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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화 Aug 18. 2019

다섯 번째 여행지, 공주 (2)

두 번째 이야기, 백제문화제에서 다시 만나자 송산리 고분군!



이 날씨에 여길 가다니, 네 무덤도 옆에 만들러 갔니?


내가 폭염주의보가 내린 어느 날, 무령왕릉을 보러 갔다고 하니 한 친구가 기겁을 하며 말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여긴 진짜 그늘이 하나도 없다. 봄 여름에 산책하러 오거나, 송산리 고분군의 내부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시원한 모형전시관으로 더위를 피한다면 모를까. 하필 모형전시관의 오픈을 이틀 앞두고, 무령왕릉 볼 생각만 하고 와버린 거다.


하늘은 그림같았고, 왕릉은 생각 이상으로 거대했다.





첫 번째 이야기를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아시겠지만, 여기를 오려다가 길을 잃어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박물관 안에 들어가 직원에게 길을 물어보니, 지금 그 일대가 공사 중이라서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단다. 거기에 무령왕릉 쪽도 모형전시관이 공사 중인 데다가 현재 출토 유물들을 연구 중이라 볼 게 없단다.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그런데, 알려주신 경로가 버스정류장 방향이라 겸사겸사 들를 요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송산리 고분군 입구. 작년부터 모형전시관의 공사로 인하여 공사가 완료되는 올해 7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지금은 재개관하여 입장료가 있다.





공주의 주요 유적지 곳곳에 자전거 무인 대여소가 설치되어 있다.

 

도저히 걸어서는 못 갈 거 같아 한옥마을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십분 남짓, 열심히 페달을 밟으니 비로소 송산리 고분군의 초입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빌린 자전거를 반납하고, 앞쪽에 설치된 정수기에서 시원한 물을 들이켠 후에 다시 힘을 내어 매표소 쪽으로 걸어갔다.



매표소 가는 길은 공원처럼 길이 잘 닦여져 있었는데, 서늘한 가을이나 따뜻한 봄에 산책하기 좋을 것 같다. 그 말은 즉슨, 지금은 너무 덥고 힘들다는 얘기... 여기는 꼭 백제문화제 기간에 와봐야겠더라. 물론 그 기간에는 오늘만큼 한적하진 않겠지



산책하기 좋게 조성되어 있는 송산리 고분군.


초입부터 모형전시관 휴무에 관한 팻말이 큼직하게 설치되어  있더니 매표소 쪽에도 같은 팻말이 설치되어 있었다. 공주박물관과 마찬가지로 매표소 앞에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이라는 진묘수가 설치되어 있었다. 진묘수는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이기도 하고, 무덤을 지킨다는 점에서 매표소 앞에 놓인 것이 퍽 어울린다.


무료입장 기간이라 그런지 매표소엔 아무도 없었고, 더운 날씨 때문인지 사람도 거의 없어 나름 쾌적하게(?) 유적지를 관람할 수 있었다. 쾌적하나 마나, 더위로 쓰러질 것 같았기에 정말 거의 스캐너만큼 빠른 속도로 유적지를 훑고 나왔다.


송산리고분군(무령왕릉) 매표소. 앞에는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인 진묘수가 3배크기로 제작되어 설치되어 있다.







송산리고분군 모형전시관 입구. 지금은 공사가 마무리되어 입장가능하다. 무령왕릉과 송산리고분군 5, 6호가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고 한다.


입장해 보니 어딘가 익숙한 관경이 들어왔다. 아, 나 여기 온 적 있지. 초등학생 때 현장체험학습으로 단체로 왔었구나. 이곳 모형전시관도 그때 한 번 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규모가 상당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재개관 이후에 방문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오래된 기억으로는 굉장히 잘 조성해놨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오랜시간 공들여 재정비를 했으니 더 좋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쉬웠던 부분이다. 백제문화제 기간에 공주를 방문할 계획이긴 한데, 혹여나 이곳에 들르게 되면 이번엔 모형전시관에 꼭 들어가봐야지 다짐하는 순간.


