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푸드는 모험이 필요하다
해외에서 '맛집 탐방'을 할 때 대체적으로 구글맵을 이용하는 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수가 많다. 트립어드바이저도 이용해보았지만, 내 경우에는 아무래도 구글맵이 정보의 신선도가 높았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 보면 갑자기 배가 고플 때가 있다. 또한 하루 종일 핸드폰으로 검색을 하는 게 퍽 지겨워질 때도 있다. 이때 '느낌대로' 가게를 선택했을 때 진정한 맛집임을 혀로 아는 즐거움은 무척 크다. 이 느낌은 대부분은 인파로 감지된다. 사람이 몰리는 집인데 맛없는 집은 흔치 않기 때문. 적어도 가성비는 좋다.
우리 부부는 체계적으로 여행 계획을 짜기보단 가고 싶은 곳을 서너 곳 정해 놓고 상황에 따라 여행 로드를 바꿔가는 편이다. 그래도 큰 틀은 있다. 예를 들어 이 나라에서 이것만은 꼭 경험해 보고 싶다던가, 반드시 보고 싶은 곳 정도를 정해 놓고 짐을 꾸리는 것이다.
태국여행은 맛집탐방이 콘셉트였기에 먹고 싶은 거를 주로 선정했다. 그렇게 선정한 먹킷리스트 안의 음식 먹기는 여행 안에 모두 완수됐고, 남편은 이틀 만에 2kg가 넘게 살이 쪘다. 평소 "입이 짧다", "안 먹는다"는 소리를 듣는 나 역시 내가 입이 짧았나 싶을 정도로 쉴 틈 없이 먹었고 체중계 앞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음은 한국에 와도 계속해서 생각나는 음식 혹은 태국에 온다면 한 번쯤 꼭 먹으라고 추천하고 싶은 음식들이다.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방콕'에서 소개한 음식 제외했다)
1. 똠얌꿍 (크루아 압손-구글맵)
똠얌꿍(Tom Yum Kung)은 이름 그대로다. 타이어로 똠(tom)은 '끓이다', 얌(yam)은 '새콤한 맛', 꿍(Kung)은 새우를 의미하는데 이를 합친 똠얌꿍은 새우를 넣고 끓인 새콤한 수프. 태국의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똠얌꿍은 우리네 된장찌개처럼 똠얌 소스가 맛의 주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맛이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누가 어떻게 끓이냐에 따라 맛의 깊이나 느낌이 무척 다르다.
우리는 여행 내내 똠얌꿍을 참 많이 즐겼다. 지금도 가끔 나는 "여보 똠얌꿍 먹자"라며 마트에서 '똠얌 마마'라는 태국 라면을 사다가 새우와 해산물, 레몬 등을 넣고 끓여 먹곤 한다. 그만큼 한 번 중독되면 헤어 나오기 힘든 강력한 매력을 지닌 음식이다.
크루아 압손이라는 가게는 남편이 구글맵에서 찾은 가게. 구글 평점 4.3으로 꽤나 높은 가게로 똠얌꿍보다는 게살만 발라 나오는 푸팟퐁커리가 더 유명하다. 이 집 똠얌꿍이 왜 이리 맛있냐 하면 맛이 순하기 때문. 강렬한 똠얌이라기보다는 위장을 달래주는 부드럽지만 깊은 맛이 일품이다. 그래서 똠얌꿍을 처음 먹는 이들은 쉽게 접할 수 있을 듯싶다. 호불호가 극히 나뉘는 고수 향도 많이 나지 않는다.
밥에 국물을 떠서 살짝 비진 후 새우를 얹어 먹으면 꿀맛. 새콤한 태국식 샐러드인 쏨땀과도 무척 잘 어울린다.
2. 솜땀(크루아 압손)
솜땀(som tam)은 덜 익은 그린 파파야로 만든 신맛이 강한 태국식 샐러드. 김치와 같다.
나는 크루아 압손에서 남편의 추천으로 처음 솜땀을 접했는데 첫맛은 시큼해서 조금 낯설다 싶었는데 김치처럼 먹다 보면 그 맛에 중독된다. 특히 태국 요리들과 너무도 조화를 잘 이뤄 입맛을 돋운다.
우리나라는 밑반찬 문화가 있어서 반찬을 시키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김치, 콩나물 무침, 멸치볶음 등이 나오지만 보통 다른 나라는 그렇지 않다. 태국 역시 그렇다.
하지만 메인 요리만 시키기기엔 태국의 채소 요리가 참 맛있다. 그래서 메인 요리 한 두 개와 공심채, 솜땀 등 채소 요리를 시키면 고기 맛이 오히려 산다.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한 두 개쯤은 시켜 같이 먹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요리 중 하나이기에 양도 푸짐하다.
3. 태국 쌀국수 (딸랏롯파이2)
태국 쌀국수는 맛이 진하다. 자극적인 맛이 강하달까.
딸랏롯파이2에서는 오직 감으로 식사를 정하기로 했다. 태국 야시장 중 가장 큰 곳 중 하나 인 이곳은 야식거리도무척 풍성하다. 그중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먹고 있는 한 태국 쌀 국숫집에 갔다. 옹기종기 모여 빨간 쌀국수를 의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
실제로 받은 쌀국수에는 돼지고기뿐만 아니라 닭발이 들어 있었다. 닭발로 국물을 내는 게 아닐까 추측했다. 맛은 시큼하면서도 맵고, 또한 깊은 육수 맛이 어우러져 있었다.
4. 팟타이(카오산로드)
팟타이(pad thai)이의 팟(pad)은 '볶음', 타이(thai)는 태국을 뜻한다. 즉 태국식 볶음 요리라는 뜻. 팟타이는 태국 대표 요리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요리다. 흥미로운 건 한국에서는 레스토랑에서 꽤나 비싼 가격에 판매되지만 태국에서는 고급 요리라기보다는 노점에서 가볍게 사 먹을 수 있는 우리네 떡볶이와 같은 음식이다.
그래서 노점에서 뚝딱 먹는 팟타이가 오히려 더 맛있는 느낌이다. 우리는 카오산로드에서 가장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선 곳에 가서 팟타이를 먹었다. 이곳에서는 면, 안에 들어가는 재료 등을 모두 고를 수 있었는데 우리는 중간 크기의 면에 '해산물+계란(PadThail seafood+egg)'을 넣고 볶아 달라고 요청했다.
앞집에서 땡모반(수박주스)까지 사들과 야금야금 먹었는데 역시나 간식으로 제격이었다. 부드러운 계란과 간장소스로 버무려진 면의 조합은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5. 망고 밥(카오산로드)
망고와 밥을 같이 먹는다고? 콜라에 밥을 비벼 먹는 것만큼 상상이 안 되는 조합이지만 의외라 찰떡 조합이었다.
쫀뜩한 쌀과 아주 잘 익은 달콤한 망고 그리고 그 위에 뿌려진 연유는 맛있는 떡을 먹는 것처럼 자꾸만 당겼다.카오산 로드에서 처음 먹은 후에 왕왕 망고 밥이 보이면 먹자고 할 정도로 생각나는 맛이다. 조금 의아한 조합이지만 의외로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