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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ie Oct 03. 2021

술을 넣은 차, 로얄 밀크티

으어어어 취한다...이런 건 아닙니다. 

예전에 비해서 요즘은 정말 밀크티를 쉽고 편하게 마실 수 있다. 여기서 예전이라 함은, 내가 처음 홍차와 밀크티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하던 15년도 전(...)의 이야기로서, 찾을 수 있는 홍차는 데자와나 오후의 홍차 정도였던 시절을 말한다. 옛 사람 인증


하도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려서(!) 언제인지 기억은 나지 않으나 한 번쯤 밀크티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고 그 때 로얄 밀크티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내 글이라 쉽게 찾았다. 참고글: 95%의 편의점 밀크티를 찾는 모험 : https://brunch.co.kr/@asakaraylee/84)


그 때도 마찬가지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로얄 밀크티(Royal Milktea)'라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일본식 로얄 밀크티, 즉 우유와 설탕이 풍부하게 들어가서 부드럽고 달달한 음료를 말한다. 왜 '로얄'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에 대해 공식적인 설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유가 많이 들어가서 그런 게 아닐지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일본식 로얄 밀크티도 좋아하지만 나는 다소 밍밍하면서도 중독적인 영국식 밀크티를 좋아하는 편인데, 그런 밀크티에 어울리는 차를 찾다가 귀가 솔깃해지는 정보를 얻었다. 


원래 영국에서 '로얄 (밀크)티'라고 하면 위스키를 넣은 차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위스키도 좋아하고 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영국인들이 고안해 낼 만한 레시피이긴 하다. 고급스러운 술을 차에 곁들여 넣었기에 '로얄 밀크티'라고 불렸다는 설명이 꽤나 그럴 듯하게 들리기도 한다. 위스키의 수준도 천차만별, 가격도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위스키가 진 등에 비해 고급 술인 것은 사실이니까. 


여기저기 찾아 보니 '의외의 레시피로 들리겠지만 위스키와 차는 사실 매우 잘 어울린다'는 코멘트들이 있다. (국내는 아니고 외국 사이트들) 그 중에서도 랍상소우총 등의 스모키한 향이 있는 차와 찰떡궁합이라고. 하지만 랍상소우총 자체가 초보가 마시기엔 다소 허들이 있는 차인 관계로, 위스키까지 곁들인다면 진정 '어른의 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 번 마셔보았다. 구글에서 찾은 몇몇 레시피를 참고했지만, 나만의 취향을 찾아서 직접 마셔 보는 게 중요하니까. 대낮부터 위스키를 한 잔에 40ml 넣으라는 레시피를 따를 순 없지 않나


뭔가 알콜중독자의 치료 레시피같은 느낌도 들고?


해로즈의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데일리로 마시기 괜찮은 발렌타인 파이니스트. 차에도 향이 있지만 위스키에도 캐릭터가 있는 향이 있으므로, 가향차는 피했다. 내가 잘 배합하지 못하면 오히려 비위에 거슬리는 향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다. 


무난한 아쌈+실론 배합인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에 위스키를 살짝 넣어 보았다. 과연, 위스키의 향은 강렬해서 약간 넣었을 뿐인데도 스모크+카라멜 향이 확 풍겼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둘의 향이 그렇게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로즈 잉블의 향이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기에 위스키 향에 덮여 버리는 느낌. 


그래서 이번에는 밀크티로 만들어 보았다. 우유와 설탕을 넣고 진하게 만들어서, 위스키를 넣으니 - 과연 우유의 힘은 강력해서 위스키의 카라멜 향을 잘 잡아준다. 카라멜 향을 입힌 차를 밀크티로 만들었을 때의 느낌이 들었다. 꽤 맛있게 마실 수 있었다. 술과 차를 동시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음료로 보이는데, 국내에서는 꽤 낯선 레시피인 것은 확실. 위스키를 즐기는 인구도, 차를 즐기는 인구도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  


다만, 베이스가 되는 차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다소 캐릭터가 있는 차를 고르는 것이 낫고, 생각보다는 위스키를 많이 넣어야 위스키 특유의 스모키향이 살아 난다. 다만 그럴 경우 술이 약한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향만 즐기는 정도라면 살짝만 곁들여도 괜찮았다. 


영국인이 제안하는 아래 레시피도 있다. 글렌피딕과 마카이바리 다원의 세컨드 플러쉬 다즐링을 활용해서 마시는데, 언젠가 한 번 특별한 날에 시도해 보고 싶은 레시피이긴 하다. 술도 차도 먹고 싶은데 배가 너무 부른 특별한 날?


https://www.youtube.com/watch?v=TGJTAd5m5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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