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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세편집위원회 Jul 03. 2024

<138호>메스(mes). 의대 증원 논의 갈라보기

편집위원 예인, 수습편집위원 선우, 수습편집위원 현서

: 의대 재학·졸업생 4人 과의 인터뷰



0. 베일 벗기기

2024년 2월 1일, 의대 증원 정책 논의의 신호탄이 쏘아졌다. 당일 윤석열 정부가 민생토론회에서 의과대학 증원 계획을 포함해 필수 의료 공급 확충을 위한 정책 패키지를 발표한 것이다.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의대 증원 정책이 필수 의료·지역 의료 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무분별한 증원이 의학 교육의 질을 저하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흔드는 사안임을 근거로 들며 해당 정책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의대 증원 정책에 관한 논의는 2월까지 주로 정부-의사 간의 대립과 갈등 구조로 비추어졌다면, 본 글을 작성하는 5월 무렵 그 논의 주체는 더욱 분화되고 있다. 2월 이후 의사의 집단 사직·파업[주1] 및 의대생 집단휴학으로 인한 의료 인력 부족, 바로 올해부터 적용될 2025 대학입학전형계획의 불투명성 등 여러 파장을 거치며 의대 증원 논의의 주체는 분화하고 있다. 정부, 의사, 환자, 내년 대학 입시를 앞둔 수험생, 잠재적 환자가 될 수 있는 모든 ‘국민’까지 그 주체의 범위는 다양하다. 


의료 정책이나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의사 집단은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이기적인 집단으로 비추어져왔다. 현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이유가 의사 수가 늘면 자신들의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밥그릇’ 여론이 조성되기도 했다. 모든 노동쟁의는 임금, 근로시간, 복지, 해고 같은 영역에서 더 나은 대우를 위해 싸우는 상태, 즉 ‘밥그릇’을 위한 투쟁임이 분명하게 정의되어있다. 그럼에도 의사들의 파업이 유독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행태로 비판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법적으로 노동조합으로 인정되지 않는 직능단체인 의협이 의약분업, 의사 증원 등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어긋나는 정책이 추진되면 번번이 병원 문을 닫겠다고 으름장을 놓아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의협은 2021년 ‘의사면허취소법’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하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언급해 공분을 산 전적이 있다. 작년에는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결의를 밝히기도 했으며, 간호법은 의사들이 주축이 된 보건의료단체들의 집단행동이 동반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제정이 무산되었다. 이익집단이 자신들의 이익추구를 위한 활동에 나서는 것은 당연할 수 있으나, 보건의료정책결정 과정이 의협의 전유물이 되어버리는 식으로 종결된 사례들은 그들이 자신의 기득권과 고소득을 지키기 위해 의료의 공익성을 볼모로 잡는 것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해관계자들이 균등하게 대표되어야 하는 민주 사회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사들의 참여-개입이 그 투명성을 해치고 윤리의식과 공익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의협이 이해관계가 얽힌 법안들에 대해 환자 진료를 거부하는 식의 보다 극단적이고 완고한 태도로 응해온 내력을 떠올린다면, 현 의료 파행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 또한 싸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의 불편에서 비롯한 의사들에 대한 적개심과 ‘밥그릇 지키기’라는 프레임 이면에는, 현재 정부가 밀어붙이는 의대 증원 및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이 과연 의료 시스템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나 사태의 근본적 원인에 대한 다양하고 필수적인 고민이 가려져 있다. 기성의사들을 주축으로 한 의협의 공식 성명과 정기적으로 반복되어 온 집단행동을 바라보며 느껴온 피로함에 눈을 감는다면, 어떤 다양한 의료 주체들이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고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 들여다 볼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의대 증원 정책 논의를 다루는 과정에서 의사·의대생의 입장은 의협의 성명문을 통해 표명되어 왔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본 글은 다음을 질문한다. 의대 증원 정책이 필수 의료 및 지역 의료 확충에 유효한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조리있는 논박을 내보이는 성명문 뒤, 의대생 개인의 입장과 상황은 조명되었나? 정부의 증원 계획으로 인해 당장의 교육 체계가 직접적으로 변동을 겪을 것 등 그를 둘러싼 난제들이 그저 그가 휴학을 하지 않았더라면, 증원 정책을 수용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논리로는 이들의 상황을 일축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정책에 대한 반대와 집단 휴학의 배경은 오롯이 그들의 ‘밥그릇 문제’만으로 해명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더불어 모든 의대생 개인은 진정 ‘이기적인 의사·의대생’이라는 정형화된 명명에 예외없이 포섭되는가? 개인의 모습과 구체성은 ‘의대 밥그릇 싸움’이라는 프레임과 정부-의협으로 거대하게 이분화된 분열 간 정치 담론에 밀려 가려져 있다. 이에 본 글은, 본 글에서만큼은 정형화된 관점을 부수어, 특정 성격의 집단으로만 표상된 의대생 개인의 맥락을 살펴본다.


물론 마이크를 쥔 기득권 집단이 과대대표 되기 마련인 현재 우리 사회에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사태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긴 어렵다.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수의 사람만이 성명의 형태로 생각을 밝히고 미디어는 그 납작한 성명으로 복잡한 현실을 호도한다. 그러면 이대로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이따금씩 핀잔주며 기다리면 될 일인가? 어떻게든 되리라는 무책임한 믿음으로 일관하면 해결될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불타는 건 강 건너 무언가가 아닌 우리 사회 모든 이들에게 필수적인 의료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우리 사회의 건강을 책임질 예비, 새내기 의료인들을 만나, 그들의 여러 이야기를 담았다. 쉽게 들어볼 수 없었던, 그러나 누구보다 앞으로의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글을 읽을 각자가 주체로서의 의식을 갖고 이야기에 함께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1. 프레임 바깥에서

필자는 지난 두 달 간 각기 다른 지역에서 예비 의료인으로 생활하고 있는 4명의 인터뷰이들을 만나보았다. 인터뷰를 중심으로 본 글을 기획한 이유는 의과 대학 학생(졸업생)들이 의사 집단이라고 일컬어지는 집단 속 하나의 개인으로서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행위하고 있는지 생동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공부 중이거나 학업을 막 마쳐 비슷한 문화적 맥락 및 의식을 공유하는 또래 의료인들에 대한 궁금증이 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들이 현 정책 시행 여부에 따라 가장 크고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중장기적 이해관계자’라는 시각을 바탕으로 인터뷰 대상을 좁히게 되었다. 인터뷰이로 다양한 배경과 출신의 의과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을 에브리타임 게시글과 지인을 거친 경로를 통해 섭외했고, 이들에게 현 사태를 둘러싼 고민과 개인적인 맥락에 대해 여러 상세한 답변을 들어볼 수 있었다. 인터뷰이에 대한 소개는 아래의 표로 갈음한다. 각 인터뷰이는 본문에 익명으로 기재하였으며, 그와 관련된 개인 정보를 소개하는 것도 인터뷰이 각자의 요청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1)  A  / 경상도 소재 의과대학 졸업생 / 현재 무직

2)  B  / 강원도 소재 의과대학 졸업생 / 현재 경기 지역 소재 의원에서 근무

3)  C  / 전라도 소재 의과대학 재학생 (본과 1학년)  / 현재 휴학 중[주2]

4) D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본과 4학년) / 연세대 의과대학 비상시국대책위원회 (이하 비시대위) 활동 중 / 현재 휴학 중


이 장에서는 우리가 현 문제를 바라보는 여러 거시적인 틀의 ‘바깥’에 놓인 개인들의 위치를 조명한다. ‘의협'이라는 대표기구, 의사에게 요구되는 ‘사명감', 집단행동에 대한 공격과 비난들. 이번 사태를 둘러싼 언론 기사나 시민들의 여론에서 가장 자주 보고 들을 수 있는 키워드였다. 질문에 대한 각 인터뷰이의 답변은 필자가 예상한 바와도, 서로의 것과도 상이하고 다양한 맥락 속에 존재했다. 


