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대은 Sep 26. 2019

호아편지(3) 룸메이트 언니 & 3개월 교통카드~

17세 홈스쿨러 호아의 폴란드 독립 여행기(3)

2019920일 금요일   

  

폴란드 입국 19일 차

(가족과 17일 동안 동유럽 7개국 여행)

가족은 떠나고,

나 홀로 독립 여행 3일 차       


* 메인 사진 : 트레인 안에서 현희 언니와~   

* 아빠의 영상편지 : 매일(월-토) 한편씩 유튜브(장대은 TV)로 보내주시고

               아빠의 영상편지 세 번째 이야기  

               https://youtu.be/jVemv-tExM4 

* 나의 답장 : 매일 독립 여행 일기 답장을 브런치(아빠의 브런치)에 ^^




오후에 잠깐 비가 왔지만, 맑고 깨끗한 날씨가 계속됐다.



           

오늘은 눈을 떠보니 9시 10분이었다. 어제 보다 2시간이나 늦게 기상을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어제저녁 언니와 오랜 시간 식탁 교제를 나눴다. 평소에 나눴던 이야기와는 다른, 나름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언니들과는 나눌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대부분 크리스천으로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였다. 술에 대한 생각이라던가, 전도라던가, 교회에 대한 생각 등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며칠 동안 마냥 귀엽게 봐주고 잘 놀아주는 언니라서 나이 차이를 많이 못 느꼈었는데, 이번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언니가 정말 어른이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내 주변에는 많은 성인 언니들이 있다. 그러나 이런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을 기회는 없었다. 더구나 타국에서 룸메이트로 함께 살게 된 언니와의 교제시간이었기에 더 즐거웠던 것 같다. 그렇게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놀다가 새벽 1시쯤 잠들었으니 늦게 일어날 수밖에.....     


오늘 아침도 세수와 양치만 하고 책상에 앉아 성경을 읽었다. 어제보다 더 오랜 시간 성경 말씀 묵상을 했다. 언니는 잠깐 외출을 해서 혼자 자리에 앉아 성경을 읽고, 마음 깊이 들어왔던 구절들을 적으며 묵상하는 시간을 보냈다. 오늘의 본문은 창세기 10장에서 19장 말씀이었다. 본향 땅을 떠난 아브람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나의 현 상황 때문인지 너무 마음 깊이 와 닿았다.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많아 여러 구절을 적어가며 묵상하고 기도 했는데 그중에 가장 와 닿았던 말씀은 창세기 18장 14절이었다.    

       

“여호와께서 능하지 못한 일이 있겠느냐.

기한이 이를 때에 내가 내게로 돌아오리니, 사라에게 아들이 있으리라.”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조금 더 알아갈 수 있었다. 그분께 나의 부족함을 채워 주시고 붙잡아 달라고 기도드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성경 묵상에 오늘 하루의 시작은 다른 때 보다 상쾌했다.


성경 묵상을 끝내고 언니가 몸이 안 좋다고 해서 미역국을 끓여 주려고 엄마한테 전화했다. 레시피를 묻고 요리하며 혼자서 난리를 떨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맛은 없었다. 그러나 언니가  맛있게 먹어줘서 다행이다. (밥은 완전 망쳤지만 미역국은 나름 먹을만했다고!! ).           

어제는 밀린 과제가 있어서 오후와 저녁 시간을 빡빡하게 보내야 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외출할 예정이라 조금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이번 영상의 주제인 반복! 정말 내 상황에 꼭 맞는 주제다. 이곳에서의 며칠 동안 영어 공부를 하긴 했지만 목표치에 비해 많이 하지는 못했다. 아빠가 오늘 영상 편지에서 말씀하셨던 그 반복. 영어공부에 꾸준한 반복을 적용해야 하는데 혼자 하다 보니 감도 잘 안 잡히고 너무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여기는 폴란드! 방구석에서만 공부하지 말고 하루에 한 번씩은 밖에 나가 물건도 사고, 길을 물어보기라도 하면서 나름 외웠던 영어 회화를 응용해 보려고 한다.


오늘도 한국에서 보다는 핸드폰을 적게 했지만 어제처럼 적게 하진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핸드폰을 들여다볼 때도 마냥 정신을 놓지는 않았다. ‘지금 내가 폴란드까지 와서 왜 핸드폰을 하고 있을까?’는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내려놓거나 유튜브로 영어 인강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여기서 한국에서의 일상을 반복하게 된다면 폴란드에 나와 있다는 게 별 의미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무섭다. 내가 지금까지 많은 시간 준비하지 않았던 영어 공부, 말로만 다짐하지 말고 이 에세이를 마치고 하루에 영어 문장 30개를 외우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겠다. 반복과 지속이 중요한 것처럼 어떻게 할지는 잘 몰라도 일단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상에 앉거나, 밖으로 나가 영어 공부를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것이다. 내일의 목표는 혼자 밖으로 나가 폴란드 거리를 느껴보고 사람들과 짧게나마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이다.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집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드디어 오후, 언니와 외출을 했다. 오늘은 드디어 미루고 미뤘던 버스카드를 만들었다. 원래 버스 타고 갈 거리를 소화가 안돼서 걸어갔다. 그런데 절반 이상을 왔을 때 증명사진을 안 들고 온 걸 깨달았다. 언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그냥 아쉬운 대로 즉석 증명사진을 찍어야 했다. 정말! 정말! 정말!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카드는 절대 안 꺼낼 것이다. 그냥 추억용,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으려고 한다. 


바르샤바 3개월 버스, 트레인, 지하철 무료 이용권은 280 즈워티 정도로 우리나라 돈 8만 원 정도 하는데, 내가 강남 디자인 학원을 다닐 때 한 달 교통비가 15만 원씩 나왔던 것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폴란드 대중교통의 또 다른 신기한 점은 카드를 만들고 처음 한 번만 찍으면 카드의 수명대로(3개월이면 3개월, 6개월 이면 6개월) 그 이후로는 안 찍고 그냥 타고 내리면 된다는 것이(지하철은 아니다). 다만 가끔 카드를 소지하고 있는지 불시 검문을 한다고 한다. 독일과 비슷한 대중교통 문화라 정말 신기했던 것 같다. 그렇게 장을 보고 주변을 돌아보다가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몸이 나른해지고 생리 전 증후군인지 몸이 안 좋아서 쭉 누워 있었다. 나름 많은 일을 했는데 어제와 다름없이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다. 어제와 달랐던 점은 혼자 성경을 묵상하는 시간이 더 즐겁고 좋았던 점.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이 나를 폴란드 땅으로 인도하신 그 뜻을 조금씩 더 알게 될 것이라 믿는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재미있게 마무리하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2019년 9월 20일 금요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17살 독립 여행가 장호아


작가의 이전글 호아편지(2)바르샤바 헬스장, 마트.모든 것이 새롭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