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봉사활동-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그림동화책 만들기
전날 눈이 많이 내렸다. 세상이 하얀색이다.
토요일 아침 10시 손으로 보는 그림동화책 만들기 봉사활동이 있다. 5분이면 가는 길이 한참이 걸린다. 예쁜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어 가는 길이 자꾸 멈춘다.
쌓인 눈길 때문에 천으로 된 운동화는 양말까지 젖어가지만 그래도 즐겁다.
오늘의 간식은 따뜻한 파스타를 만들어야겠다. 음악은 크리스마스 캐럴이 좋을듯하다.
눈이 쌓인 길을 걷기가 쉽지 않다. 벌써 얼은 곳들도 있다.
사진을 찍고, 엉금엉금 조심해서 걸어오다 보니 10시가 넘어 도착했다.
작업실에 도착하니 봉사자들은 바느질을 하고 있다. 오늘의 바느질수업은 점자필름을 내지에 바느질하기다. 전날 내지에 묵자프린트와 점자필름스티커 작업을 미리 해두었다. 바느질의 중요한 포인트는 [낙장불입]이다. 필름을 고정하기 위해 하는 바느질에서는 바늘이 들어간 곳은 되돌리지 않고 그대로 바느질을 해야 한다. 바늘이 통과하고 나온 곳은 날카로워지기 때문에 바늘땀 간격이 조금 달라도 그냥 해야 한다.
바늘을 통과한 실이 자리를 잡으면 날카로운 부분은 없어지지만 실을 통과하지 않으면 거친 가시 같은 촉감을 느끼게 된다.
청년봉사자들이 내지에 필름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맨 마지막 페이지 책을 만든 봉사자들의 이름과 책의 정보를 손바느질한다. 봉사자들이 좋아하는 색을 물어보고 좋아하는 색실로 이름을 바느질한다.
2014년 마지막으로 만든 책이 열일곱 번째 책이었다.
2024년에 만드는 첫 책은 열여덟 번째 책이다. 우선 20권을 목표로 만들고 있다. 가능하면 올해 첫 책을 기증해 보자고 봉사자들과 이야기했다. 다음 주에 한번 더 만들면 한 권의 책이 완성될 것 같다. 벨크로 중 까끌이를 주문해 두고 표지원단에 사용할 원단들도 주문했다. 다음 주에 표지작업과 내지 연결작업 (재본작업)을 하고 표지연결을 하면 완성이다. (난도가 있는 작업이다.)
올해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에는 작업양이 많다. 그래서 한 권은 틈틈이 집에서 저녁휴식시간에 조금씩 만들어 보려고 봉사가 끝난 후에 가져왔다. 남은 바느질을 하면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처음 아기새를 만들 때, 처음 봉사자들과 바느질봉사를 시작할 때, 정말 오랜만에 추억과 함께 기분 좋은 바느질을 했다. 바느질을 하는 동안 나에게 참 좋은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