- 의협과 의대생

각 인터뷰이의 답변이 큰 차이를 보였던 지점 중 하나는 의협이 자신들을 얼마나 대표하는지를 체감하는 정도였다. 앞서 논했던 것처럼 의협이 발표하는 성명문 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의료 행위자가 생략되어 있다. 연세대 의과 대학의 비시대위 구성원으로 활동 중인 D는 본 기획의 취지와도 맞물리는 ‘의대생의 목소리’를 언급하며 의협의 대표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사, 그러니까 의료인이라는 집단은 굉장히 세분되어 있고, 굉장히 다양합니다.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 일단 건강한 담론의 시작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의대생, 전공의, 개원의 모두의 목소리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의협이 대표로 (발언 및 행동) 하는 것이 일단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고요 (…) ” (재학생 D)


그는 이어서 의협이 본래 지녀야 할 기구로서의 성격이 퇴색했다는 이유를 추가로 들었다.


            “의협은 의사의 권리를 주장하는 집단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집단인 경우가 많아요.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고 정치꾼들이 보통 의협 회장 몇 번 하다가 국회의원 하는 경우도 좀 있고 굉장히 변질됐다고 생각합니다.” (재학생 D)


D는 대학 내 학생들을 대표하는 단체에서 활동 중인 만큼, 기존 의사 집단의 대표성 결여와 이 문제의 돌파구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의대생들의 입장을 의협의 것과 분리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방식으로 논의하고 표명해야 할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와 반대로 A는 의협의 입장과 자신의 것이 거의 일치한다고 느꼈다.


            “(…) 저 같은 경우에는 현 상황에 대해서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 하고요. 그래서 완전히 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서 지금 행동하고 있는 거기 때문에 저는 일단 (의협과 개인 차이의 이질감이 없다고 느끼고) 그렇습니다.” (졸업생 A)


A는 경상도 지역 소재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6년 동안 대학 내에서 받은 교육을 바탕으로 의료 관리나 정책에 관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의협 차원의 공식적인 발화에 ‘크게 반감을 샀던 부분이 없었다’고 대답했다.


B와 C는 의사 협회의 수사나 논리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는 있지만, 이를 달리 표현하거나 현 상황에 직접 개입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도는 없다고 느꼈다. C는 인터뷰 내내 지속해서 의협과 자신의 현안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표현했으나, 그럼에도 의협이 모든 의사의 기구로서 대표성과 상징성을 갖춘 채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단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의대생이나 의사분도 있을 거고, 더 강경한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을 텐데요. 그런 여러 개인이 모여 의사 집단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90% 이상이 동의하는 바는 지금 이 정책은 일단 멈추고 원점에서부터 재논의하자는 것 같아요. (…) 이 상황 자체는 일차적인 목표를 가는 데 있어서 다들 뜻을 같이하기 때문에 지금은 크게 의료계 내부에서 분열이 없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재학생 C)


동시에 그는 정부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았을 때, 의협과는 다른 의견을 가진 의사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임으로써 사태의 해결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의료 시스템에 관한 사회적 합의 과정에서 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은 D의 것과 비슷했지만, C는 ‘의대생’보다는 ‘시민’ 중 하나로 자신을 위치시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만약에 이 (의협을 주축으로 한 의사들의) 단결을 깨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거나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정부 측에서 좀 다생의 (다른 생각을 가진 의사들)[주3] 같은 목소리를 잘 빌려서 거기다 확성기를 줘야 하지 않았나, 왜냐하면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의협에서 얘기하는 것이 기조가 저랑은 약간 다를 수 있어도 일차적인 목표를 같이한다는 데서 동의하니까 (…)” (재학생 C)


한편 B는 반복되는 정부와의 충돌과 의사 집단에 대한 대중의 비난이 의협이 대표 기구로서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이는 피로와 체념의 감정으로 이어졌다. 그는 의협에 ‘미련이 많이 떨어졌’다거나 의협의 움직임을 ‘남들처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의협이 뭐 어떻게 하든 나는 내가 마음에 안 들면 안 돌아갈 거야, 이게 대다수인 것 같고 그냥 나랑 상관없다가 큰 것 같아요.” (졸업생 B)


B는 강원 지방 의과대학 졸업생으로, 올해 초 인턴 임용 포기서를 제출한 후 현재 의원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인턴 과정 및 전공의 수련을 위해 대학병원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하고 있었고, 의협과 정부의 갈등이 해결되더라도 그 결과는 자신이 한 명의 의사로서 살게 될 삶과 동떨어진 문제라고 보는 듯했다. 의협에 대한 불신과 실망에 가까운 감정은 앞서 D가 진단한 의협의 문제점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다만 그런 마음은 있습니다. 그래도 의협이 법적으로도 명시가 되어있는 의사를 대표하는 공적인 기구이기 때문에 14만 명이 최소한 다 같이 원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주장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재학생 D)



- 사명감이라는 무게

의대생들이 졸업 이후 정식 의사가 되기 위해 거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사들이 다해야 할 사회적 의무와 그들이 지닐 것으로 기대되는 마음가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전공의들의 집단 휴진이나 그로 인한 의료 공백의 발생은 의사들에게 요구되는 ‘사명감’을 저버리는 행위로 여겨지며 여론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뷰이들에게 의사들의 집단행동과 그들이 다 해야 할 책임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미지의 괴리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A와 B는 대중에게 극단적으로 비치는 집단행동이 단순히 의사들의 개인적인 이익만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A는 비교적 담담한 태도로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이 너무 성급했던 점을 지적했지만, B는 대한민국의 의료시스템이 ‘벼랑 끝에 있는 수준’이었고, 의료인들에게 요구되는 직업상의 ‘윤리적’인 판단과 행위가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 부닥쳐있다고 토로했다.


B는 2018년 이화여대 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을 예시로 들며 낮은 수가와 수익 구조의 문제가 필수 의료 시스템의 불안정을 초래하고, 이것이 필수 의료 분야를 지망하는 의사들이 늘 부족한 이유임을 지적했다. B에 따르면 필수 의료의 사정은 이미 의료인들이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집단의 특성상 업무의 과중함이나 비합리적인 시스템에 대해 공론화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문제가 용인되어 온 것이다. 그는 오히려 현 정책과 문제 상황에 대해 묵인하고 행동하지 않는 것이 향후 의료 시스템을 더 악화시킬 행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사실은 이미 못 하겠다 하고 그랬어야 하는 정도였는데 아까 말했듯이 이걸 못 버티면 약간 모자란 사람처럼 (취급) 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군말 없이 해온 상황이었고, 의사라고 환자한테 뭐 (진료 거부) 그렇게 하고 싶겠어요. 저는 어쨌든 바이탈 같은 경우에는 솔직히 자기 생명력을 써서 남을 살리는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그럴 마음이 기꺼이 있어서 했던 건데, 이게 (환경이) 전혀 나아지지 않을게 보이고 후배들한테 오라고 하지도 못해요. (…)


이 시스템이 (정부가 밀어붙이는) 이런 식으로 바뀌면 영국처럼 치료 못 받아서 죽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질 텐데, 이렇게 되든 말든 지금 당장 ‘나는 병원에 남겠어요’라고 하는 게 과연 윤리적인 것인지 (…) ” (졸업생 B)


B는 언론에서 주목하고 비판하는 의료 공백이 사실은 부풀려진 점이 많고, 본질적인 문제를 호도하고 있다는 것 또한 지적했다. 인터뷰를 진행했던 4월 초반 여러 기사에서 다루었던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전공의 집단 휴직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도랑에 빠진 33개월 아이나 부산의 대동맥 박리 환자나 사실은 원래 못 살리는 상태였거든요. 지금 대학병원은 생각보다 제대로 돌아가고 있어요. 적자가 날 뿐이지. 대학병원 안 와도 되는데 찾아가던 사람들이 2차 병원으로 가는 식으로, 이렇게 지금 의료 전달 체계가 오히려 정상화되고 있다고 보거든요. 교수님들도 그만두신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전공의가 나갔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시스템(이 있다면 그 시스템)이 문제인 거고요.” (졸업생 B)


C 또한 필수 의료 현장의 열악함이나 낮은 수가가 현재 사태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C는 전라도 지역 소재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본과 1학년 학생으로, 필수 의료 분야에서 종사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의사에게 요구되는 ‘사명감’이 의대 교육을 통해서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직업의 무게와 연결되어 있다는 시각을 제시했다.


