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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Feb 03. 2024

대중은 개돼지가 아니라는 착각

532 소크라테스, 예수는 대중이 죽였다

"어차피 대중은 개돼지입니다."


유명한 영화의 대사이자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산 고위 공무원 나향욱의 발언입니다. 본인이 대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제외한다면 듣자마자 화가 날 수밖에 없는 말입니다. 하지만 한 번 생각해 볼 만합니다. 저 발언을 한 고위 공무원이 어떻게 되었는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전 국민의 공분을 샀지만 고위 공무원으로 별 탈 없이 정년을 맞이할 것으로 보이는 발언자의 상태를 볼 때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3자의 시각으로 냉철하게 정말 대중이 개돼지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양당 체계로 자리를 잡은 우리나라 정치에서, 어느 진영이든 무슨 짓을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30%의 지지율은 가져가고 있습니다. 대중이 자신의 이익에 조금 더 맞는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특정 정당이 강세인 지역에는 심지어 후보가 사망했어도 당선이 되는 사례가 있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맹목적인 투표를 하는 사람이 많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마 정치계에 뛰어든 사람들 중 상당수는 큰 포부를 가지고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시작하였을 것입니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학습을 했을 것이며 나름의 확고한 정치 철학을 확립한 사람도 많을 겁니다. 자신만의 정치철학을 설파하며 열심히 활동을 시작했지만 사실 그런 어려운 이야기에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노회찬 의원처럼 탁월한 비유와 재치로 설명을 하며 지지를 받고 울림을 주는 특이한 경우도 있었지만 그 정도 능력을 갖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어느 집단에나 소위 사짜가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 철학 없이 인기에만 신경 쓰며 지지층의 지지율만 신경 쓰며 행동하는 정치인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이런 정치인은 아주 큰 정치인은 못될지언정 자주 선거에 이기곤 합니다. 철학이 없기 때문에 모순된 말도 많이 하고, 큰 실수를 하기도 히지만 대중은 시간이 지나면 이내 잊어버리고, 선거철에 내놓는 실행은 절대 되지 않는 달콤한 말에 휘둘려 표를 주게 됩니다.


큰 포부를 가지고 뛰어든 정치인은 이내 현실을 알게 됩니다. 대중은 자신의 정치 철학보다는 귀에 쏙 들어오는 심플한 슬로건에만 꽂힌다는 것을, 훌륭한 정책보다는 상대 진영 비방과 싸움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많은 부정을 저지르게 됩니다. 안 걸리도록 조심하겠지만, 걸려도 상관없습니다. 어느 정도 욕을 먹고 앞으로 정치 생활에서 약점으로 남겠지만, 부정으로 얻은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은 돈이 없으면 운신의 폭이 적어집니다. 정말 정의로운 정치인은 인기도, 돈도 없는 정치인이 되어 버립니다. 머리가 좋은 정치인은 살아남기 위해 현실과 타협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놈이 그놈인 사람만 남게 되는 것이 진화적으로 생각해도 당연한 귀결입니다. 때문에 엘리트 정치인들은 그 좋은 머리를 단지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는 쪽으로만 굴리게 됩니다.




결국 정의로운 정치인을 만드는 주체는 정의로운 시민입니다. 시민들이 더욱더 냉철하게 정치를 따지고 생각한다면 이상한 정치인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아니, 민감한 레이더로 항상 대중의 동향을 파악하는 정치인들은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도 빠르게 정의로운 정치인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각종 게시판에 정치를 가지고 싸우고 있고,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컨텐츠에 빨간색, 파란색만 나와도 정치를 끌어와 싸우는 댓글들이 난무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비난과 욕설만 난무할 뿐, 제대로 된 토론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개돼지는 아마도 눈앞의 짧은 이익만을 보는 동물을 빗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생각으로 가끔 작은 먹이를 하나 던져주면 좋아하는 시민을 일컫는 것이겠죠. 인간 사회는 복잡하기 때문인지, 심지어 짧은 생각으로 자신의 이익조차 못 따지는 모습을 많이 봅니다. 때때로 인간을 개돼지에 비유하는 것이 개돼지에게 미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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