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현대미술의 거장 다니엘 뷔렌(1938~) 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뷔렌은 1960년대 초부터 작품의 내용과 형식의 관계를 자유롭게 다루며 급진적인 작업을 선보여 왔는데, 1986년 파리 팔레-루아얄(Palais-Royal)의 안뜰에 소개된 대규모 설치 작품 <두 개의 고원 Les Duex Plateaux>은 그의 예술적 깊이를 보여주는 진수로 회자되고 있다. 정형화된 미술 제도를 비판해 온 그였으나, 세계 미술계는 수상이라는 방식으로 그의 작품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60개국에서 2500회 이상의 전시를 열고 최근 국제적 위상을 지닌 여러 기관에서 작품과 공간의 특정한 관계성을 심화시킨 '인-시튜'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뷔렌의 '인-시튜'는 관점, 공간, 색상, 빛, 움직임, 환경, 분절 혹은 투영 현상을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작품과 공간의 경계가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유도하는 작업이다. _ 대구미술관 팸플릿 중
작업의 지속성은 그를 아티스트로써의 위치를 확고히 해 주었고, 작업의 연속성은 오랜 세월 동안 강력한 그만의 철학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을 바라보았다. 그의 컬러풀한 전시 홍보 피드에 이끌려 대구까지 내려왔지만, 60년이 넘는 세월의 작품 활동들은 비슷하듯 다른 표현을 반복하며 세계 각지의 미술관과 유명 장소, 최근에는 명품브랜드 스토어에 작품으로 개입을 시도했다. 작품으로 인한 시각적 충격 그로 인한 수많은 사람들의 변화되는 동선과 감각을 관찰한 작가는 피드백의 연속성 상에서 작품을 디벨롭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창의적인 공간을 좋아하고, 건축의 아름다움 혹은 색다른 접근법에 감탄을 하며 젊은 시절 유럽건축여행을 했다. 그러기에 시각적으로 색다른 매개체가 공간을 구성할 때 감동을 느끼거나 그 에너지를 흡수한다. 이번 전시가 그러했다.
동심과 컬러 그리고 비율과 형태 그 모든 것을 품고 있는 전시 공간 안으로 진입하자마자 육감이 나를 자극했다. 다양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갈길을 잃고 서로 충돌한다. 나는 그 조형물들 사이로 걷다가 똑같지만 컬러가 다른 도형이 배치된 공간에 도착하자마자 흥분되었던 모든 감각들은 순간 멈추고 기억 저 편으로 멀리 사라져 간다.
내가 해석하는 현대미술은 과정의 연속임을 말하고 싶다. 한 순간을 담아내는 사진과 다르고 실용적인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도 아니지만, 인간이 살아가며 관점과 시각을 변화시키는 지점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의 경험에 개입하는 작업이 현대 미술의 특징임을 정의하고 싶다.
어린 시절 추억 속 도형들과 컬러에서 느껴지는 생동감 그리고 그 조형물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자신의 흔적을 담아낼 수 있게 기획한 전시 그 모든 것들이 작가의 의도였을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도형과 감각을 자극하는 선명하는 컬러 속에서 우리는 아주 어렸던 과거의 추억속로 빠져들게 했다. 그러다가 급작스럽게 백색으로 변해버린 공간 속에서 방금 전 떠올렸던 추억은 사라지고 공간 속 한계설정을 통해 관람객의 생각을 무한대로 넓혔거나 그 안에 가두어버린 작업이었다. 그 어떤 문장으로 순간적으로 자극받기 힘든 마음속 거대한 추억을 한번 들었다 놓았다.
4년 전부터 나는 '엄마의 행복'에 관한 주제로 다양한 강연으로 시작해 북토크를 거처 지금은 책 쓰기로 변주를 하는 중이다. 나의 프로젝트의 과정은 내가 의도하기도 했고 의도하지 않기도 했다. 내가 원하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는 다양한 기획물들은 내 주변의 엄마들에게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그 개입의 요소를 나는 현대미술로 정의하고 싶어졌다. 남들은 출판이라는 결과물로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프로젝트의 여정이 개념 미술로 전화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