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파랑 Jun 02. 2023

관계에 대하여

40대 여성 창업가 이야기

일을 하다보면 관계 맺음은 필수적이다.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관계 맺기에 대한 경험 또한 풍부한 편이다. 대단한 사람을 만나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일들은 별로 없었다. 나름 큰 기업의 사장님을 만나도, 정치인을 만나도 그 사람도 한명의 인간 일 뿐이었다. 오히려 일을 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관계는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20대 초반 첫직장에서 비슷한 또래들과 입사동기로 즐겁게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3년이 안되어 첫직장에 사표를 내고 창업을 하기 위해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첫 도전을 함께 했던 동료들도 결국 회사에서 만났던 사이였다. 첫 사업(장사)를 위해 샘플 판매를 선행 해 보았다. 당시 제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대부분 회사를 다녔던 동료들이자 언니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주로 무엇인가를 앞장서서 제안하는 능력있었다. 여하튼 처음으로 싱가포르에서 수입한 샌들을 판매하며, 첫번째 장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첫번째 도전에서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세명이 동업을 했는데, 한명은 회사를 계속다니면서 참여 했고 다른 한명은 남자였기에 힘에 부치는 일들은 도맡아 주었다.

 2003년 여름 샌달 5,000켤레를 수입해 그 해 여름 2~3달 간 3,000켤레의 샌달을 판매했다. 물론 회사를 다니며, 다양한 지인들을 알아둔 것도 한 몫했었다. 첫직장에서 브랜딩을 하고 해외에 런칭했던 이유로 수출입에 겁이 없었다. 그곳에서 디자인 브랜딩과 수출 업무를 배웠다. 당시 산업 디자인을 잘 해 규모가 큰 회사였는데, 왜 그 브랜드 사업은 실패했는지 매번 질문하곤 했었다. 그 시행착오는 나의 첫 사업에 적용되었다.

 첫 시도를 성공적으로 마친 나는 두번째 도전을 했다. 서울에서 패션 소매업을 하던 사장님에게 샌들 판매 실적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명동 10평짜리 매장을 투자받게 되었으며, 나름 첫 직장의 사장님처럼 디자인을 해외에 수출하고 싶었다. 그러한 이유로 이번에는 친구들과 동료들을 모아 7명 정도 함께 가방을 디자인했다. 아이디어 회의, 디자인, 샘플 제작에서 생산, 판매까지 20대의 우리들은 각자의 개성을 담은 가방을 만들었고, 명동 매장에서 샘플 테스트를 하면서 판매를 시도했다. 대단한 매출은 아니었지만, 명동 대로변 매장에는 근처 직장인에서 부터 외국인 손님들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오고갔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투자자를 만나거나 멘토를 만나 조언을 구하는 것은 오히려 쉬웠다. 나는 매번 여러명의 동료들과 함께 일을 했었는데, 경험이 부족해서 인지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무엇인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상하게 마음 속 갈등과 번뇌가 늘 함께 했다. 앞만보고 쭉 직진할 수가 없었다. 최근에서야 글을 쓰며 '내가 원하는 것을 글로 잘 표현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 성장이 멈추었을까' 고민해 보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써내려가는 글들을 통해 알게되었다. 당시 나의 내부 고객들과 제대로된 소통을 잘 못하고 있었다.

 내부 고객을 정의하자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지 싶다. 동시에 결혼 전에는 부모님이고, 결혼 후에는 남편과 아들도 내부 고객이지 않을까. 즉, 나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알 수 없는 갈등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내 안의 나와의 관계가 막혀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내면에 혼선을 느끼고 있었다.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거나,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가중될 때 마다 받는 스트레스. 시간에 대한 압박감과 결혼 후 삶에 대한 숙제가 내 책임으로 돌아올 때 그것을 적당하게 분배하고 양해를 구하고 체계를 세우는 것에 대해 가까운 이들과 어려움을 느낀다.

 내부 고객과의 관계는 결국 내 안에 돌아다니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가 뒤섞여 관계의 복합성을 가중시킨다는 것. 남들은 이런 내면의 관계성을 지나치다고 평가할지 모르지만, 삶을 살아갈 수록 복잡해지는 마음속 이야기를 통해 관계의 뿌리는 결국 나임을 깨닫는다.

 결국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가장 따스한 상대가 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잘 안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된 내면 아이의 불편한 진실. 그러기에 아이를 키우는 것은 결국 나를 키우는 연장선이 되어, 자신을 더욱 사랑해야 함을 깨닫는다. 나의 중심이 이 세상의 모든 관계에 초석이 됨을 잊지말기로 다짐 해본다.

 결국 내부 고객에 대한 중심은 자기애. 자신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단단하게 확장되어 질 수 있다고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멘토의 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