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서일페가 끝난 후에
이벤트가 끝난 뒤의 허무함과 인생이야기
서일페를 다녀왔습니다.
멋진 그림들을 마음껏 사서 즐겁고 흥분되고 기쁘고 좋았습니다.
근데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은 뭔가 허무하더라고요.
서일페를 기다리던 시간들이 오히려 설레고 행복했습니다.
뭐든지 다 그래요. 이벤트가 있기 전은 무척 설레는데 이벤트가 끝나면 허무합니다.
그리고 예전만큼 좋아하는 정도가 줄어드는 것도 같아요.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재밌는 게 없고 재밌던 것도 점점 익숙해져만 갑니다.
산다는 게 자기가 자기 삶을 재량껏 꾸려가는 것 같아요.
어찌어찌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시도해 보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거 같아요.
예전에는 그림으로 돈을 벌면, 인기를 얻어서 유명해지면 기쁘고 행복할 것 만 같았어요. 근데 이제는 그림으로 돈 벌고 싶지도 않고 그럴 능력도 없고 인기가 많아도 행복해지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다는 게 그저 이렇든 저렇든 자기 일 찾아서 묵묵히 해나가는 것 같아요.
산다는 건 특별할 게 없는 거죠.
그냥 오늘 할 일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
그것의 무한 반복.
살아 갈수록 재밌고 좋아하는 것들이 자꾸 사라지고 줄어듭니다.
별 볼 일 없는 일상을 예전에는 막 뭐라도 되려 하고 이루고 싶었는데요.
이제는 그냥 살아요.
그냥 사는 거죠 뭐.
그게 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오래 사는 게 그다지 썩 좋게만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내가 내 몸 쓸 수 있는 날까지만 살고 싶어요.
서일페에서는 무척 흥분되고 즐거웠습니다.
근데 돌아오는 버스 안 창밖을 보며 이런저런 마음과 생각들이 밀려오네요.
하루가 길어요. 기뻤다 즐거웠다 허무했다 쓸쓸했다. 하루에도 온마음이 여러 번 일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