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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직장인 Jan 06. 2024

돈이 가치가 없다는 착각

530 월급쟁이는 불행한가?

제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중에 한참 코인 붐이 불었습니다. 주변에서 너도나도 코인 투자를 시작하였고, 꽤 수익을 거둔 친구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위 친구들은 아침이 되면 너도나도 수익을 자랑하며 저에게 왜 코인을 하지 않느냐고 묻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대출까지 받아가며 점점 큰돈을 밀어 넣어 억대의 수익을 올린 친구도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코인 수익이 늘어날수록, 왜 이 고생을 하며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개고생을 하느냐는 분위기가 퍼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오르기만 하던 코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은 월급날만을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겐 세일'기간에 한 푼이라도 돈을 더 밀어 넣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절약하며 한 푼 쓰는 것도 아까워하던 친구가 "야수의 심장"을 운운하며 코인이 떨어지면 '오히려 좋아'라며 신나 했습니다. 저런 광기를 보니, 만약 내가 코인을 했으면 이맘때쯤미 빠져나올 타이밍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코인을 하지 않는 입장에서 보니 드는 생각이었고, 저도 저기에 합류했다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불나방처럼 달려들고 있었겠죠.




최종적으로 그 친구들은 코인 선물까지 손을 대서, 수익이 가장 높았던 친구순으로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하며 광기는 끝을 맺었습니다. 코인을 흙수저가 금수저가 될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회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종류만 다를 뿐 이러한 붐은 많았습니다. 코인 직전에 모두 주식에 매달리기도 했고, 제가 초등학교쯤에 본 주식 붐 역시 이 못지않았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증권사의 수많은 텔레비전을 보며 왜 사람들이 "빨간색"을 안 사는지 궁금해했던 기억이 있네요. 뿐만 아닙니다. 부동산 투기는 언제나 핫했습니다. 많은 돈이 필요하고, 사람 간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두렵기 때문에 한정적인 사람만 할 수 있을 뿐이지, 주식, 코인 붐이 부동산을 따라갈 수 있을까 싶습니다.




투자를 하는 모든 사람들이 아는 용어가 있습니다. "High risk, high return"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투자 붐이 일어날 때는 모두들 'High return' 만을 보게 됩니다. 투자를 전혀 하지 않는 친구가 주위를 보다 못해 뛰어들어 '돈 복사'를 시작할 때즈음 항상 거대한 리스크가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큰돈을 잃고 빛을 지고 나서 하는 말은 "그래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와서 다행이다."입니다. 투자를 실패해 보면 투자 실패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이해가 가게 되며 월급의 고마움을 크게 느끼게 됩니다.


금본위제가 사라진 이후로 무제한의 돈 복사가 가능해졌습니다. 금 본위제가 유지되었다면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만 팔아서 그렇게 부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아이폰이 그렇게 많이 팔려도 기업 가치가 지금처럼 높지는 않을 것입니다. 맑스는 자본으로 생산 수단을 소유하여 큰돈을 버는 사람을 비난했지만, 지금 그런 사업가는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위인입니다. 이제는 아무런 생산 수단 없이, 과거 의미의 자본가와 비교할 수 없이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람들은 동경의 대상이 됨과 함께 푼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게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투자 붐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돈의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돈은 현재 가장 가치가 있습니다. 코인이 현금으로 환급이 되지 않아도 유지될 수 있지 않는 이상 돈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학력 수준은 높아지고, 취직은 어려워짐에 따라 젊은 세대들의 직업관이 바뀐다는 말을 듣습니다. 코인, 주식 열풍이 있었고, 유튜브나 SNS로 젊은 나이에 떼돈을 번 사람들을 봐왔으며, 한정판 상품이 출시되면 되팔이가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세상에 살다 보니 어렵게 취직하여 매일 출근을 하며 돈을 버는 것에 회의감이 들 수 있습니다. 세상을 길게 보면 월급쟁이가 소수인 세상, 혹은 월급의 개념이 없어지는 세상이 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매달 돈을 는 것만큼 안정적으로 세상을 살 방법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운 좋게 큰돈을 버는 것 같지만, 세상에 그런 사람은 아직 소수입니다. 매일 쳇바퀴처럼 출근하는 삶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더 많습니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다 망해도 더 큰 수렁으로 빠지지 않게 만드는 것은 내 아까운 투자 시간을 제한하는 출근과 대출 이자를 갚을 수 있게 해주는 월급입니다. 돈에 쪼달리고, 하고 싶은 걸 참으며 살다가도 가끔은 플렉스 할 수 있는, 회사 실적이 좋을 때 나오는 약간의 보너스 정도가 전부일 정도로 대박은 없지만, 내일에 대한 두려움이 적은 월급쟁이로 사는 것이 때로는 큰 행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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