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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편집장 Oct 30. 2020

죽기 전에 꼭 읽어야할 책 1001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 18 #조선여인

매거진 발행작가 : 조선여인(https://brunch.co.kr/@sudayang70/134)
매거진 발행일 : 2020. 10. 21.


사람들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하나, 둘 번호를 매겨가며 정성스럽게 고민의 흔적을 남긴다. 그들은 왜 숙제처럼 놓일 그 일을 그토록 하고 싶어 하는 걸까? 당장 이룰 수 없는 일이기에 미래를 기약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죽기 전에 하지 않으면 눈을 감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일까? 어떤 이유에서건 그들의 행위는 도전이며, 실천이다. 지금 소개하려는 책 또한 우리에게 버킷리스트 제공한다. 책덕후들의 도전을 자극할만한 제목을 장착한 채 도발이라도 하듯 이 정도는 읽어줘야지 선전포고를 한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과연 그런 책이 존재하기나 할까? 소개된 1001권의 책이면 책에 관해선 죽어도 여한이 없다 말할 수 있을까? 선정된 책이 모두를 만족시킬지는 의문이다. 의문이 꼬리를 무는 책이기에 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책 속으로 들어간다.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는 책장 한 귀퉁이에서 먼지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는 책을 구원해주는 생명 연장 프로젝트다. 세상에 알려져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음에도 자신의 임무를 망각한 채 잠들어 있는 책의 먼지를 털어내어 본연의 임무를 다하도록 독려하는 프로젝트인 거다. 그래서 잠들어 있는 책이나 그 책을 깨워 세상 밖으로 이끌어 낸 사람에게나 이 작업은 그만큼의 의미가 있다.


내가 소개하려는 책 또한 미안스럽게도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구입 당시의 지적 허영은 두께를 감당하지 못해 한 번의 구독으로 책을 덮게 했고 책장이라는 견고한 무덤 속에 가둬버렸다. 그러나 이제 부활하니 부디 영롱하게 빛을 발해 사람들 곁으로 당당히 걸어가길 바란다.

가끔 책의 먼지를 털어줘야겠다. 몇십 년 전의 책이 깨끗해 보인다. 내가 아끼는 장미의 이름은 이 책 속에 들어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의 정체는...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 책의 표지가 화려하다.


이 책은 제목에서 이미 그 정체가 밝혀졌다. 말 그대로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의 소개가 이 책의 내용인 것이다. 책임 편집자인 피터 박스올은 비평가, 학자, 소설가, 시인, 기자 등 100명의 저자들과 함께 1001권의 목록을 선정하고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이라는 책을 펴냈다. 단순히 자기 나라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국제적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었기에 선정 도서에 대한 논쟁은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토론거리를 만들어냈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런 논란에 대해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이라 말하며 이 책을 통해 독서가 무엇인지, 우리는 왜 독서를 하는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책을 읽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책을 접한 독자의 반응 또한 다양하다. 자신이 신봉하는 작품들 중 일부가 목록에 올라간 것을 환영한다는 독자와 이전에는 알지 못한 책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며 감회를 밝힌 독자, 목록에 있을 자격이 없는 작품을 선정하고선 이유까지 설명한 독자, 반대로 목록에 꼭 있어야 할 작품인데 왜 빠졌냐며 이유가 궁금하다는 독자 등.


작가는 나라마다 다른 민족적 배경을 지닌 독자들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왜'라는 의문을 품게 된 건 당연한 반응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책이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 하여 죽기 전에만 읽으면 되겠지 하며 게으른 포부를 지녀선 안 된다. 내일을 기약해서도 안 된다. 죽음은 먼 훗날의 일일 수도 있지만 당장 내일의 일일 수 있다. 지금 시작해도 이른 것이 아니란 뜻이다. 선정된 1001권의 책 중 첫 작품이 '천일 야화(아라비안 나이트)'인 것에도 그런 이유가 있다. 1001의 숫자에는 죽음과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다. 세헤라자데의 1001은 1001의 시간이 아니었다. 내일이 없는 하루의 시간이었다. 이야기는 그녀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었다. 그녀는 맥이 끊길 뻔했던 설화 문학을 1001의 시간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1001권의 책 읽기라는 임무를 완수해야만 한다. 당신이 이 책을 집어 든 순간 이제 당신은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처지가 되었다. 


내가 읽은 책을 표시해 보았다. 1001권 중 100권을 겨우 넘었다. 10%다. 오래 살아야겠다.


