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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미정 Apr 08. 2021

피겨 늦게 시작했어도 괜찮아.

나에게 맞게 설계하기

학부모에게 상담 요청이 왔다.

아이가 피겨선수를 너무 원해서 이사를 왔다는 것이다.

지방에서 경기도로 온 이유는 선수반을 운영하는 코치의 이야기를 듣고 '올인'하기로 했다고 한다

학년이고 아직 싱글 점프 2종도 완성 안되었는데 모든 걸 다 감수하고 이사까지 왔다는 부모님과 아이의 결심이 대단했다.

그 학생의 어머니께서 내게 묻고 싶은 건 '가능성이 있는지'였다.

이미 이사도 왔고 올인해서  급수를 따고 대회를 나가면 미래가 보장될 것이라 믿는 부모님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를 나갈 수 있는 국제적인 선가 되기에는 '늦었고' 전문체육인으로서 지도자, 심판, 안무가, 국제심판, 트레이너 등의 진로를 따진다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재능을 떠나서  선수로서는 일반적으로 시작이 늦었기 때문에 최선의 대답이었다.


보통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학생에 따라 다르지만 본인의 경제적 시간적 여유에 따라  학기 중엔 주 2~6회, 방학중엔 목표에 따라 훈련양을 늘기며,집중해보기 등이다. 하지만 지상훈련은 매일 지속적으로 약속된 훈련방법과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한다.

(언택트 시대에 맞게 화상과 카톡으로도 진행될 수 있음이 때로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그 친구는 의지하나만으로 선수반에 들어가 쉬는날도  없이 매일  6시간 이상 아이스 훈련, 2시간 이상의 리듬체조와 지상훈련을 소화하는 것이  역부족으로 보여  안타까웠다.

결론적으로 그 학생은 엄청난 훈련양과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단기간에 그만두고 말았고,

심지어 다시는 피겨화를 신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하여  씁쓸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모든걸 중단하고 피겨선수를 하겠다는 사춘기 친구들이 꽤 있다.

갈길이 험하다는 것도, 체력적으로 아주 많이 힘들다는 것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꿈을 향해 달리고 싶은 아이들의 눈은 늘 반짝거리고 뭉클하고, 대견하다


하지만 막상 부딪쳐보면 다르다.

생각보다 기술하나 완성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뿐만이 아니라 얼음에 몸을 던지며 생기는 부상의 위험, 또래 간의 경쟁구조 안에서 힘들어하는 마음의 상처까지 생각해야 할게 너무나 많다.

또한 몇몇 코치들은 아이의 미래보다는 학부모와 학생의 불안감을 자극해 무조건적인 투자를 종용하기도 하고 불성실한 태도와  비인권적이며 체계 없는  훈련으로 부상의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보았다.


상위 급수를 따고, 각종 대회를 나가는 선수의 경우도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많은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꿈꾸지만 국대 또한 끝이 아니며 그 이후도 중요한 결정의 순간들은 매번 생긴다.

또한 아이들의 꿈은 생각보다 자주 바뀌기도 한다 하하하


중요한 건 선수의 삶, 피겨인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며,
과정을 설명해주고, 함께 갈 수 있는 코치를 선택하라고 하고 싶다.

입에 발린, 단지 마음을 편하게 할 뿐인 '천천히 가도 됩니다, 즐기면서 가죠'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유아, 초등 때부터 일과시간 오전, 밤 대관을 소화해내는 선수들이 대표가 되고, 국제대회에 나가게 되는 것은 사실이기에 본인과 자녀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기를 바란다.

스케이터의 최종 목표에 따라 훈련방법, 시간, 선행과제 등은 다르게 설계되어야 한다.


심판이 꿈이라면 피겨를 지속하며 선수가 수행하는 기술과 프로그램 등을 정확히 보는 눈과 피겨 점수 체계와 룰, 자격과 선발기준 등을 알고 배우며 나아가는,실질적인 경험위주의 공부와 실습이 필요할 것이다.


단지 무조건 운동이니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버티면 된다라는 마인드는 매우 위험하며,

피겨의 매력에 푹 빠졌던 예쁜 우리 아이들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는 빙상장 쪽도 쳐다보지도 않게 만들어 버리는 우리의 엘리트 교육방식이 가끔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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