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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파랑 Dec 05. 2022

개념 미술

아이와 함께 현대미술 따라잡기

2014년 종로도서관에서 조광제 철학자의 '현대미술을 보는 철학의 눈' 강의를 듣게 되었고, 당시 나는 블로그에 강의 내용을 기록해 두며 시간이 날 때마다 국립현대미술관_서울관과 과천관, 리움, 아라리오 뮤지엄 등을  방문했다. 강의에서 배운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한동안 미술관을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렇게 혼자 때론 친구와 미술관에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집중해서 작품들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고, 주말에는 아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소규모 미술관을 찾아 함께 즐거운 날들을 보냈다. 현재 아들은 6학년 더 이상 미술관 나들이는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다. 하지만 6년이 흘러 성인이 되었을 때, 여자 친구와 함께 미술관 데이트를 하며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했던 그 시간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로 다시 꺼내 주기를 바란다.


<현대미술을 보는 철학의 눈> 제1부의 주제는 '마르셀 뒤샹과 레디-메이드의 예술사적 혁명'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르셀 뒤샹이 정립한 현대미술의 시초 3가지 기류는 '팝아트', '미니멀리즘', '개념미술'로 정의된다. 그의 Ready-Made 작업 <샘>은 현대미술의 토대가 되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단초 역할을 했기에, 그는 예술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인물로 손꼽힌다.

 

'레디 메이드'에서 파생된 개념 미술(Conceptual Art)은 1950년대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벤트, 평면, 설치 등 장르적인 장치들을 활용하며, 단어, 문장, 사진, 그림, 구조물 재료, 행위 등을 표현 수단으로 활용하며, 시츄에이션니즘, 플럭서스, 대지미술, 포장 미술, 아르테 포베라 등의 미술 경향을 포괄하듯이 서로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조셉 코수스(Josep Kosuth)의 <하나인 세 개의 의자>

지각. 상상. 사유

지각은 사물이고, 상상의 상으로 맺힌 이미지, 그리고 사유는 개념.

코수스는 이 세 종류의 의자를 동시에 지목해서 '하나인' 의자라고 말하고 있다.

이 '하나인 의자'가 바로 이 세 의자들을 보편적으로 포섭하는 개념으로서의 의자입니다.


조셉 코수스는 이 작품을 통해 아주 쉽게 개념미술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개념미술은 1960년대 중반 대두된 현대미술의 주요 경향으로, 작품의 물질적 형식보다 개념과 과정을 중요시하며 미술의 본질에 대해 질문합니다. 코수스는 1969년에 집필한 에세이 <철학 이후의 미술>에서 미술은 미적 가치나 취향에 기반한 전통적인 표현방식을 버리고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개념미술의 확립에 중추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여러분은 개념미술이 이해되시나요?



2022년 12월 8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현대미술사를 공부하며 직접 몸으로 체득했던 날들을 다시 한번 복구해 보고자 하고자 한다. 나는 지난 8년간 끊임없이 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갤러리와 옥션을 드나들었다.

의 아들은 유아기를 지나 청소년이 되어가는 중이고, 나는 어느덧 중년이 되었다. 최근 시를 함께 읽으며 글쓰기와 연계된 강의를 신청했는데, 마침 의자라는 시가 있어서 개념미술과 어떻게 연관 지을 수 있을지 글을 써보기로 했다.


의 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을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오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문학에 대한 조회는 깊지 않지만, 음악. 미술. 문학. 무용이 예술의 영역을 공유하고 있다. 시는 항상 상상력을 내포하는데 이정록의 '의자'라는 시는 의자의 쓰임에 대한 개념을 사람사이 혹은 사람과 사물 사이의 서로 의지하고 관계하는 모습으로 연관지었다. 시인의 상상력은 의자를 관계라는 개념으로 연장시켜 우리네 일상으로 파고 들었다. 그러한 연유로 아주 쉽게 읽히는 시지만 시인은 그 안에 어머니의 마음과 우리들 삶의 작고 아름다운 일상들을 소중함을 일깨워지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은 과거. 현재. 미래가 별반 다를바 없을지도 모르지만, 예술에 대한 조금더 깊은 이해는 인문학적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나 또한 오랫동안 곁눈질만 하다가 이렇게 글로 정리하다 보니, 내 삶 속에서  내가 무엇에 가치를 두고 걸어왔는지 다시한번 내 발자국들을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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