            “근데 사실 제가 작년에 해부학 실습을 해보면서 되게 얕은 부분만을 경험했을 뿐인데도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가 너무 몸소 체감돼요. 그래서 실습을 하루에 길게는 8시간 하면서도 힘든 티를 덜 내고 최대한 많은 걸 배우고자 하는 원동력이 그 사명감이었거든요.” (재학생 C)


C에 따르면 의사의 직업적 사명감은 학생일 때부터 공통으로 느끼는 무게이다. 하지만 필수 의료에 대한 대우가 여타 의사들이 누리는 것보다 훨씬 열등하기 때문에 이런 요소들이 ‘사명감을 압도’하며, 의대 졸업 이후의 삶에서 선택을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조금만 더 필수 의료 대우를 잘 해준다면, 법적으로도 보호를 해주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게 유인을 해준다면, 되게 많은 다른 미용 의료 시장으로 갈 만한 사람들도 필수 의료에 대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단 말이에요. 그런 기본적인 사명감을 다 느껴오면서 전공의, 전문의까지 가는 걸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시선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좀 여유롭게 해주고 수술하는 삶 뿐만 아니라 본인의 개인적인 삶도 보장을 해준다면 많은 사람이 필수 의료 쪽으로 선택할 거라고 봐요.” (재학생 C)


D 또한 C의 말처럼 사명감이라는 것이 의사의 유일한 동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사람들이 좀 착각하고 있는게 인간은 되게 입체적인 동물이거든요. 뭔가 사명감이나 돈이 되게 반대되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의사들은 적당한 사명감과 적당한 경제적 동기로 의사를 합니다.” (재학생 D)


하지만 C가 필수 의료를 지망하다가도 포기하게 되는 의대생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 반면, D는 현 사태와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으로 인해 ‘사명감을 잃었다’거나 필수과를 지원할 의지를 상실했다는 동료 의대생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저는 솔직히 이번 상황으로 인해서 의대생들이 사명감이 사라졌다 이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차피 애초에 사람 살릴 생각 크게 없었잖아, 필수과 갈 생각 별로 없었으면서 그런 말하는 의대생들은 보면 솔직히 열받아요. 다른 의대생들, 정말 필수과 갈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합니다. 저도 내과에 가겠다는 생각이 변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내가 그걸 하는 거는 그냥 해야 하기 때문이지, 환자들의 반응, 사람들의 손가락질 같은 거 일희일비하지 않습니다. 물론 필수과를 선택하는 이들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분위기는 당연히 필요하겠지만요.” (재학생 D)


D는 현 사태와 의료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에 싫증을 느껴 다른 길을 찾거나 더 나은 대우를 제공하는 국가로 이민 가는 것이 곧 ‘도피’에 불과하다고 명명했다.  


            “저는 군 휴학도, 미국 의사 국가고시 보는 것도 그다지 칭찬받을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특히 과거부터 준비했던 것도 아니고, 사태 터지고서 이때만 기다린듯 얘기하고 다니는 친구들. 결국 도피하고자 하는 소시민적 태도가 그대로 반영이 돼서 나오는 선택이죠. 정말 이 상황을 바꾸고 싶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 싶다면, 저는 그 마음으로 차라리 지금 용산에 뛰쳐나가서 시위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재학생 D)


D에게는 지식인이자 ‘명문대 재학생’으로서 제공받는 경제 및 교육적 혜택을 인지하고 이를 사회적 책임을 수행함으로써 갚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도 앞서 C와 비슷하게 ‘사명감’이라는 마음가짐이 달성하고자 하는 이상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자연스레 가지게 되는 감각이라고 믿는다. 다만 의사로서 영위하는 삶에서 이 감각이 발현되는 여부가 사태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태도나 개인적인 이익만을 염두에 둔 선택의 변명으로 언급되는 것은 ‘비겁’하다고 강조했다. 


C는 ‘대학에서 실습을 돌다 보면 환자의 생과 사가 갈리는 급박한 장면을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그 현장의 상황을 눈앞에서 피부로 느끼게 된다면 생명을 구하는 일의 무게가, 그 사명감이 자연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의사의 사명감이란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외우지 않아도 현장을 목도하게 되는 순간 마음 한 켠에 직감적으로 들어서는 어떤 뜨거운 마음 같은 것에 가깝지 않을까. 정부나 대중이 의사에게 ‘사명감’을 끊임없이 주입하고 비난하지 않더라도 어쩌면 의사 개인은 의료 현장의 최전선에서 생명의 무게를 충분히 감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신속하게 환자의 상황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내리는 의사라도, 그 이면에는 빠른 퇴근을 누구보다도 기다리고, 과로에 시달리면 자연히 피로감을 느끼며, 근태에 대해 꾸중을 듣게 되면 조금은 힘이 빠지는 일상의 ‘근로자’로서의 입장 또한 함께 존재한다. 의료 현장에서 만들어진 의사 개인의 기꺼운 마음은 개인의 삶에 여유를 갖추고 그에 대한 직업적 존중이 뒷받침될 때야 그 무게를 달아볼 수 있다. 이후 파트 2에서 후술할 대학병원 내 의사 인력 고용 구조, 그것이 파생하는 열악한 근로 환경의 문제 등 의료 현실의 문제들이 해소될 때 우리는 비로소 의사에게 그들의 ‘사명감’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이에 대해 숙고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이 남기는 흔적

본 글을 기획하기에 앞서 필자는 여러 커뮤니티에서 의대생을 비롯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맹목적이고 극단적인 비난을 접했다. 특히 일상에 가장 맞닿아 있는 소속 집단인 학내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 ‘의새’나 ‘의주빈’ 등의 혐오 표현을 사용한 게시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런 글들을 마주했을 때의 감정이나 인상이 어떠한지를 물었을 때, 인터뷰이들은 이를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분리해 소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A는 그런 여론을 접했을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하되 자신에게는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지만, 주변 동기들의 경우 이런 비난이 상처가 되어 고립이나 우울감을 경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B 또한 A의 동기들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직업 자체에 대해 회의가 있기 때문에 해당 비난들에 이입하지 않을 수 있는 듯했다.


            “사실 처음에는 되게 상처 받고 (…) 오해하는 부분들이 속상했지만, 지금은 의사를 할 생각이 많이 안 남아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생각하세요’ 이런 식으로 되는 것 같아요.“ (졸업생 B)


B에게는 이번 정부-의사 간의 갈등과 이어진 집단행동, 이에 따른 대중과 언론의 비난이 ‘의사’가 아닌 다른 대안적 진로를 고려하게 된 중요한 촉발점으로 작동했다. B는 본래 학부생 시절 흉부외과에서 실습을 돌며 흥미를 느꼈고, 심장 수술 덕에 극적으로 소생하는 환자들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인턴 포기 후 최근 미용 의원에서 자신이 시술한 환자가 부작용을 호소하며 병원을 재방문했던 상황을 설명하며 당시 느꼈던 불안이나 두려움을 떠올렸다.


            “(…) 내가 이런 거에도 이렇게 가슴이 철렁한 데 환자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 게 책임이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거예요.” (졸업생 B)


그는 사회에 만연한 의사에 대한 불신과 필수 의료 소송에서 의사들이 부담해야 할 책임의 크기가 너무 무거운 부담으로 느껴짐을 밝혔다. 이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인터뷰이들의 일상을 살피는 다음 장에서 다룰 것이다.


