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면접은 1년 하고 2개월 전쯤이다. 그나마 근래에 준비했던 지라 정리 해놓은 엑셀파일이랑
쓸만한 자료가 노트북 폴더에 꽤 있었다.
면접날짜가 정해진 지난주부터 가족들에게만 면접공부를 해야 된다고 여러 번 말을 했다. 스스로에게 해야 할 말을 괜히 투사한 것 같다. 실제로는 날짜가 다가오면서 진짜로 공부해야겠다고 더 강하게 생각만 할 뿐이었다. 지난주 주말에 조금 그리고 D-2일째인 오늘 준비라 말할만한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영어랑 한국어로 자기소개 쓰기, 예전에 면접 질문들 읽어보기, CV(이력서)에 적어 놓은 연구 관련 예상 질문 답변 작성 등이다.
오늘은 그래도 좀 진도가 나간 편이라 마음이 덜 무거웠다. 그러나 마음 한 곳에 무거운 "면접"의 자리는 여전했다. 자려고 누운 침대에서 또 생각이라는 걸 하다가 그래도 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번에 혹시 잘 안되더라도 음 그러니까 면접이 끝난 후에 갑자기 세상이 싫어져도 그냥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들이 원하는 지원자가 아닐 뿐 나 자신을 부정하지는 말자고,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사람이 아닐 뿐 내가 보내온 날에 대한 거부는 아니라고, 한 곳에서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도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 그들에게 그저 니즈(Needs)가 맞지 않을 뿐"
스스로 살 구멍을 만들어 놓고자 이런 생각을 하는 게 1년 전 나와는 사뭇 달라서 오늘은 내가 약간 마음에 든다. 이제 드디어 어쩌라고의 정신을 갖게 된 건지, 잘되면 좋고 안돼도 어쩔 거야 싶다.
금방 빠져나올 수 있는 도피처도 만들어 놓았으니 남은 이틀 동안 면접당일 오전까지는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쥐어짜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