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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Jul 16. 2022

쓰던 올리고당이 다 떨어져서 새로 사야 하는데...

마트 올리고당 진열대 앞에서 뭘 사야 하나... 버퍼링이 올 때


  한참 전에 대형마트에서 1+1으로 묶음 포장되어 있는 덩어리 큰 녀석으로 쓱 골라왔었다. 아마 몇 달이 지나 내용물이 다 써간지금에서야 다시금 선택의 시간이 다가올때즘 용기 표면에 적혀있는 여러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 마트 가면 사 오긴 해야 하는데... 그래야 아이 반찬 등이나 조림요리할 때 달달하고 윤기 나는 요리를 할 수 있을 텐데... 솔직히 난 내 손에 들고 있는 이 설탕 사촌 쯤되는 물질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어떤 목적으로 이것을 구매했지만 내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 확신은 없다.  마트 진열대 앞에 서면 여러 종류의 상표를 달고 또 색깔도 갈색, 투명한 것들 그리고 올리고당, 물엿, 조청들이 쫙 진열되어 저마다의 스펙을 자랑하고 있다. 선택을 하는 나는 나의 선택 기준을 명확하게 모르겠다. '이것들 다 똑같은 거 아닐까? 회사 상표만 다를 뿐이겠지'라고 치부해버리긴 종류가 너무 많고 선전하는 문구들이 다양하다.      




  늘 항상 궁금하긴 했는데 돈이 되는 정보도 아니라서 굳이 시간을 따로 내서 잘 안 찾아보는 것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컴퓨터 앞이나 핸드폰에서 검색하는 돈 되는 중요한 정보가 아니라는 이유로 진짜 살면서 내 평생 처음으로 마음먹고 이것들을 한 번쯤은 정리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것들을 찾아보니 쭉쭉 나열식으로 여러 정보들을 짜깁기 해 놓은 것은 나도 읽을 때는 아'''그렇구나 싶다가도 노트북을 덮거나 고개들이 하늘만 보면 다 잊어버리게 되는 사소한 것들이기에 이번에 생애 처음으로 정리하는 나는 이것들을 최대한 중요한 것들만 비교 분석해서 서로 사소한 것이지만 실제로 먹고사는데 진심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이 글을 쓰고 난다면 그 사소한 것들을 한동안은 잊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래의 표에서 서로 관계있는 것끼리 짝지으시오.            


    1. 올리고당                                                 ㄱ. 오래 열을 가하면 딱딱해져서  조림, 볶음요리 

                                                                          마지막에 넣는다


    2. 물엿                                                        ㄴ. 곡류의 다양한 성분이 녹아있고 건강에 더없이 

                                                                           좋은 감미료다.


    3. 조청                                                        ㄷ. 70℃ 이상에서 단맛이 감소, 볶음이나 조림 대신                                                                               무침이나 미숫가루 음료 등에 넣는다


    4. 요리당                                                     ㄹ. 소량만 넣어도 강한 단맛이 나므로 소량만 넣어

                                                                           따라서 윤기가 덜하다


아주 오랜만에 초등 1학년에서 많이 해보던 선 긋기를 만들어봤다.  위 표에서 선긋기를 할 때 주저되거나 혼란스럽다면 나와 함께 이번 기회에 마트 물엿 제품들에 관한 개념 정리를 하러 따라나서기 바란다. 나는 딱 내가 밥해먹고 살기 위한 최소한의 개념 정리만 할 것이니까.  이런식으로 올리고당을 제대로 알고 사고 나면 앞으로 음식할때 이제껏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간장, 설탕같은  양념들에 대해서도 이번 생이 다 끝나기 전에 한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엄마가 되어 음식을 만들기 시작한 지가 십여 년이 지났는데 난 위에 표에 나오는 문구들을 한 번도 제대로 보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가 어려서 단맛이 조금 더 나는 반찬들로 준비할 때는 마트 진열대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그때그때 다르게 선택했었다. 왜 그때 집에 와서 한 번쯤 각각의 특징에 대해 검색해 보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도 밀려오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어릴 적부터 단맛은 설탕으로, 윤기 촤르르 가 필요한 순간엔 싱크대에서 물엿을 꺼내왔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마트 진열대에 물엿의 종류가 너무 많아져서 나를 졸게 만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인데 반하여 진열대 앞에 너무도 위풍당당하게 저마다 선택을 강요하며 서 있는 제품들을 보면 ‘아, 다음에 올 땐 좀 제대로 알아보고 와야겠다’라고 늘 다음으로 미뤄지는 것들... 그러다 어쩌면 다음 생으로 아주 아주 미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올리고당

최근 들어 술이나 음료에 올리고당이 들어갔다는 광고 문구가 많이 눈에 띄다. 혈중 당을 빠르게 증가시켜주는 설탕 대신 올리고당은 여러 개의 당이 결합된 형태기 때문에 천천히 분해되어 혈당치가 서서히 증가하게 만들어주며 대장에 사는 유익한 세균의 먹이가 되는 기능성 당류이다.


70℃이상에서 단맛이 없어짐 → 미숫가루, 장아찌, 나물, 무침 등에 어울린다


2. 물엿

쌀이나 옥수수를  산 또는 효소로 분해시키면 포도당 또는 맥아당으로 분해되고 이것을 표백과 정제 과정을 거치면 물엿이 된다. 오래 가열하면 엿처럼 뻑뻑해지는 특징이 있으므로 요리의 마지막에 넣는 게 좋다. 볶음, 구이 요리에 좋다.


3. 조청

쌀을 엿기름(싹 틔운 보리 낱알을 건조해 가루로 만든 것, 싹틸때 전분 분해효소인 아밀라아제 효소가 최고로 활성화됨)으로 삭히면 우리가 잘 아는 식혜가 만들어진다. 이 식혜를 오래오래 졸이면 끈적한 조청이 만들어진다. 조청은 별도의  정제 과정이 없어서 농도가 진하고 통곡물의  영양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색은 진한 갈색이며 끈적임이 많아 계량이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 깔끔한 단맛보다는 구수하고 풍미가 있다. 곡류 단맛의 복합적인 맛으로 고구마 맛탕, 떡볶이 그리고 조림요리에 알맞다.


4. 요리당

설탕의 원료가 되는 원당으로 물엿과 조청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 것임. 물엿, 조청보다 단맛 ↑, 단맛은 강하지만 뒷맛은 깔끔하지 못함



  다시 현실적인 구매자의 입장으로 돌아와, 가끔 감자조림 요리나 돼지고기 두루치기 같은 것을 할 때 요리에 단맛과 윤기를 추가할 목적인 나라면 나는 올리고당 대신 물엿이나 조청을 장바구니에 추가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이렇게 알아보지 않았다면 나는 진열대 앞에서 뭘 사야 하나 한참 동안 버퍼링이 되다가 결국 세일하는 1+1 제품 또는 전에 쓰던 아무거나 상품을 담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름에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탈 때는 올리고당을 조금 첨가한다면 좋을 거 같아서 올리고당 한병도 장바구니에 넣었다.     

이런 구별을 해보는 이 지구 상 마지막 사람이 내가 되더라도 나는 오늘 무척이나 스스로 뿌듯하고 대견하다.      

이 글은 미루고 미루어온 숙제를 마치 큰 맘먹고 해 낸 이 열등생의 기분을 알아줄 그 누군가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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