            “일단 하는 일 자체가 마음의 짐이 무거운데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까지 책임을 묻는다고 하면 얼마나 숨이 막혀요. (…) 예전에는 내가 최선을 다했어도 환자가 잘못되면  보호자들이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라도 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의사가 잘못한 거 없나 병원이 잘못한 거 없나 찾으려고 하잖아요. 거기서 뭘 얻을 수 있어요, 명예가 있나요. 뭐가 있나요?” (졸업생 B)


B는 본과생에서 인턴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이런 예외적인 사회의 흐름에 따라 ‘이탈’을 선택했고, 이어서 의사로서의 진로에서 영구적으로 이탈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직 본과생 1학년인 C의 경우, 비판으로부터 감정적인 분리는 본인이 아직 실제 의료 행위를 수행하고 매일 환자들과 교류하는 단계에 서 있지 않고, 의사가 되기 위한 교육 과정을 거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듯했다.

“저는 사실 의대생이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의사들에 대한 욕이 사실 저한테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재학생 C)


D 또한 이런 비난 여론에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런 노력은 그가 의대 내 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특성과도 연결되어 있다.  


            “2월 말부터는 뉴스나 에브리타임 또는 커뮤니티 그 어떤 것도 보지 않아요. 저는 오히려 그 자료들이 제 통찰력을 해한다고 생각해서(…) 저는 개인으로서는 이 사태에서 분리되려고 해요. “ (재학생 D)


이번 증원 사태에 반발한 의사 개개인이 ‘밥그릇 지키기’라는 이기적인 동기만으로 집단행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된 바에는 정부와 언론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10월 11일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국면을 전환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의사 증원 방안이 검토되었다. 기존에 논의되고 있던 500명을 크게 웃도는 2,000명 증원이라는 복지부의 깜짝 발표는 골치 아픈 다른 민생 이슈에서 국민의 관심을 돌리겠다는 선거 전략으로 작동했다. 더불어 증원 정책 발표 이후 언론은 대학병원 내 치료·수술이 지연되어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 사고를 발 빠르게 전달해 왔고, 이 과정에서 의대 증원 정책의 추진 방식과 계획의 실효를 다루는 정책적 논의는 지워지며 비난이 간편한 ‘의사들의 이기심’이라는 이미지만이 공고해졌다. 이번 증원 관련 논의가 정부에 의해 성급하고 독단적으로 진행된 것이고 이는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정책에 가깝다는 의견이 4명의 인터뷰이 간에도 공통적으로 언급된 바 있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에 대해 숙고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하고 있지만, 그 한편으로는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 집단에게 자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형성된 혐오 프레임을 방관해 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방치되어 온 혐오 프레임 너머에 조명되지 못한 의사·의대생의 허탈감은 현시점에서 그 무엇보다도 살펴봄 직한 것이다.



2. 일상과 맞닿은 일

앞 장에서는 의대생 개인이 의협의 입장에 온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지점, 사명감에 대한 논의, 여론의 비난 의식을 바라보는 입장 등 의대 증원 논의를 둘러싼 몇 가지의 견고한 프레임을 의대생 개인이 어떻게 소화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본 장에서는 이와 더불어 인터뷰 과정에서 나누었던 의대생 개인의 ‘승인되지 못한’ 휴학 전후로의 상황을 다양한 꼭지로 조명한다. 


인터뷰이들은 인터뷰를 통해 증원 논의와 맞물려 논의 이전 묵인되어 왔던 적은 전공의 수요(티오), 전공의의 열악한 근로 환경, 무너진 의사-환자 간 라포의 문제를 토로했다. 그들의 말은 정책을 단념시키려는 단일한 목적 아래 쌓인 논거라기보다 직접 경험해 온 학부 시절과 인턴 생활 등 그들의 일상 그리고 가까운 진로와 맞닿아 있는 생생한 증언에 가깝다. 더불어 그들은 그러한 일상의 경험과 목격을 토대로 증원 정책 자체가 갖는 한계와 맹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남긴 바 있다.


이에 관해 그들의 경험과 맞닿아 있는, 개인의 진로와 전공의 실무를 아우르는 폭 넓은 이야기를 살펴봄 직하다. 자신의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인터뷰이들의 답변은 그 길이가 상당하다. 다만 그들 스스로의 언어를 통해 의대 내외의 상황을 살피는 것이 본 글의 취지를 살리는 데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해 답변 내용을 요약하고 다듬기보다 원문의 긴 호흡을 최대한 살려두었다. 필자는 그들의 상황을 주도적으로 설명하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 인터뷰이들의 서술을 정리하고 구체적 출처가 필요한 언급과 관련된 자료를 실었다. 그들이 짚는 의료 문제의 시의성을 살리고자 이하 본문은 현재형으로 작성한다.



- 전공의: 부족한 티오, 자본과 연계된 저조한 지원률, 열악한 근무 환경

            “수련병원에서 2배씩 늘어난 학생들을 학생들의 티오를 전부 다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문제가 있는 것 같고요. 그럼 사실상 대학병원 규모도 거의 한 2배씩 커져야 되거든요. (..)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지방 병원에서 티오가 애초에 많지 않다 보니까 새로 신설된 수도권 병원 쪽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오히려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과연 지금 지방에 의과대학 졸업생을 많이 배출한다고 해서 과연 그 지역에 많이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은 좀 있는 것 같아요.”  (졸업생  A)


            “저희 학교만 하더라도 전공의 티오가 재학생들에 비해서 턱없이 적어요. 그래서 졸업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자대 병원에 못 남고요. (지역 병원에) 안 남는 게 아니라 서울 아니면 다른 선택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의료 인력이 유출되는 거죠.”  (재학생 C)

            “전공의를 하겠다 싶으면, 지금 120명[주4]이 졸업을 하면 40명[주5]만 ○○대 병원에 남을 수 있고 80명은 다른 데를 가야 돼요.다른 데 가는 데 중에 △△병원이라거나 이렇게 □□에 있는 다른 병원도 있긴 하겠지만 그보다 다 수도권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가려고 하죠. 그래서 사실 (현재 ○○대 전공의 티오를) 40명에서 병상을 좀 늘려주면서 한 70명 이렇게만 돼도 ○○대 병원에 남을 의사들이 벌써 30명이나 매년 늘어나는 건데. 그거를 안 하고 그냥 의대생 정원만 늘리는 거는 지방의료에 대한 정책이라고 보지는 않고 있어요.” (재학생 C) 


의대 졸업생의 경우 졸업 이후 전공의 수련을 희망한다면 ‘대학병원’[주6]에서 전공의가 되어 약 4년 간[주7] 임상 수련을 하게 된다. 인터뷰이들은 의료 취약 지역 문제를 개선하는 데 증원 정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늘어난 정원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지역 의대의 부족한 전공의 티오 문제를 짚는다. 지역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는 전체 의사 수보다도 지역 병원에 적게 할당되는 전공의 자릿수의 여파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지역 병원의 한정된 전공의 티오가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의대 증원이 이루어지더라도 증원된 인원을 포함한 졸업생-전공의들이 지역병원에 배정되기보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C는 예측한다. 그는 증원 이전에도 지역 대학병원의 전공의 티오가 졸업인원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지역 의대 졸업생이 수도권 등 타 지역병원에 배치되어 온 점을 언급하고 있다. 지역병원의 전공의 티오가 졸업생 수 대비 적은 문제는 증원 논의와 맞물리지 않더라도 지역 의대 졸업생을 지역 밖으로 내몰아 왔다고 본 것이다. 


            “제가 전에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실습하고 저희 자교 병원에서 실습하고 또 서울대병원에서 실습을….  세 군데에서 흉부외과 실습을 했거든요. 근데 전공의가 한 명이고 이러니까 이틀에 한 번꼴로 당직하고. 이런 것들을 보면서 ‘그래도 지금 이 상태인데 나중에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좀 막연한 희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 (그런데) 막상 흉부외과 나온 사람들은 일자리 없어서 그냥 하지정맥류 하거나 뭐 그냥 아무 데도 할 게 없으니까, 다른 일자리 찾아서 심장 수술하고 싶어도 못하고 이런 상황인데 막상 그거를 해결 안 하면서 그런 것들을 내세우는 게 ‘이거 해결될 기미가 전혀 안 보이는구나.’ 약간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은 해결하고 싶은 의지도 없고, 관심도 없고, 그런 생각이 들었고 사실은 좀 그런 것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수 있겠다는 게 되게 우울하게 느껴졌었거든요.” (졸업생 B)


전공의 티오가 제한된 지역병원의 문제와 함께, 현 의료 체계는 필수과[주8]에 대한 부족한 수요의 문제를 함께 안고 있다. B는 60대 대동맥 박리 환자가 진료 및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증상 발생으로부터 약 4시간 가량 대기하다 사망한 사건[주9]에 대하여 흉부외과 전공의와 교수가 모두 부족한 실정인 점이 일부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B가 지향하는 흉부외과는 고용한 전문의 수에 비해 전공의 티오가 많다는 점으로 인해 전공의 지원률이 저조한 과 중 하나다. 


