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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파랑 Jun 07. 2023

Are you happy?

40대 여성 창업가 이야기


"hyo-san~, Are you happy?"

2000년 여름 나는 이태리 토리노의 소도시 깜비아노에 있었다. 세자리오는 아침 신문을 펼쳐 들고 읽다가 돋보기를 큰 코에 걸치고서 안경 너머 눈으로 내게 아침 인사를 하며 물었다.

그때마다 수줍게 미소만 지으며, 행복에 관하여 아무런 댓구 없이 세자리오에게 눈인사를 하고 슬그머니 지나갔다.


인생에서 '행복에 관한' 질문을 했던 첫 번째 사람이다.


그리고 20년이 훌쩍 흘렀다. 결혼 후, 나는 행복한가? 종종 내게 물었다. 대답은 'No'


인간에게 행복한 삶은 기본 권리이다. 그런데 왜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지?

행복에 관하여 많은 책도 읽고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듣는다. 특히 주변 인친들이 올리는 인스타 피드에서 종종 목격한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이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행복은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는 것.


여러 가지 마음 공부를 거쳐 최근에는 명상 수련을 하고 있다. 명상 수련을 통해 역으로 깨달았던 점은 '어릴 적부터 겹겹이 나를 채운 부정적 감정의 사건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추억보다 부정적인 사건에 더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 보통 인간은 하루 6만 가지 생각을 하는데, 이 중 80%는 부정적 생각이고 어제한 생각을 되풀이 하고 있다.


심리 상담가 박재연 소장이 유튜브에서 자주 언급하는 빅터 프랭클의 '자극과 반응 사이의 선택'은 몇년전 내게 울림을 주었다. 우리가 자극을 통해 감정을 느끼는 순간, 행동으로 넘어가는 지점에서 '잠시 멈춤'하는 공간을 둘 수 있다. 그 공간에서 행동을 선택 할 수 있다. 자극된 감정이 무엇이든 간에 부정적 행동을 할지 긍정적 행동할지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상황을 맞닦드리면 이성적으로 행동을 한다. 나의 경우에는 가치관에 큰 차이를 보이는 자극에는 과거의 부정적 감정이 올라와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공간을 만들 여유조차 없이 과거의 패턴을 반복하는 나를 몇 년째 발견한다. 어쩌면 남들보다 여유롭게 생활하며, 성찰인지 쓸데없는 상념인지에 빠져서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하지만 인생 곡선의 최고점을 찍고 결혼 후 최저점으로 떨어지며 우울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 안에서 간절히 빠져나가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


결혼 후 아이를 키우며 감정의 근력이 약해져서 생기는 다양한 문제점을 마주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약한 감정을 아주 잘 건드리는 남편을 내 인생의 복병으로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에게 그 문제만큼은 꼭 해결하고 살아가라는 신의 계시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석해야만 내 지혜의 그릇이 넓어지고, 어떤 일을 하던지 삶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풍요와 감사를 느끼며 현재를 사는 게 행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잘 안 되는 것 그게 문제이고 그것을 타파하고 싶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알 수 없는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조금씩 풀아가고 있다. 그 과정을 나는 있는 그대로 생각나는 대로 몇 년째 기록하고 있다. 언젠가 꼬인 실타래가 다 풀려 나라는 한 줄기 실을 가지고 남은 인생을 내 의지대로 멋지게 만들어갈 날을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어둡고 힘들었던 과거와 행복했던 순간들 모두 파해쳐 버리기 시작했다.


현재의 나에게 집중하기 위해, 오늘도 얽힌 부분을 하나씩 풀어낸다. 자신이 되기 위해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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