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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Feb 09. 2024

<137호> 겨울호를 펴내며

편집장 예인

  

겨울호를 펴내며

 202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새해 목표는 잘 지키고 계시는지요. 책이 발행된 시점은 겨울방학이고 학교엔 계절학기를 듣는 학생들만 있는지라, <연세> 137호를 펼치신 당신은 새해 인사가 어색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2023년 2학기 기말시험 기간입니다. 저희 편집위원들은 글을 마무리하랴 기말시험을 대비하랴, 정신이 없고 오로지 방학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희의 새해는 어떨지 또 여러분들의 새해는 어떠한지 궁금해집니다. 새로 시작하는 순간은 대개 여러 목표와 함께, 긍정적인 것으로 기대됩니다.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길 소망하고 더 나은 미래가 우리를 반겨줄 것이라 믿곤 합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살아내는 것이 힘든 세상에서 더 나은 나를 꿈꾸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실패입니다. 희망찬 미래를 위해서는 어울려 살 줄 알아야 하는데, 어울림은커녕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의도된 발화는 사람을 떠나는 순간 왜곡되기 마련이고 그래서는 도무지 닿을 수가 없습니다. ‘잡음’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137호가 나왔습니다. 이 작은 책에 정말로 다양한 잡음이 있습니다. 받아들여지지 않는 소리들을 모았습니다. 어떤 소리는 곧 사람들에게 닿을 거 같기도 하고 다른 어떤 소리는 사람들에게 이해되는 모습이 도저히 그려지지 않기에, 글쓴이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전달되기 이전에, 처음부터 잡음이었던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내 삶을 의심하는 순간에도 어쨌든 밥 한 숟갈 먹고 살아가듯이, 잡음일지라도 일단 내뱉어보려 합니다. 대화하려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어울리려면, 일단 내뱉는 수밖에 없습니다. 잡음이 대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떤 새해를 보내고 계시나요? 새해 목표를 벌써 어기셨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대학생에게는 새해 첫날이 세 번 있다고 합니다. 신정, 구정 그리고 개강일입니다. 그런데 아마 많은 분들은 세 번의 기회도 모자랄 것입니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반복된 경험을 다시금 확인한 순간, 여러 소망과 기대가 꺾인 순간, 그때 <연세>를 펼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곳에는 잡음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잡음을 만들어 내고 있겠습니다. 더 나은 나와 미래를 소망하며, 대화가 되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고 있겠습니다. 그 순간을 함께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연세>를 펼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장 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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