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몇 번을 삭제했다가 올리고 싶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생기면 다시 다운로드해왔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내가 찍은 무언가를 공개하지 않아도, 몇 안 되는 좋아요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그것들은 그냥 나만의 기억이 된다
알리고 싶을 때가 가끔 있지만 알리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 sns로만 이어져있던 옛 인연들이 뭘 하고 사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어떤 날 어떤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 그 의문의 상처 내기와 상처받기를 이제 그만둔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삭제하게 된 이유는 주도적으로 쓰지 못한 시간들에 대한 후회 때문이다.
정말 나와는 1도 상관없는 다른 나라에 사는 인플루언서의 업로드 피드들을 늦은 밤에 한 시간 넘게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나와는 너무 다르게 사는 그들의 모습이 신기해서 이국적이어서 어쩌다가 들어가게 되어서였다. 그렇게 누르고 누르다 보니 한 시간이 지나고 내게 남은 건 버려진 시간과 왠지 모를 허탈감이었다.
덤으로그렇게 흘려버린 시간에 대해 자책하는 내 머릿속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할 일이 그렇게 많다면서,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도대체 뭘 한 거야?"
"그럴 거면 차라리 잠을 자지 그러냐."
이렇게 쓰면서 생각해 보니 머릿속에서 스스로 자책하는 말과 생각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최근에 스스로에게 정말 별로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던 인스타그램 대신 그 시간들을 다른 것으로 채우고 있다.
9월부터는 책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책*의 말을 빌리자면 행복한 사람은 습관이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인스타그램을 보는 습관 대신 책을 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매일 조금씩 책을 읽으면서 행복한 사람이 되고 있다.
*: 이동진,『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위즈덤하우스, p150-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