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외교관의 인도 이야기
이 책은 내가 아마도 작년에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첫 번째 포럼 발표를 준비하면서 집어 들었으니, 벌써 1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그사이에 인도에 관련된 책 한 권조차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이 없었다. 당시에 이 책을 절반 정도 읽었다가, 최근에 다시 빌려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다시 읽었다. 그만큼 내용이 알차고 신선하기도 했다.
저자인 손창호는 현직 외교관이며, 2022년 기준으로 약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외교 업무에 집중한 사람이다. 그는 뉴델리에서 대사관 근무를 하기도 했다. 학업에도 열중하시면서 전공 분야 저널에 논문도 출판하신 분이었다. 그만큼 본서는 나름 검증된 사람이 저술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내용을 펼쳐보면 차분하고 논리정연하기도 하다.
책은 크게 다섯 가지의 분야로 나뉘어 전개된다. 1장에서는 인도의 정치와 사회, 2장에서는 인도인들의 생활 양식, 3장에서는 인도의 경제적 측면, 4장에서는 인도의 역사와 종교, 5장에서는 인도의 주요 유적지를 둘러싼 배경 등에 대해 설명한다. 각 장은 인도를 이해하는 데에 필수적인 정보를 모아놓았기 때문에 인도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었다.
저자가 외교관이어서 그런지, 인도의 정세와 경제, 국가 협력 등을 보다 전문적으로 기술해놓은 대목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특히 3장 같은 경우에는, 인도에서 사업을 계획하고 싶은 사람이 반드시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책의 중간에는 현지 인도에서 일하는 전문가의 칼럼도 실려 있다. 그것 역시 인도에서의 기업 운영을 할 때 유의해야 할 내용이었다.
당연히 나의 관심은 인도의 종교와 관련한 논제에 있었다. 본서에는 인도의 불교, 힌두교에 관한 내용이 여러 편 등장한다. 인도의 종교 분포와 현황은 그간의 역사적 정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도는 불교의 종주국이며, 세계 최대의 힌두교 국가이기도 하다. 한때 무굴 제국[1]에게 국권을 넘겨주었던 시기에는 이슬람교가 주요 종교로서 자리 잡은 적도 있다. 인도에서 적지 않은 수의 신도를 보유한 시크교나 자이나교는 힌두교와 불교의 혼합적(syncretism)인 현상이자 결과이다.
책을 통해서 인도의 힌두교가 가지는 기본적인 성격이나 태도에 대해서도 맛볼 수 있었다. 저자는 힌두교 전통의 예술 작품과 유적지를 소개하면서, 힌두교가 ‘지극히 현세주의적이며 욕망을 긍정하는 종교’라고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기독교나 불교의 경우에는 인간의 욕구를 절제하려는 측면이 강하며, 이는 물질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정신이나 영적(spiritual)인 뭔가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힌두교의 조각품과 교리는 인간이 가진 본연의 욕망을 그대로 재현하고 전제한다. 그것을 문화와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시도가 계속되어왔다.
본서에는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들을 나열해준다. 나중에 인도를 직접 가보거나 더 공부할 일이 있다면 참고하려고, 일단 보관해두었다. 종교와 예술 그리고 종교와 문화의 관계에 적지 않은 관심을 가져온 나에게 이러한 떡밥(?)은 굉장히 흥미로운 소재가 되었다. 힌두교 예술은 어떠한 전개 과정을 거쳐왔는지에 대해서도 더 궁금증이 생겼다. 아쉬운 점은 인도 내에서 역사적으로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들이 갈등을 일으키면서, 힌두교 유적이나 예술품이 많이 소실되었다는 점이었다.
그의 연장선상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는 마치 남한과 북한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예전에 영국이 점령했던 인도의 영토는 지금보다 훨씬 컸다고 한다. 인도의 독립운동으로 마침내 인도가 1947년에 독립하였을 때, 인도와 파키스탄은 각각 분리된 채로 독립을 맞이했다. 비록 간디는 분립을 중재하고자 노력했지만, 인도의 힌두교에서는 자와할랄 네루가, 이슬람의 파키스탄에서는 무하마드 알리 진나가 지도자로 추대되어 각기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수십만 명의 이주민이 발생하고, 수많은 인명피해와 대립이 있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파키스탄은 개국 초기에는 자유주의적 이념과 서구의 사상과 문물을 도입하여 빠르게 성장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발전은 1971년에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파키스탄이 지고, 나중에 파키스탄에 군사 정권이 확립되면서 서서히 저물어갔다. 결국, 파키스탄의 군사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와 결탁함과 동시에, 서방의 국가들과도 반목하면서 고립을 자초한다. 그와는 반면, 인도는 점점 비동맹주의 노선에서 벗어나면서 서방의 국가에 문호를 개방하고, 자유주의적인 가치를 도입하는 중이다. 아직도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은 팽팽한 긴장 속에 있다고 한다.
본서에는 이외에도 대단히 흥미로운 인도 관련 지식이 여럿 있다. 인도의 대학교라든지, 인도인들의 영어 사용, 인도의 음식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몇 편의 글들이 있다. 지면 곳곳에 배치된 컬러 사진은 한층 몰입감을 더해준다. 이쯤 되면, 책 장사를 하려고 포스팅을 하는지 의심하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그만큼 나에게는 유익한 책이었다는 의미다. 또한, 첫 번째로 인도 관련 저서를 읽었다는 점에서 내게는 더욱 의의가 있었다.
앞으로 책뿐만 아니라, 영화나 특강, 혹은 대학 강의 등에 대해서도 리뷰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네이버 블로그보다 브런치가 이렇게 정돈된 글을 쓰기에는 더 적합한 것 같다. 메거진을 연재함과 동시에 인도에 대한 나의 지평과 학식도 함께 깊어지기를 바란다.
-주-
[1] 무굴 제국은 힌두어로 ‘몽골’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무굴 제국은 몽골에서 파생된 세력인 티무르(Timur) 왕가의 후손인 바부르(Babur)가 1526년, 인도의 델리를 점령하며 시작되었다(본서의 p.159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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