아, 지금은 정상 관람 가능하니 꼭 가보시길. 무령왕릉과 송산리 고분군을 더욱 리얼하게 감상하기 위해서, 여기 오는 길이 어마어마하게 덥기 때문에 열을 식히기 위해서 꼭 들르는 것을 추천한다.



송산리고분군 5, 6호분.



송산리고분군 5호분. 내부를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모양이다.
무령왕릉.


그리고 이어서 펼쳐지는 능들의 향연! 송산리고분군 5호분을 시작으로 6호분, 무령왕릉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안쪽에 다른 송산리고분군들도 있다는데, 사실 더 들어가면 죽을 것 같아서 무령왕릉을 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무령왕릉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상당했다. 하긴, 왕의 무덤인데 일반 시민들이 들어갈만한 규모일리가 없지. 이곳에서 백제의 수많은 유적들이 출토했다는데, 그러려면 능의 규모가 작을리가 없다는것을 와보고서야 알았다. 내부는 볼 수 없었기에 내가 볼 수 있는건 고작 능의 겉모습뿐이었는데, 그래도 중고등학교때 주구장창 배웠던 백제의 무령왕의 무덤을 이렇게 직접 확인해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왕릉과 송산리 고분군을 빠르게 훑고 나오는 길. 생각보다 산책로가 잘 꾸며져 있어서 좋았으나, 날씨는 그럴 여유를 주지 않았다. 날씨때문에 녹아가고 있던 몸은 물먹은 솜처럼 느릿느릿 입구로 기어갔고, 그 길에 무령왕의 일대기를 정리한 안내판을 발견했다. 나가는 길목에 있어 좀 당황스러웠지만 굉장히 자세하게 적혀있어서 잊고 있었던 무령왕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확실히 초등학생들 데리고 와서 요것들 사진 찍어가지고 방학숙제 만들기는 좋겠다, 싶더라. 요즘도 그런 숙제를 하려나...?


무령왕의 생애를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무령왕 뿐만 아니라 근초고왕, 법왕 등의 역대 백제의 왕들이 백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이렇게나 노력했는데... 백제의 아름다운 문화와 예술이 여러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했을지언정, 한 세력에 결국 굴복하게 된 백제의 말미가 참으로 슬프게 느껴졌달까.



무령왕릉을 보고 나오는 길에 무령왕에 관련한 이야기들이 적혀있다.





가는 길목에서 또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인동시렁길이라고 해서, 무령왕릉에서 출토한 인동초를 식재하여 산책길을 만들었단다. 와... 무덤에서 출토한 식물을 이렇게 꾸밀 생각을 하다니...! 보기 힘든 식물이라고 생각하니 굉장해보인다. 무덤에서 나온 식물이라... 좀 으스스한 감도 있고? 하지만 워낙 날씨가 쨍쨍해서 식물에 귀신이 붙었을지언정 다 타버렸으리라 지레 짐작하였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인동초를 식재한 산책길.





출구로 가는길에 만난 웅진백제관! 사실 들어가는 길목에서도 발견했었던 이곳은 무령왕릉을 관람하고 좀 컨디션이 괜찮으면 들어가볼까 싶었으나 역시나 더욱 컨디션이 안좋아서 들어가지 못했다. 외관이 500년의 백제 역사와 현대의 미가 어우러져 한번 쯤 들어가보고 싶게끔 한다. 나중에 공주에 한번 더 들르면 여기도 꼭 들어가봐야지, 다짐하고 서둘러 공주를 떠났다.


밖으로 나오면 웅진백제역사관이 지척에 있다. 힘들어서 그냥 지나쳤으나 같이 가면 좋을 듯.




급하게 쓰느라 순서가 뒤죽박죽하게 올라오긴 할텐데, 실제 공주 여행기는 공주박물관, 공주한옥마을, 무령왕릉(송산리고분군) 순서로 진행되었다. 다음에 뭐를 올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주는 9월 말즈음 다시 방문할 계획이라는 것만 밝힌다. 너무 더운날 방문해서 제대로 공주를 즐기지 못한 것 같아 사람이 많더라도 백제문화제 기간에 남자친구랑 함께하기로 했다. 그땐 좀 낫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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