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 걱정 없이 가성비 높은 음식을 먹고 싶다면
이유 없이 "아 좋다"라고 느끼는 무언가가 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문뜩 느껴지는 쌉쌀한 가을 향기라던지, 푹 자고 일어났을 때 나를 위해 지어지고 있는 따뜻한 밥 내음라던지, 추운 날 먹는 진하게 내린 커피와 달콤한 초콜릿 같은 거 말이다. 아무리 기분이 젖은 빨래 마냥 축 처진 날이라도 이를 바싹하게 말려주는 마법 같은 그 무엇 말이다.
내게는 마트가 그렇다.
하필이면 마트인가 싶겠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달리 마트 가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좋은 이유야 만들면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좋다'가 맞다. 잘 정돈된 식료품들, 간간이 있는 시식코너, 특유의 활기 넘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에 있다 보면 어느새 엔도르핀이 심장을 흥분시킨다. 새로운 물건을 보는 것이 재밌고 그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녀석을 고르는 것은 괴로우면서도 흥분되는 행위다. 다행히도 나처럼 마트를 좋아하는 신랑을 만나 결혼 전부터 다양한 마트를 쏘다니며 데이트를 왕왕했고 여전히 주말마다 마트 카트를 끌고 이리저리 누비는 것이 우리 부부의 소소한 재미 중 하나다.
여하튼 그래서 여행지를 가더라도 꼭 가보는 곳이 바로 마트. 마트에 가면 그 나라 사람들의 진짜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흔히 시장에 가면 볼 수 있다지만 마트는 좀 더 리얼리티(Reality)가 살아있다.
현지인들이 어떤 음식을 자주 먹는지도 알 수 있고 물가도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경제적 수준에 따라 마트 분위기도 다르다는 점.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나라에 가면 포스 찍는 속도마저 느리다. 기계가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 만약에 숙소가 간단히 요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마트에서 특산물을 사서 직접 요리해먹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그중 푸드코트가 참 유용하다.
스트리트 푸드의 위생이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스트리트 푸드가 속에 맞지 않는 사람 중 위생과 가성비를 동시에 잡고 싶다면 푸드코트를 추천한다. 간혹 길거리 음식을 먹다가 장염으로 고생해 다시는 먹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매 식사를 비싼 레스토랑에서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다양한 음식을 그래도 먹어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들에게 안성맞춤이 바로 대형마트 푸드코트.
기본 이상의 위생개념을 갖추면서도 맛도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기 때문. 무엇보다도 싸다. 길거리 음식만큼 부담 없는 가격으로 현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깊은 맛'은 포기해야 한다. 우리네 이마트 푸드코트에서 깊은 맛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은가. 그래도 시원한 에어컨을 쐬며 마트를 둘러보고 현지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면서 진짜 그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도 경험해볼 만하다.
방콕은 빈부격차가 큰 도시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모습이 무척 다르다. 신시가지가 일본 도쿄를 떠오르게 한다면 구시가지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와 같이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방콕 신시가지에는 대형 쇼핑몰이 죽 늘어서 있는데 마지막 날 우리는 한 대형 쇼핑몰 푸드코드를 방문했다. 마치 고양 스타필드 내 음식점들처럼 각각 콘셉트를 가진 다양한 음식점들이 푸드코드 형식으로 즐비해 있는데 이 중에서 우리는 똠얌꿍과 팟타이를 시켜먹었다. 맛은 좋았다. 맛집이라고 하지는 못하지만 가격 대비 위생과 맛 모두 훌륭한 편이었던 것.
후아힌에서 우리는 인터콘티넨탈 후아힌에서 묵었고, 바로 맞은편에 있는 대형 쇼핑몰에 왕왕 놀러 갔다. 대형 홈플러스 분위기의 그곳은 쭉 나열된 푸드코드 형식. 방콕 카오산로드에서 처음 경험한 망고 밥이 무척 맛있어서 이곳에서도 망고 밥을 시켰는데 맛이 결단코 밀리지 않았다. 다양한 태국식 반찬을 골라서 밥과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여러 음식을 맛보곤 싶을 때도 유용했다. 이처럼 푸드코트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여행자들에게 맥도널드 이외에 괜찮은 한 끼를 선사하는 것이다.