의대 졸업생은 자신이 선택한 분과에서 전문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공의 수련을 마쳐야만 한다. 전문의가 된 이후에는 교수 등의 여러 심화 직책으로 뻗어갈 수 있는데, 전문의는 그 일련의 직책들을  통칭할 수 있는 말이다. 각종 대학병원의 의사 인력은 크게 이 전공의와 전문의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문의가 될 것을 희망하는 졸업생에게 전공의 과정은 그 근로 조건이 열악하더라도 필히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 된다. 대학병원은 장기간 노동을 상대적 저임금으로 감내할 수 있는 전공의 비율을 늘리고, 전문의의 수를 줄이는 안을 택했다. 이에 흉부외과 전공의를 마쳤지만 ‘일자리가 없어서’ 대학병원에 남지 못한 전문의들은 전공과 관련성이 다소 떨어지는 분야로 개원을 하는 등 전문 분야를 살리지 못한 진료를 이어가게 되어, 이에 대한 전공의 지원률이 저조해지는 것이다.


한편 ‘전공의가 한 명이라 이틀에 한 번꼴로 당직하는 것을 보면서’도 막연히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으려 했다는 B의 언급은 대학병원의 전공의 중심 근로 구조 상 불가피한 전공의의 과로 양상을 시사한다. 인터뷰이들이 전공의와 관련해 짚은 문제는 티오만이 아니라 전공의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포함하고 있다. 이어지는 B의 발화에서 전공의의 근무환경에 대한 언급을 살펴볼 수 있다.


            “최근에 병원 그냥 이게 수가 구조상 흑자를 낼 수 없는 구조인데, 전공의의 페이에 관해서 그냥 다들 이렇게 하니까(페이가 적더라도 이의 없이 근무하니까) 저도 그냥 이렇게 막 했는데. 사실은 나는 이렇게 일하는데, 당직 안 하는 전문 간호사분들이 더 많이 받고, 이런 것들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조금…  그런 식으로 착취를 해서 돈을 이만큼이나 모아서 (병원을) 이렇게 짓고 있었네. 약간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전공의들의 분노도 좀 있죠.” (졸업생 B)


             “전공의 때 거의 진짜 진짜 노예처럼 착취당해서 거의 최저시급 받고 일하잖아요. 이런 비합리적인 거를 계속하는 이유는 약간 의대, 의사 간 분위기 자체가 조금 어떤 평균값을 좀 따라가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대부분 공부할 때도 약간 전체를 따라가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고. 우리나라는 (체감상) 의대생 중 90%가 전문의가 되거든요. 의사 중에 ‘그래도 수련은 받아야지’하는 분위기가 있고 이게 약간 뭐라고 해야 될까요? 좀 되게 수련을 안 받는 걸 조금 특이한 사람으로 보는 분위기가 좀 있긴 해요. 이게 그거를 못하겠다고 하면 ‘모자란 사람’ 이런 식으로 보는 게 있고. 약간 ‘저희 위의 선배들은 주 100시간 넘게도 막 일하고 이랬는데 너네는 주 80시간 법이 있어서 편하게 일하는 거야.’라는 말도 있어요. 여기에 좀 가스라이팅돼서 편한 건가? 이런 것도 있고.” (졸업생 B)


B는 자신의 모교를 포함한 의대 전반에서 전공의로서 수련받는 것이 하나의 커다란 경향성이 되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많은 의대생들이 지향하는 전공의의 근로 상황은 열악하다. 전공의의 근무 환경은 주 80시간 근로 조건을 어기는 일이 사실상 부지기수이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 밝힌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공의의 과반(약 52%)이 4주 연속 주 80시간이 넘는 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이중 필수과라고 불리우는 흉부외과 전공의는 100%가, 외과 전공의는 82%, 신경외과 전공의는 77.4%가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주10] 증원 정책을 포함한 필수 의료 패키지에는 이러한 전공의의 근로 악조건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이는 ‘근무시간 등을 포함한 종합적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추진’이라는 추상적 표현으로 소개될 뿐이다. 여전히 전문의를 지향하는 졸업생들에게 근로의 악조건은 괴롭더라도 마땅히 감내해야 할 사안 중 하나다.


종합해 보건대 대학병원은 수익을 위해 공급(의대 내 전공의 수련을 희망하는 일정한 경향성)과 편의(저임금과 강도 높은 노동)가 보장된 전공의 고용을 선호하는 추세다. 오늘날 대학병원의 수익 구조와 근무 체계는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기대고 있는 셈이기에, 증원 정책 논의와 맞물린 전공의들의 이탈이 의료 체계에 치명적 여파를 안긴 것은 그리 놀라운 현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본의 논리에 따라 어느새 대학 병원 내 필수 인력이 되어버린  전공의는 다시 무사히 현장에 복귀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D가 답변한다.


            “지금 이 상황에 가장 핵심에 있는 사람들은 전공의거든요, 의대생이 아니고. 의대생들이 연관이 된 이유는 미래에 전공의가 될 사람이기 때문에 연관이 있는 거거든요. 근데 지금 문제는, 의대 증원이 확정이 되면 전공의가 돌아갈까요? 전공의는 의대 증원이랑 관련이 없거든요. 그건 무슨 말이냐면 그냥 본질적으로 지금 관련된 모든 문제가 해결이 돼야 전공의가 돌아간다는 것이거든요. 근데 이제 저같이 병원에서 반드시 수련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실 미용을 할 사람들이 아니면 대부분 여기에 해당이 됩니다.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졸업을 하고 대학병원에 수련을 받아야 되는데 지금은 문제가 대학 병원에 있는 전공의가 없어요. 그럼 이제 문제가 뭐냐면 지금은 로드량을 좀 줄여놓고 교수들이 당직을 사면서 돌리고 있거든요. 근데 이제 만약에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내년에 우리가 졸업을 하고 딱 인턴이 되면 그건 아마 제 생각에는 그냥 최저시급을 받지 않으면서 온갖 허드렛 일을 하는 그냥 노동자로 사용이 되지, 내가 뭔가 더 나은 의사가 되거나 하는 식으로는 절대 교육을 받을 수 없을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게 다 위부터 차근차근 다 아래로 영향이 가는 건데 그러니까 이제 의대 증원이 만약에 6월에 해결이 된다고 쳐도 어차피 전공의가 6월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이 사람들은 사표를 내고 3개월이 지나면 1년치가 사라져요. 전공의가 지금까지 했던 그 1년 치의 그 기록이 인정이 안 돼서 정말 안 돌아올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이제 내가 인턴을 하고 나서 레지 1년 차가 돼도 내가 제일 위고 레지 2년 차가 돼도 내가 제일 위고. 이렇게 5년 정도를 온갖 그 책임과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야 되는데 그것은  굉장히 어리석은 것 같습니다.”   (재학생 D)


            “전공의들은 구심점이 없어요. 지금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의대생들은 ‘지금 의대협이 물론 온전한 신뢰를 받고 있냐’라고 하면 그건 아니라고 하겠지만 최소한 이건 있어요. ‘의대협이 돌아가겠다라고 선언을 하지 않는 이상 우르르 다 돌아갈 일은 없다’라고 어느 정도 우리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이 있거든요. 근데 전공의들은 지금 누가 얼마나 복귀했는지, 어느 병원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음알음 구해야 알지, 실제로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전체적인 실상을 파악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복귀 여부를) 온전히 개인의 자유 의지에 맡겨버리는 꼴이 돼버린 거예요. 그게 이제 오히려 돌아오는 데 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거죠.”  (재학생 D)

D는 전공의가 사직 이후 3개월이 지나면 1년의 경력이 인정받을 수 없게 됨을 설명하며, 그 기간이 지나면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전한다. 현 전공의가 이탈한 상황에서 내년에 새로운 전공의가 투입되더라도, 새롭게 투입된 전공의들은 기존의 전공의 공백을 메우면서도 여전히 강도높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안게 될 것임을 D는 우려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전공의의 파업 이유가 증원 정책에 대한 반발로 단일하게 해석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집단 사직은 증원 정책 백지화 그 이상의, 노동 환경 개선과 직업 존중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인터뷰이들의 시선에서, 전공의를 둘러싼 여러 문제는 어쩌면 그 무엇보다도 두툼하고 중대하다.



