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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대은 Sep 29. 2019

호아편지(7) 너무 행복했다! 너무 우울했다!

17세 홈스쿨러 호아의 폴란드 독립 여행기(7)

2019 9 26일 토요일   


폴란드 입국 25일 차

(가족과 17일 동안 동유럽 7개국 여행)

가족은 떠나고,

나 홀로 독립 여행 9일 차   

         

* 메인 사진 :  기숙사에서 언니들이 맛난 분식 요리를 하는 중  

* 아빠의 영상편지 : 매일(월-토) 한편씩 유튜브(장대은 TV)로 보내주시고

               아빠의 영상편지 일곱 번째 이야기  

               https://youtu.be/LRXSyBCwNtw

* 나의 답장 : 매일 독립 여행 일기 답장을 브런치(아빠의 브런치)에 ^^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우중충한 날씨였어요.           




아빠의 영상 편지는 어제 올려주신 것인데 답변 편지를 오늘 쓰게 되었다. 수요예배 다녀와서 너무 피곤해, 바로 잠을 자기 위해 하루 미뤄 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이후 언니랑 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12시를 훌쩍 지나 1시 넘어 잠들었다. 지금 돌아보니 충분히 일기를 쓸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ㅜㅜ          




오늘은 하루 종일 외출을 다녀왔다. 폴란드에 와서 주일을 빼고 처음 있는 일이다. 교회에 가면 다른 분들이 걱정 아닌 걱정을 하신다. 현희 언니에게 ‘호아가 집에서 공부하느라 바쁘다.’는 이야기를 듣고, ‘폴란드에 와서 많이 돌아다니지도 못해서 어떡하느냐’며 말이다. 그때마다 ‘혼자 잘 돌아다닌다’, ‘집에서 영어 공부하고 글 쓰는 것이 지금은 필요하고 많은 도움이 된다’고 안심시켜 드렸다. 실제로 그랬다.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고 저녁 8시 집에 들어왔다. 그러나 아빠와 통화를 하며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오늘 하루 종일 언니, 오빠들과 외출을 다녀온 것에 대해 아빠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하라.’ 말씀하셨다.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됐다. 물론 내가 17살이라는 나이에 혼자 나와 있어 걱정되시기도 했을 것이다. 내가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주관이 분명하다고는 하더라도, 생활 습관이 잘못 길들여질 수 있고 시간 낭비하는 유학 생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도 너무 잘 안다. 비록 늦게 들어왔지만 그런 마음을 다잡으며 글로 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앉던 참이었다.            


나는 아직 어리고 이곳에 홀로 있다. 엄마 아빠가 떠나시고 난 뒤에는 동네 주변만을 어슬렁 가렸다. 혼자 시내 곳곳을 돌아보며 가게들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처음이었다. 이제 언니 오빠들도 학기가 시작되고 점점 바빠질 타임이라 나한테 이렇게 구경시켜 줄 시간도 없을 텐데 말이다. 나도 그렇고 언니 오빠들의 일정도 그렇고, 주일 이후에 시간에 이렇게 하루 종일 만나서 교제를 나누는 시간이 앞으로 자주 있지는 않을 거다. 그래서 이제 기쁜 마음에 과제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엄한 아빠의 말투에 솔직히 감정이 많이 상했다. 똑같은 이야기라도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물론 어제 수요일 피곤함을 핑계 삼으며 이곳에서의 결심을 이어가지 못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빠의 꾸중이 머리론 이해됐지만 솔직히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오늘 언니 오빠들과의 만남은 너무 좋았다. 언니 오빠들의 기숙사에도 놀러 갔다. 떡볶이도 만들어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언니 오빠들이 유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는데 어느 정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오후에는 성민이 오빠 덕에 (오빠 말로는 나름) 바르샤바 최고의 번화가인 바르샤바 대학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아빠 엄마와 이곳저곳을 다녀보았지만 이쪽 시내는 처음이었다. 바르샤바의 또 다른 면모를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일 글로 표현하지만 바르샤바 한인교회 목사님과 사모님, 청년부 언니, 오빠들과의 만남은 정말 하나님이 주신 은혜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멋진 사람들이다. 내 입장에서는 다양한 언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언니 오빠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     



아빠가 걱정하시는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다짐해본다. 아빠가 우려하시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나도 충분히 안다. 이해도 된다. 내가 여기 와서 더 분명해지고 결심하게 되는 것은 나를 지도하고 지원해 줄 부모님이 없는 이곳에서 내가 내 자신을 컨트롤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짧은 일주일이지만 지금까지 나 스스로 나름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영어에 있어 아빠와 언니, 나의 결심대로 ‘나름대로가 아닌 코피 터지는 더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되뇌어본다.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이런 것들을 허물어지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다.     


아빠에게 잔소리 듣고 본 영상 편지였지만 이 시점에서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영어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하는 내가 기억해야 할 정말 좋은 내용이었다.      


“아빠!

앞으로 더더욱 열심히 할 테니 변화하는 저의 모습 지켜봐 주세요!

저는 일단은 아빠가 말씀하신 대로 저의 초기값에서 최선을 다할게요.

단어, 문장들.. 일단 저에게 정보와 지식의 조각이  어느 정도 있어야 그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문법을 배우던지 회화를 배우던지 할 테니까요. 그리고 제가 외국에 나와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그 상황을 최대한 활용할께요.


외우고 학습한 것들은 산책이라도 잠깐 나가서 응용해보고, 도전해보는 그런 나름의 용기를 가져보려고 해요. 아니, 이것도 비슷한 것 같아요. 나름의 용기가 아닌 지금까지의 내가 도전해 보지 않았던 용기를 좀 더 내볼께요. 외국에서 영어가 가장 많이 느는 방법은 친구를 사귀는 거라던데, 저는 당장 현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지는 않으니 일단은 밖으로 좀 더 많이 나가야겠어요. 나가서 외운 영어문장을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시험하는 등 일단 맨 땅에 헤딩한다는 생각으로 영어에 도전해보려고요.

          

제가 아는 게 없으니까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하고, 못할 것 같아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과정의 진보를 이루는 요소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기에, 일단은 부딪혀보려고요. 이것을 위해 계획도 세워보고 있고 옆에 있는 현희 언니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어요. 현희 언니는 자신이 보던 영어 공부 교재를 저한테 빌려 줬어요. 그것들을 참고하면 조금 더 효과적인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영어는 지금까지 저에게 범접할 수 없고, 넘을 수 없는 산 같은 존재였지만, 이제는 넘어 보려고요. 동기부여는 제대로 됐으니 그 동기를 가지고 이제 저의 계획을 실행에 옮겨 삶에 정착시키는 일만 남았네요.     


자기 학업에 충실하고 언어에 능숙하고 멋진 언니 오빠들을 보면 위축이 되기도 하지만 그만큼 동기부여도 확실히 받고 있어요. ‘나도 언젠간 저렇게 언어를 능숙하게 활용하며 외국인들과의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겠지?’ 되묻곤 하는데 분명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일부터는 헬스도 본격적으로 다니고, 그 이후의 시간을 영어를 학습하고 응용해 보는 시간으로 하루를 채울 거예요. 폴란드에서 저 나름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빠.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2019년 9월 26일 목요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17살 독립 여행가 장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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