이 책은 어떻게 내 손에 들어왔나?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부모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참여했으니 12년의 시간이다. 무엇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는지 모르지만 난 그 일을 내 의무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정 도서는 아이의 독서 수준에 맞춰 초등학교 1학년 때의 그림책을 시작으로 고등학교 3학년 때의 고전까지 아이와 함께 성장했다.


학부모 독서 모임이 책을 읽고 독서 토론만 하는 곳이었으면 그 오랜 시간을 나는 그들과 함께 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임에는 독서와 토론만이 존재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지금까지 인연을 잇게 만든 친교가 있었고, 문학 기행이라는 체험적 독서가 있었다. 지금 소개하는 책 역시 문학 기행을 통해 내 손에 들어왔으니 문학 기행의 역할이 결코 만만한 것이었다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딱 이맘때였다. 책이 내 눈 속에 담긴 때가. 날씨는 청명하고 시절은 좋았다.


우리가 기행지로 정한 곳은 벌교에 있는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문학관이었다. 문학 기행이 여행을 하기에 최적의 계절인 봄과 가을에 진행된다는 건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계절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기행의 목적은 달성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벌교로 기행지가 정해지자 우리는 염불보단 잿밥에 더 관심을 가지며 떠들어댔다. 눈치 빠른 분은 짐작했겠지만 벌교 하면 꼬막이니 그곳에서 꼬막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오겠구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불순한 의도를 겁도 없이 남발하며 수다스럽게 떠난 우리의 기행은 문학관에서의 경건함에 그만 조용히 숨을 죽이고 말았다.


태백산맥 문학관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기가 죽었는가 묻는다면 나는 아무 말 없이 하늘을 향해 쌓아 올려진 원고지 더미를 가리킬 것이다. 태백산맥의 원고다. 숨이 막혔다. 역사의 한 귀퉁이에서 떼어낸 작은 조각 하나로 촘촘하게 이야기를 엮어내어 벌교 갯벌을 덮고도 남을 만큼의 광활한 서사를 만들어냈으니 작가의 필력과 문학적 역량에 저절로 기가 죽었다. 저런 작품 하나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싶었다.


태백산맥의 원고를 보고 초라한 독자가 되어 문학관에 전시된 책을 둘러보는데 나의 기를 살려줄 것 같은 책 하나가 눈에 띄었다. 바로 이 책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이었다. 제목도 제목이거니와 그 두께가 주는 위엄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책이라면 이 정도는 읽어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정보도 없는 그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바로 주문을 해서 읽었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이라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이 왜 태백산맥 문학관에 전시되어 있는지 알지 못했다. 분명 그곳에는 조정래 작가와 관련된 책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문학관이니 책에 관해 쓴 책이라 전시된 것이겠지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에는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이 포함되어 있었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와 함께.


이 책을 읽는 동안 불만이 많았다. 소개된 책들 중 모르는 작품이 많아 나의 무지에 속상하기도 했고, 앞부분에서 수없이 소개된 중국과 일본의 작품들을 대하는 것이 불편하기도 해서였다. 왜 우리나라 작품은 없지? 서유기가 되면 홍길동전도 될 것 같았다. 라쇼몽이 되면 금오신화는? 괜한 애국심이 발동했다.


그러다 한참 뒤에서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 두 개의 작품을 발견했다. 태백산맥과 토지. 만약 이 두 작품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책이 먼지 속에서 고이 잠들도록 명복을 빌었을 것이다.

두 분 모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두 작품을 이 책 속에서 보게 되어 행복했다. 일본이나 중국에 있는 노벨 문학상이 우리나라엔 없어 훌륭한 작품이 많음에도 우리나라가 외면받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더랬다. 그게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책이 있을 것이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속에 나의 마음속 책이 포함되지 않았다 하여 속상해할 일은 전혀 없다. 내가 마음속으로 정한 1001권의 책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된 것이다.

그러나 그런 책이 없다면 이 책을 참고해 보시는 건 어떨지 조심스럽게 권해 본다.



책을 읽다 잠들고 싶다면: ★★★★★

나의 독서력(무지함)을 시험하고 싶다면: ★★★

많은 책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

이 가을 은행잎을 넣어 말릴 책이 필요하다면: ★★★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project>는 계속됩니다. 다른 작가분과 함께 매거진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매일 각기 다른 작가의 글 1~2편이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함께 써 내려갈 것이고, 함께 책으로 묶을 것입니다.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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