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엔 그리고 방비엥
아주 어릴 적에, 아마 초등학교 3~5학년쯤으로 기억한다. 그때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딱 한번 갔다. 백두산을 갈 수 있다는 중국 연길쯤이었는데 아빠와 친한 옛 회사 동료분의 아내가 조선족 사람이어서 그 길을 따라갔으니 딱히 해외여행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했다. 한겨울에 그 추운 곳에 갔으니 남은 사진이라곤 거의 없고, 그나마 있는 사진은 추위를 피하느라 꽁꽁 싸맨 옷과 목도리, 모자 사이로 눈코입만 겨우 보이는 것들 뿐이다.
그 이후 가족여행은 종종 갔지만 한국을 벗어난 적은 없었다. 그러다 마침 부모님 환갑을 맞아 가족여행을 준비하게 됐는데, 이번엔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동남아시아, 그중에서도 라오스를 택했다. 라오스로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가족여행을 가게 됐다고 하니까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라오스는 액티비티가 많은 곳이라 부모님 세대가 가기엔 적당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가.
사실 별생각 없이 고른 곳이긴 했다. 태국은 엄마와 한번 가봤고, 베트남은 아빠가 친구들과 따로 간다고 하고, 일본이나 필리핀, 중국은 내가 벌써 여러 번 갔던 곳이다. 더 멀리 가기엔 지금보다 더 긴 여행기간이 필요했다. 주변에서 한결같이 우려 섞인 말을 보내주니까 걱정반, 즐거움반으로 여행일이 다가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패키지니까! 가이드님이 알아서 잘해주시겠지, 하는 약간의 무책임도 함께.
직접 가보니 역시 모든 게 기우였다. 다이빙, 짚라인, 보트타기 등 액티비티는 있었지만 익스트림 스포츠는 아니었던 데다 1년에 한두 번 이 정도 경험은 삶의 즐거움 아니겠나. 특히 군인 출신인 아빠가 짚라인을 타던 대목에서는 같이 있던 사람들 모두가 박수치며 '역시 각이 남다르다'고 했으니, 아빠는 오랜만에 어깨가 으쓱한 순간이었다. 겁이 많은 오빠는 덕분에 더 짜릿한 경험을 했고, 보트를 타는 것 빼고는 물에 들어가길 싫어했던 엄마는 남이 해주는 밥 먹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고 했으니 모두가 즐거운 여행이었다.
'젊은이들의 천국'이라고 흔히 말하는 나라지만, 그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때 묻지 않아 순수한 라오스 사람들의 삶이 더 눈에 밟히는 곳.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저보다 어린 동생을 안고, 업고 나와 음식을 팔거나 전기 하나 들어오지 않을 것 같은 집 앞마당에 앉아 느긋하게 바느질을 하는 여성을 흔히 볼 수 있는 시골길. 눈이 마주칠 때마다 환하게 웃어주던 사람들의 얼굴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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