- 환자-의사 관계

인터뷰이들은 이번 증원 논의를 거치며 한층 심화된 환자-의사 간 라포 붕괴 문제를 실감한다. 논의 이전에도 진단 및 수술 과정이 오류를 빚거나 지연되는 상황에서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사안을 소재로 의사를 피고인 삼은 형사소송의 수는 점차 늘어온 추세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는 2022년 ‘의료행위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여 매년 의사 762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되고 있음을 밝혔다. 더불어 지난 2011년-2018년 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된 전체 전문직 중 약 73.8%가 의사에 해당했다.[주11] 라포 붕괴의 주 요인으로 꼽히는 의료소송의 만연화 문제를 이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B와 D는 각자 늘어가는 의료소송에 대한 소회를 밝힌다.


            “이제 응급 쪽이 보통 이제 의사한테 불리한 판결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런 판결이 이제 한 개 날 때마다 살짝 그 해 이제 지원자 궤멸. 이런 식으로 이게 의사들이 워낙…. 그러니까 이런 거죠. 봐봐요. 이게 의사들이 어떻게 생각하냐면 우선 공부를 잘해. 근데 옛날에는 내가 꿈이 있으면 보통 의대를 안 갔어요. 꿈이 없고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게 보통 의대생들의 디폴트 값인데 그 값 그대로 의사가 되는 거죠. ‘내가 만약에 이 과를 선택하면 감방에 갈 확률이 있다’하면 가겠습니까? 그렇게 의대를 온 사람들이? 절대 안 가죠. 그래서 필수과를 기피하는 것도 있습니다. (…) 친구도 자기 내과 하고 싶은데 (저한테) ‘혹시 너는 소송당하는 것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냐’고 물어볼 정도로 굉장히 비일비재하다.”  (재학생 D)

            “하물며 지금 그러니까 그냥 그 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개인의 그런 마음의 짐이 엄청나게 무거울 텐데 근데 이거를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까지 지금 법적 책임을 묻는 상황이잖아요. 그냥 죽기 직전에 사람이 병원에 와서 뭐라도 해보려고 하다가, 어떻게 그게 어쩔 수 없이…. 그러니까 의료 행위가 잘못된 게 아니라 그냥 어쩔 수 없이 그 사람은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는데 뭔가 그거를 노력을 더 했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닌데) 의사의 탓이 되는 거잖아요. (..) 일단은 하는 일 자체가 마음의 짐이 무거운데 내가 잘못하지 않은 것까지 그렇게 책임을 묻는다고 하면은 얼마나 숨이 막혀요. 근데 뭐 사실 이게 이미 그런 판례들이 있고 뭐 변호사 시장이나 이런 데서 너무 좋은 먹잇감이 된 거죠. 이게 판례들이 이렇게 있으니까. 환자도 뭐 이렇게 안 좋은 상태로 왔다는 거 알아도 그냥 ‘뭐가 좀 떨어지지 않을까’ 약간 이런 분위기가 분명히 생겼고.” (졸업생 B)


D는 ‘안정적 삶을 추구하는’ 의대생들이 소송 위험에 부담을 느껴 필수과를 기피하게 된다는 경향성을 언급한다. 또한 만연해지는 의료 소송 문제를 마주한 의대생이 느끼는 압박감과 두려움을 B는 토로한다. 최선의 진료에도 소송 위험을 피해갈 수 없다는 허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증원 논의 속에서 정부가 방치해 온 ‘의사 혐오 프레임’은 이미 의료소송 앞에서 압박감을 느껴온 의사· 의대생 집단을 한 번 더 옥죄고 있다. 


            “사실 저는 그렇게 별로 상처를 잘 안 받는 사람이라 느낀 바는 없는데…. 저는 그리고 사실 의대생이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의사들에 대한 욕이 사실 저한테 직접적으로 와닿지는 않았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그런데 제 지도 교수님은 산부인과 의사시고 제가 알기로 분만을 받는 몇 없는 남자 의사신데 제가 느끼기에 정말 사명감으로 (현장에) 계시는 분이란 말이에요. 대학 병원에 계시는데 사실 한 30~400m 떨어져 있는 2차 병원으로 가신다면 훨씬 월급도 많이 받으실 거고, 훨씬 근무 시간도 줄어드실 거고, 중증도도 훨씬 낮은 환자를 보실 텐데 내가 지금 대학병원에서 나가면 이 지역 근방에서 산모를 받아줄 의사가 없는 상황이니까 계속 그냥 사직서를 갖고만 계신대요. 지금은 전공의가 계속 안 들어오는 상황이라 원래 전공의들이 당직을 쓰고 이러는 거를 다 교수님들이 하세요. 50대이신데 밤을 이틀 새시고, 그러니까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당직을 쓰신다고 들었어요. 그러면 당직 쓰는 게 본인 근무를 하신 다음에 저녁 당직, 야간 당직을 쓰시고 그 다음날 본인 근무를 하시고 뭐 이렇게 이루어지잖아요. 이렇게 고강도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하시는 게 제가 봤을 땐 사명감밖에는 이유가 없어요. 그런 분들한테 그런 비난들이 너무 마음에 꽂히셨던 것 같아요. 비수로. 그래서 ‘만약에 내가 상황이 조금만 틀어지면 당장이라도 그만둬야겠다’라는 말씀을 저희한테까지 하실 정도로 상처를 많이 받으신 것 같기는 해요.”(재학생 C)


            “저희 병원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외래를 보고 회진을 돌고 연구를 하고 그냥 그 의학에 관련된 모든 것이 그냥 자기 인생의 전부예요. 그 사람들은 근데 이제 라포가 깨졌다는 게 굉장히 실감이 될 정도로 환자와 의사 관계가 좋지 않아지고, 환자들이 의사를 신뢰하지 않고. 그런 것에 대해서 이제 대학병원 교수들은 굉장히 수치심을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내 명예가 더럽혀졌다’ 이렇게 좀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재학생 D)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지도 교수를 포함해 학내 교수진의 강의와 의사로서의 실무를 가까이서 관찰해 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성 의사들이 느끼는 심리적 상처에 대해 언급한다. B, C, 그리고 D는 잦은 의료 소송 및 이번 증원 논의 속 ‘사명감을 저버린 의사’라는 여론의 반응을 거치며 기성의사들이 느끼는 허탈감에 대해 설명한다. 의사를 향한 각종 혐오표현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감정적 동요를 느끼는 것은 의대생 보다도 의료 현장에 나와 있는 의사들’이라고 C는 말한다. 


