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마음 놓고 영화 좀 보겠습니다
바야흐로 2022년 1월 1일 새해입니다. 일단, 신년을 맞이하여 계획을 하나 세웠는데요. 그건 시작하자마자, 날아갔습니다. 새해에는 조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를 실천해보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시각은 새벽 3시 30분을 넘어가고 있네요. 뭐, 어쩌겠습니까?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저는 올빼미형으로 좀더 살아가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유일무이한 계획이 틀어졌기에, 새로운 계획을 찾아 떠납니다. 2021년에 ‘하려고 해야지 했던 일’ 중에서 하지 못한 게 무엇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영화 보기’였습니다. 저는 제가 봐도 좀 심할 정도로 영화를 안 보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최신 흥행작이나, 모든 사람이 보는 영화도 잘 안 봤던 것이 사실입니다. 근 3년간은 자발적으로 영화를 본 적이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하지만 약 1년 정도 전부터 영화를 꾸준히 시청해야겠다는 마음이 문득 들었습니다. ‘현대 문화와 종교’라는 학제 간 분야에 관심이 있는 대학원생으로서 영화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입니다. 어떻게 본다면, 문화와 예술 그리고 매체를 아우르는 핵심적 집약체가 바로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또한, 실제로 영화는 종교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다양한 종교적 소재가 영화에 활용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더욱 주목할 점은, 종교적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영화가 아니더라도, 영화는 얼마든지 ‘종교(학)적’으로 볼만한 여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에 저는 학부 수업 중에 <종교와 영화>라는 강좌를 청취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교수님께서는 영화와 종교(학)의 접목점을 대단히 매력적으로 짚어주시곤 하였습니다. 영화 촬영의 구도, 플롯의 구조, 줄거리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종교성, 여러 가지 표상(representations)들.. 과 같이 말입니다.
그 수업을 듣고 나서, 앞으로 꾸준히 영화를 시청하면서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어 나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러나 코앞에 닥친 여러 일로 인해 뒷전으로 미루어두었네요. 솔직히 이 계획도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습니다. 뭐, 별수가 있나요. 일단 해볼 때까지 해보고 어떻게 되든 말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현재 목표로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 편 정도는 보려고 합니다. 정 시간이 없다면 단편 영화라도 시청하고 느낀 점을 짧게나마 남기고 싶습니다.
굳이 브런치에 영화 감상 및 평론(?)을 올리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약 2달 전에 저는 공모전 하나에 참여했습니다. <모두를 위한 기독교 영화제>라는 행사에서 주최한 공모전이었는데요. 야심 차게 당선되기를 기대하며 5,000자 분량의 영화 평론을 제출했습니다. 한참 동안 결과 발표를 기다리면서, 확인하려고 홈페이지에 들어갔지만 따로 결과 발표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당선자들에게만 개인적으로 연락이 갔었나 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쓴 평론은 그만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열심히 공들여 쓴 평론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생각하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아예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평론 작성을 필두로 영화평을 이곳 브런치에 올려보기로요. 가볍고 부담 없이 쓰는 편이 길고 오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짧든, 길든 제가 느낀 바를 솔직하게 담아보고자 합니다. 제가 시청한 영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사고하고 비평하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장이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동시에,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좋은 영화를 소개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한편, 이 연재 코너의 이름을 “영화와 종교 사이에서”라고 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아니, 한국 내에는, 더 줄여서 제가 아는 사람들만 해도, 영화 평론을 쓰는 사람들은 무척 많습니다. 영화 감상을 즐겨하고 그것을 글로 녹여내는 사람은 정말 과장하지 않더라도 수만, 수십만 명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저만의 차별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바로 제가 영화를 ‘종교(학)적인 시각’으로 보려는 이유입니다.
여기에서 ‘종교(학)적’이라는 표현은 두 가지 의미를 포괄합니다. 일단은, 종교적인 시각입니다. 이는 제가 현재 기독교 신학을 공부하고 있기에, 주로 기독교적인 관점으로 본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습니다. 특히, 기독교 소재를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나, 기독교 윤리적인 내용을 담은 영화가 여기에 속하겠지요. 두 번째는 종교학적인 시각인데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종교나 종교적 메시지와 아예 무관한 영화라고 해도 얼마든지 종교학적으로 볼만한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배운 학문을 토대로 자유롭게 영화를 분석하고 해석해보려고 합니다.
영화 감상 및 평론 쓰기를 시작한다는 글을 거창하게 썼지만, 언제 중단하거나 잠적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미리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새해가 시작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계획을 세우니까 설레는 기분이 듭니다. 또, 여러분께서는 어떤 일을 기대하고 바라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바라기는, 우리의 플랜이 내년 초에 돌아봤을 때,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 자신에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것입니다. 마음 놓고 영화 좀 보겠다고 말입니다. 그게 곧 공부와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