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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수 May 07. 2021

확실해? 아닐걸?

절대로 확신하지 말아 보자!

 (미안하다 수학강사라서 이런 이야기로 시작한다..)


 중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했는가? (본인은 아니긴 하다만..)


 어느 정도(?) 했다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180° 라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확실해? 아닐걸? 삼각형의 세 내각의 합이 언제나 180° 일까?


 초등학교 2학년인 밍수는 받아쓰기가 너무 싫었다. 왜겠냐 못하니까 그렇지! 그런데 그날은 왠지 자신감이 뿜 뿜 하는 날이었다보다. "3번, '너, 아주 훌륭하구나?'" 담임선생님이 불러주는 문장에 너무 귀에 쏙쏙 박혔던 것일까 밍수는 자신 있게 연필을 휘갈겼고, 정답이라고 확신했다. 받아쓰기가 끝나고 담임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오늘 받아쓰기 3번 문제는 꽤 어려웠을 거야~ 과연 100점이 있을까?"


 호기롭게 받아쓰기를 마친 밍수는 주위 친구들한테 으스대며 자랑하듯이 이야기했다.


 "나는 3번 맞췄어~"


  담임선생님이 칠판에 답을 쓰기 시작하셨고, 짝꿍과 바꿔서 채점을 하기 시작했다. 내 시험지가 되돌아왔다. 맙소사, 무슨 일이람 3번이 틀렸다. 난 "훌룡"이라고 썼는데, 훌룡이 아니었다니 정말이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확신했는데! 그날 밍수가 그토록 자신하던 답은 정답이 아니었다. 밍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 정말로 180° 인가? 이렇게 한 번 해보자. 북극점에서 시작해서 남쪽으로 1km를 걸어보자. 그리고 동쪽으로 1km를 다시 걸어간 뒤에, 마지막으로 북쪽으로 1km 걸어가 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원래의 출발지점인 북극점에 도착해있다. 그리고 우리 직진했고 변이 세 개 이므로 분명 우리가 걸어온 자취는 삼각형이다. 그런데 방향을 바꿀 때 90° 씩 꺾었기 때문에 한 각의 크기가 90 °인 것이다. 이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가 편할 것이다.


 우리가 교육과정 중에 배우는 '삼각형'이라는 것은 평면에서의 삼각형이다. 위와 같이 구면에서 다루는 기하학을 구면 기하학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구면에서는 우리가 없다고 단정했던 이각형이 생기기도 하고, 평행한 두 직선이 서로 만나기도 한다.


 우리는 항상 우리의 지식과 경험이 모든 상황과 시대와 환경을 다룬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내가 모르는 미지의 영역이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 '남성'이 여성 혐오를 겪지 못했다고 해서 여성 혐오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비장애인이 장애인 차별을 겪지 못한다고 해서 장애인 차별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런 관념의 고정은 기득권일수록, 사회의 지배계층일수록 짙게 나타난다. 실제로 저 구면 기하학의 270° 짜리 삼각형을 학생들에게 소개해주면 처음에는 쉽게 납득하지 않으려고 한다. 논리적으로 설득되었어도 '에이 그건 구면에서나 되는 거잖아요~'라며 본인이 습득한(기득) 지식체계인 평면 기하의 체계를 굳게 지키며 구면 세계의 도형을 부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중에도 그것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학생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런 학생들은 아마 내가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흥미를 가지며 즐거워하기도 한다.


 이렇게, 새로운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는 스스로를 즐겁게 한다. 한번 내 안의 견고한 벽을 깨기 시작하면 그다음 벽을 허무는 것은 점점 쉬워지고, 그 벽을 무너뜨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면 그동안 보지 못하던 더 큰 세상을 보게 된다. 새가 알을 깨고 나와야만 세상에 초대받는 것처럼, 우리는 더 큰 행복으로,  정의로 초대받는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라고 한다." -『데미안』,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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