이번 사태는 증원 정책이라는 단독 사안에 대한 의정 간 극명한 의견 차이인 듯 보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인터뷰이들의 시선을 통해 살펴보았듯 의료 체계의 문제들은 긴밀히 상호연관되어 있다. 그 연결고리는 이러하다. 대학 병원은 수익을 위해 전공의를 다량 고용하고 혹사시키며 이와 동시에 그곳에 종사하는 전문의는 부족해진다. 낮은 수가를 충당하기 위해 다량의 환자를 빠르게 받는 과정에서 노동의 강도는 배가된다. 이에 급박한 의료 현장에 공백이 생기거나 이에 대해 진료가 지체되는 것이 의료 소송의 발단이 된다. 의료 소송의 만연화 추세와 더불어 의사의 입장을 이익집단으로서의 이기심으로 나타내는 현 논의 속에서 의사-환자 관계는 무너져 가고, 이에 사명감과 안정성을 상실한 의사들이 현장에서 이탈하거나 무기력해진다. 인터뷰이들의 시선을 거쳐왔을 때 이 연쇄적인 인과관계는 완전하지 않더라도 상호 간에 어느정도 느슨하고도 유효한 연관성이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올 2월에 본격화된 증원 정책 논의는 그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나가는 현 시점에도 여전히 의정 간 타협이 어려운 난항에 봉착해 있다. 이 장기화된 논의가 어떤 방식으로 결말을 짓게 되더라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을 연쇄된 문제 의식 각 지점에 대한 섬세한 보완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3.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만들어갈 미래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이든 의협을 지지하는 사람이든 이 인터뷰를 읽은 후에는 생각이 전환되거나 최소한 확장되었을 것이다. 의대 증원 정책은 정책의 언어로만 단순히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이번 증원 정책이 문제 되기 전부터 한참을 곪아온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목소리가 담겨야만 한다.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그 목소리의 시작으로서 필자가 정부와 의사·의대생 단체에 몇 가지를 제언하려 한다.



- 정부의 정책과 그 추진 방식에 대해

정부 의료 개혁 정책의 중요한 문제점은 그 추진 방식이 소위 ‘검사식’이라는 점이다. 여건이 부족한 지역의 의대 신설, 지역 의사제 도입, 수가 개선, 충분한 의대 교육 여건 조성 등의 보완 없이 추진되는 증원은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정책에 대한 저항에 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엄포로 대응하는 현 정부의 태도는 상황을 악화시킬 따름이다. 바람직한 정치는 정부의 명령과 국민의 순종 혹은 불순종에 따르는 처벌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정책은 정치를 통한 결과물이지, 정치의 시작점에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의료정책과 같이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는 정책의 경우 더욱 세심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C는 정부의 증원 정책 추진 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은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 그리고 ‘지방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이 두 가지는 대통령뿐만 아니라 현업에 종사하시고 계시는 의사분들도 같이 문제 제기를 하는 사안이에요. 그래서 대통령이 그리고 정부가 문제를 인식했고 그거에 대한 해결책으로 의사 수를 늘리겠다고 얘기했어요. 근데 정부가 만약에 본인이 생각하는 문제점이 있고 그거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의대 증원을 제시해서 이제 설득할 계획이었다면 의사 집단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활용하려고 했었어야 했을 것 같아요. 그걸 정치적으로 풀어나가는 거죠. (...) 증원했을 때 생겨나는 많은 변화는 우리가 도와주겠다. 예를 들어 건보 재정이 박살 난다. 그러면 다른 쪽에서 세수를 확보해서 지원한다든지 그런 식으로 어떻게든 대화하고 설득하면서 이 의제를 끌고 나갔어야 하는데, 대통령이 기소하고 잘못된 부분을 구형해서 판사한테 벌을 받게 하는 일을 되게 오랫동안 해오셨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문제 인식은 제대로 됐지만 그걸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말도 안 되는 2천 명 증원인 거죠. 예를 들어서 그냥 뭐 사형 구형하는 거랑 비슷한 거죠. 일단 세게 박아놓고 그냥 판사들한테, 국민들한테 설득하는, 2천 명이 맞지 않냐, 계속 밀어붙이는 식으로만 문제를 끌고 가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안인 것에 비해서 너무 거칠게 끌고 가고 계시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재학생 C)


또한 의료 현장에서의 아쉬운 경험에서 비롯된 국민들의 증원 찬성 의견을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로 이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5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의대 증원 방안 관련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필요성’에 대해서 ‘매우 필요하다’라는 응답은 26.1%였고 ‘필요한 편이다’라는 응답은 46.3%였다. 증원 필요성에 대한 대다수의 공감으로 해석할 수는 있겠으나, 2천 명 증원을 그대로 지지하는지 여부는 다소 불투명하게 드러난 응답이었다. 또한 ‘비상 진료 상황 정부 대응 평가’에 대해서는 65.3%가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이탈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처리 방향’에 대해서도 38.9%가 ‘면허정지 처분을 중지하고 대화를 통해 설득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의사들의 단체 행동을 단호하게 반대하던 의정 갈등 초기 여론을 고려했을 때[주12], 상당한 수의 국민이 면허정지 처분 중지 의견을 표했다는 것은 현 정부의 대응이 부적절함을 드러낸다.


정부는 의료계와 국민을 대립하는 항으로 삼아 논의를 이어가는 방식도 멈추어야 한다. 이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서 보인 서울시·서울교통공사의 대처와 유사하다. 지하철 내에 울려 퍼지는 방송, “장애인 시위 때문에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처럼 “의사들의 집단 사직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따라서 국민을 위해 의사들이 돌아와야 한다.”라는 정부의 수사는, 논의해야 할 여러 지점을 흐리고 ‘국민 건강은 무시한 채 밥그릇만 챙기는 악마’를 눈앞에 들이민다. 그리고 자연스레 의사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정당화한다. 온라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여러 비난들은 오롯이 의사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그러나 그 피해는 의사 개인의 정서를 넘어서 의료계 즉, 국민 건강에도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


            “이런 나쁜 점들이 있으니까, 얘네는 2천 명 증원 받아야 해.”라는 식으로 의사 집단 전체를 악마화하는 보도들을 막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거에 정말 사명감으로 필수 의료에 종사하시던 분들이 제일 상처를 받게 만드는 상황을 정부에서 끌어냈다고 봐요. 기사들이 그렇게 쏟아져 나왔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의료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을 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혐오적인 표현을 섞어서 의사 집단 전체를 비난하는 말들을 쉽게 하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재학생 C)



-의사·의대생 단체의 의견과 인식에 대해

물론 의사 집단 또한 정부의 무계획적이고 일방적인 행동에도 왜 시민들이 자신들에게 등을 돌리고 냉랭한 태도를 보이는지 자성할 필요가 있다. 앞서 인터뷰이들은 건강한 비판으로 볼 수 없는 인신공격과 혐오 표현에 그다지 동요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비판의 기저에 놓인 시민들의 피로와 반감은 지난 수년간 정부와의 갈등에서 의사들이 내세운 전략과 기치, 이로 인해 느낀 실망과 불만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의사들은, 특히 향후 대한민국의 의료를 책임질 젊은 의료인들은 집단이 아닌 공동체 전체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고, 그 바탕이 되는 조직을 어떻게 개혁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한다.


