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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림 Feb 18. 2023

쌓였던 감정이 터지는 날, 공허함

몇 년에 한 번 찾아오는거 같은데..오늘이 그 날이었다.

몇 해 전, 전혀 그럴 것도 없던 평범했던 평일, 친구와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취했다. 

너무 많이 마셨는지, 그동안 쌓여있던 수많은 감정이 올라왔고, 그 중에 제일 깊고 쎈 놈이 공허함이었다.

그 공허함은 타지에서의 생활에서 오는 긴장감, 외로움, 그리움과 직장 생활의 힘듦, 괴로움, 부담감 등이 얽혀 결국 보이는 것도, 가진 것도, 남는 것도 없이 모두 속 없이 헛되어 보이는 모든 것에 대한 감정이었다.

그 때 그렇게, 술 기운에 힘입어 별 주정으로 감정을 터트렸고, 불 꺼진 화장실에서 눈 앞이 안보인다며 목놓아 울던 것은 통화 너머, 엄마의 걱정을 한 층 키우는 트리거가 되었다.


그 이후로, 난 술이라면 자제하고 마시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하지만..오늘.

몇 해 전, 그 날이 다시 온 건가 싶을 만큼, 엄청난 공허함이 찾아왔고, 세수를 몇 번을 하고 있는지 모를만큼 울었다.

발단을 찾아보면, 하루 내내 공복상태로 커피 몇 잔, 소맥 몇 잔 그리고 박카스 한 병을 얼떨결에 마시게 되었다. 내가 어떤 상태로 뭘 마셨는지, 생각했어야하는데, 아무 생각이 없이 마셔버렸고 카페인 과다 복용 부작용이 일어난 것 같다.

갑자기 심장이 터질듯이 빨리 뛰고, 팔 다리에 기운이 빠지더니, 어지러움이 살짝 왔다.

진정되나 싶더니, 순식간에 마음이 텅 빈 듯한 느낌이 들면서 겉잡을 수 없는 공허함에 암전 상태가 되어버렸다. 순간 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나..싶은 공포가 생길 정도로 내 감정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잠시만, 잠시만 가만히 앉아 생각해보았다.

카페인 부작용이라기엔, 공허함은 너무 멀리 있는 감정이었다.

뭐지,, 왜 카페인 부작용에서 공허함으로 연결된거지..하다가 몇 해 전, 그 일이 생각났고 꾹 참고 눌러두던 나의 수많은 감정들이 이렇게 한 번씩 트리거가 있게 되는 순간, 터진다는 것을 알았다.


다들, 이렇게 한 번씩 쎄게, 깊게 찾아오나..사람마다 다르겠지.

평소에 감정을 다루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테니까. 

어떤 식이든, 감정은 어떻게든 해소가 되어야하는 것이고, 나의 방법은 이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별로 좋지 않은 방법인 것 같은데, 이걸 고치기 위해 무엇부터 개선해야할지 당장에 착착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내 성격 자체를 뜯어보고 고쳐야할 수도 있기에, 이번 기회에 신중하게 고민해보려고한다.


오늘은 엉엉 울던 와중에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엔 안받으면, 10초도 안기다리고 끊던 동생의 전화가 오늘따라 계속 울렸다.

머야..아는거야?? 왜 안 끊어..하면서 받았고, 동생의 걱정 어린 마음과 위로가 이어졌다.

덕분에, 추스르고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지는 나의 감정 '해소'에 대해 글을 쓰게 되었다.

매몰될 뻔 했던 공허함 앞에 동생의 말 들이 하나 둘 채워졌고,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더니, 다시금 차올랐다. 

아! 그러고보니, 몇 해 전, 그 날에도 동생의 전화가 왔었다.

집에 들어갈때까지 절대 끊지마라던 동생의 화난 목소리와 걱정이 생각났다.


매 번 아는건가..여튼 개인적으로 모든 것에 진심으로 동생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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