 뜨거운 햇살이 영글어낸 높은 알코올 비율이었다. 그런 면에서 약간의 “분노”가 느껴졌다. 더위에 대한 포도의 분노랄까?



그렇게 시음을 마치고 바로 옆집이었던 치즈 가게에 가서 몇 가지 맛을 보고 더 많은 종류를 사서 차에 몸을 실었다.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매거진의 이전글 캘리포니아 와인 여행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