현재 의사·의대생 단체는 정부 정책의 한계를 비판하면서도 증원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은 꺼리는 경향이 있다. 여러 근거를 들며 “무분별한 의대 증원”을 반대한다는 그들의 입장은 분별 있는 의대 증원이 존재함을 내포한다 (현 정부의 정책과 무관하게 증원 자체는 필요함을 역설한다). 그러나 분별 있는 증원은 어떻게 가능한지에 관해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다수의 의사에게 증원이란 완전히 불필요한 것이기 때문일까?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 의사·의대생들의 입장과 정부 정책에 똑같이 비판적이더라도 증원은 분명히 찬성하는 일부 의사들의 입장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증원을 찬성하는 의사들도 정부 정책의 한계는 지적했는데,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문제는 증원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수가 개선이나, 지방 의대 신설 등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공통적인 입장이었다. 거대한 단체에 가려진 의사·의대생 개인의 입장이 그렇다면, 단체의 입장이 증원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현상은, 의견 표명에 있어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단체로서의 방식’이 그 이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 단체에서 의대 증원이 어느 정도 유효하다는 인식을 공식적으로 표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물론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나 ‘치료 가능 사망률’ 등의 지표에서 한국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은 타당한 듯 보인다. 그러나 국민 1인당 의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의료 성과를 얻는 현실은 이대로는 현재의 성과가 지속 불가능함을 암시한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몇몇 지표만으로 현실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다. 단적인 예로, ‘3분 진료’라고 불리는 환자들의 불만을 들 수 있다. ‘3분 진료’란 의사가 충분한 설명 없이, 마치 컨베이어 벨트 위 물건을 대하듯 진료하는 것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지난 5월 14일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 공청회'에서 오주환 서울의대 의학과 교수는 “시민 원고를 보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 충분한 소통 시간이 필요하다는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사와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불만 중 많은 경우는 환자에 대한 존중과 충분한 소통의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낮은 사망률이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쉬운 접근같이 통계로 환원할 수 있는 것만으로는 그 원인을 모두 파악할 수 없다. 의사·의대생 단체는 단순히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증원이 유효한 지점을 능동적으로 검토하여 지방의대 신설, 지역 의사제의 도입 같은 정책을 지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현 상황을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민의 어려움을 면밀히 살피고 증원에 대한 완고한 반대 태도를 버릴 때, 의사·의대생 단체가 현 사태에서의 국민적 지지를 얻는 것은 물론 장기적인 신뢰 회복 또한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사 집단 내에서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의식이 제고될 필요가 있다. 물론 능력주의 담론이 지배적인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학 입시 피라미드의 정상에 도달한 의대생·의사가 자신의 성과에 합당한 보상을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공공성에 대한 의식을 가질 여지 역시 존재한다. 이어지는 인터뷰 내용은 C가 그의 이모부인 한 의사로부터 공공성에 대해 들은 바를 전한다.


            “(...) 최근에 작은이모부를 만나서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이모부께서 정말로 많이 제가 공공성에 대한 생각을 해볼 단초를 제공해 주신 것 같아요. 그때 어떤 얘기를 하셨냐면, 큰 틀에서 봤을 때 의료 자체가 사회 전체가 만들어낸 산물임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식의 말씀이었단 말이에요. 해부학만 놓고 보더라도 베살리우스가 처음에 해부학이라는 학문을 성립해 나가면서 사람 몸을 해체할 때 썼던 시체들이 무연고 묘에서 꺼내온 시신이라거나. 아니면 정말 부랑자들, 거지들의 시신을 해체하고 해부하면서 해부학이라는 학문이 만들어졌고 계속 발전해 오면서 실제로 지금 우리에게 시신 기증을 해주시는 분들도 그렇게 경제적으로 유복하지 않으신 분들일 가능성도 크고.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어떤 분이든 간에 시신을 기증해 주신다는 것 자체가 사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엄청나게 큰 가치를 우리가 의료인으로서 성장할 미래를 위해서 주신 거잖아요. 저희는 그런 모든 지원을 받아서 공부하는 거고, 사실 교수님들이 얘기하실 때도 우리가 공부하는 데 드는 돈은 우리가 내는 학비에 비하면 엄청나다, 그러니까 우리가 의대생으로서 하는 모든 공부가 우리가 내는 등록금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세금으로 돌아간다는 거죠. 아니면 다른 공대에서 낸 학비에서 끌어온다든지 이런 식으로 사회에 많은 분야에서 도움을 받아서 우리가 의사가 되는데, 돼서 내가 벌 돈만 생각하기에는 받아온 것들을 무시하는 거고.” (재학생 C)


C는 의학과 의학 교육이 사회에 큰 빚을 지고 있음을 역설한다. 그는 해부학의 발전부터 현재 의대생들의 실습까지 많은 사람들의 (비)자발적 공헌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어질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의료에 대한 의대생의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 의대생에게 공공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함을 얘기한다. 물론, 의대생이 특정 교육을 받는 것만으로 모든 현실이 개선되기는 어렵다. 교육 이전에 견고한 구조와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병원의 90% 이상이 민간 병원이고[주13] 민간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는 사업자이므로 당연히 수익성이 우선시된다. 또한 ‘입시 경쟁에서의 승리를 통한 의대 입학’ 그리고 ‘힘겹게 따낸 면허를 가지고 성공한 사업자가 되는 것’. 이 두 가지는 현재 한국 사회가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궁극의 지향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지상 명령을 의료에 한해서 거부한다면, 예컨대 의대생을 추첨제로 선발한다거나, 공공 병원의 비율을 크게 늘린다면 상황이 상당히 개선될 수도 있다. 


그러나 2020년 모두가 목도한 바와 같이 공공 의대 설립조차 합의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현재까지의 정부와 의사 단체의 성명, 정책, 집단행동 등의 모든 행보, 그 무엇도 긍정적인 기대를 품게 하지 못했다. 그런데 동료 의대생들을 향한 C의 호소는 증원을 둘러싼 갈등 속의 그 어떤 목소리보다 미약하지만, 그럼에도 어떤 희망을 보게 한다. 어쩌면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의 자성이 그 어떤 정책보다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작은이모부의 표현을 따르자면 거인의 어깨 위에 있으면서 내가 되게 스스로 높은 곳에 올라온 것처럼, 사회적으로 받은 원조라는 큰 어깨 위에서 의료계의 최첨단을 향해서 나아가는 높은 곳에 있으면서 내가 잘해서 이런 의료계의 발전을 이뤄왔고 내가 앞으로 영리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이 의료계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처럼 모든 것을 자본주의의 논리로 의료를 설명하는 것 잘못된 것 같은데 그거를 깨달은, 아니면 (최소한)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하는 주변 동기들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느끼기에는 그런 공공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교육을 정말 체계적으로 예과 때부터 본과 이렇게 올라갈수록 지속적으로 내가 받는 공부는 내가 하는 공부는 내가 하는 모든 노력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도와줘서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거를 알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재학생 C)





[각주]

[1] 입장에 따라 표현이 갈리므로 이를 병기해둔다.

[2] 휴학 신청은 했지만 휴학계는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3] ‘다른 생각을 가진 의대생/전공의’라는 이름의 SNS 계정에서 따온 것으로, C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을 아울러 칭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4] 인터뷰이 요청으로 직접 언급한 숫자 대신 비율에 맞춰 가상의 숫자로 표기한다.

[5] 같은 이유로 가상의 숫자로 표기한다.

[6]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전공의는 3차 병원인 대학·종합병원에서 수련을 받는다. 따라서 3차 병원이 아닌 대학 병원의 경우 전공의를 받을 수 없다. 이에 수련병원으로 표기할 것을 고려하였으나 이는 전공의 관점에서의 표현이기에,  독자의 직관적 이해를 위해 대학병원으로 표기한 점을 참고바란다.

[7] 대부분의 경우 4년을 수련하지만, 가정의학과 등 특정 과의 경우 수련 기간이 상이하다. 

[8] 필수과, 필수의료가 의미하는 바는 국가마다 상이하지만, 일반적으로 국민의 생명에 직결된 분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생명을 보존할 수 없는 의료서비스를 의미한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이 그 예시다.

[9] 해당 환자는 최초 신고로 구급차를 타고 이동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인근 병원 6곳으로부터 모두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신고로부터 약 1시간 이후 한 종합병원에 도착했으나 해당 병원에서도 2시간 가량 제대로 된 진단을 받지 못했다. 환자가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 측은 CT촬영 등의 검사를 추가로 진행했고, 그가 대동맥 박리 환자임을 알았으나 해당 병원은 관련 수술이 불가해 다른 병원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환자는 사망했다. 자세한 내용은 기사 참조. 

한경, ‘닷새 만에 또…'응급실 뺑뺑이' 대동맥박리 환자 사망’, 2024.04.17.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4177579i)

[10] 서울신문, ‘주 80시간’ 전공의 쥐어짜는 병원… “전문의 늘리고 저수가 개선을” [이참에 뜯어고쳐야 할, 대한민국 기형적 의료체계<3>], 2024.03.08.

(https://www.seoul.co.kr/news/plan/medical-korea/2024/03/08/20240308008002)

[11]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22, 의료행위의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12] 2023년 12월 16일 보건의료노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조사자 중 86퍼센트가 의사들의 단체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1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공공병원 비율은 5.72%로 OECD 회원국 평균(33.62%)을 크게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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